▲ 강용석 의원이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자신의 무관함을 호소한 팝업창. 하지만 피해학생들의 증언이 잇따르면서 강 의원은 점점 궁지에 몰리고 있다. |
“현직 의원이 이래도 되는 겁니까.”
지난 7월 21일 오후 연세대학교 학생회관에서 기자와 만난 YDT(연세 토론 동아리)의 한 여학생은 좀처럼 화를 가라앉히지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학생은 “어제 오전에 강 의원에게 전화가 왔었다. 그런데 당시엔 별다른 느낌을 받지 못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협박을 받았던 것 같다. ‘혹시 기자에게 연락이 오면 말을 조심하라.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취지로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학생은 “나는 강 의원과 동석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전화번호를 알아내서 그런 식으로 말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고, 너무나 불쾌했다. 기자에게 어떤 말을 하건 내 자유 아닌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YDT의 또 다른 남학생은 강 의원의 이중적인 모습을 성토하기도 했다. 그는 “솔직히 술 먹다 보면 실수할 수도 있는 거고 그냥 사과했으면 이렇게까진 화가 안 났을 것이다. 그런데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것을 보면서 용서가 안 됐다”면서 “기자회견을 하기 전에 나를 포함한 여러 학생들이 (강 의원) 전화를 받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분명 우리가 회식 자리에서 들었던 말이 있는데 강 의원이 자꾸 다른 소리를 했다. 우리에게 그것을 강요하려고 했고 법적인 문제를 거론했다. 강 의원과 통화를 했던 학생들과 얘기를 해봤는데 (통화 내용이) 다들 비슷하더라. 몇몇은 협박으로 받아들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YDT 학생들뿐 아니라 관련 기사를 처음 보도한 언론사 측에도 변호사를 통해 압력을 넣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 의원 기사를 취재·작성한 기자에 따르면 보도 전에 강 의원 변호사가 전화를 걸어 명예훼손의 요건을 한참 설명한 뒤 “소송 걸면 기자님이 지십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또한 강 의원이 자신의 인맥을 동원해 보도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정황도 속속 밝혀지고 있다. 해당 언론사의 한 기자는 “보도 여부를 놓고 다소 마찰이 있었다. 한때 보도가 되지 않을 것이란 말도 편집국 내에 돌았다. 그러나 일선 기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또 고위층에서도 보도를 지시해 예정대로 20일에 나가게 됐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정치권 일각에서는 그동안 강 의원이 해당 언론사와 관련 깊은 한 대기업과 불편한 ‘관계’에 있었다는 점을 주목하는 이들도 있다.
이처럼 거짓해명에 이어 피해학생 및 언론사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주장이 사실일 경우 ‘사면초가’에 몰린 강 의원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강 의원이 자진사퇴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일요신문>은 강 의원 반론을 듣기 위해 강 의원 측과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 강 의원은 동료 의원은 물론 보좌진들과도 연락을 끊고 두문불출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