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전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거액 자산가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어느 PB센터에서나 마찬가지로 고객들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와 ‘하반기에 또 인상이 있을 것이다’라고 전망하고 있었다. 이런 이유로 당장 투자 대상의 큰 변동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신한은행 PB 도곡센터의 김명신 팀장은 “자산의 큰 이탈이나 움직임은 없다. 안정형 대기자금 일부를 ‘3개월 회전식 정기예금’에 가입한 고객도 있지만, 이것도 하반기 금리인상을 고려해 3개월마다 금리가 변동되는 상품으로 들고 있다. 금리 변동이 아직 크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부자 재테크의 특징은 ‘불리기’보다는 ‘지키기’에 있다. 1억 원을 모으지 못한 사람은 빨리 돈을 불리기 위해 주식 또는 주식형 펀드 등 공격적인 재테크를 하지만, 100억 원을 모은 사람은 1%의 손실도 1억 원의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주로 정기예금이나 채권 등 안정적인 투자대상을 선호한다. 또 이 정도의 부를 이룬 사람이라면 보통 나이가 지긋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안정성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따라서 부자들은 0.1%의 수익률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는데, 지난 9일 0.25%포인트의 기준금리 인상은 충분히 ‘머니 무브’(Money Move·자산의 이동)의 이유가 될 수도 있었다. 금리가 오르면 더 더욱 공격적인 투자에서 안정적인 투자로 포트폴리오가 바뀌는 게 상식이다. 주식형 상품보다는 정기예금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오히려 주식과 펀드에 더 많은 돈이 몰리고 있다.
그 이유는 금리 인상이 이미 예견된 것인 데다 인상폭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글로벌 시장에서는 ‘불확실성의 제거’라는 호재로 받아들여지면서 외국인의 주식 매수가 늘어나기도 했다.
국민은행 강남PB센터의 이흥두 PB팀장은 “금리인상 뒤 주가가 오히려 전고점을 돌파하는 등 안전자산 회귀에 큰 힘이 실리지 않고 있다. 최근 출시한 사모펀드의 경우 최초에는 주식 20%, 채권 80% 비율에서 매월 7%씩 주식 매수로 전환하는 분할 매수 전략 상품이다. 투자종목은 주로 삼성·LG·현대자동차 그룹주로 목표수익률 10%가 달성되면 청산하게 되어 있다. 또 테마종목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도 출시되는 등 도리어 공격적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지만 PB센터에서는 거액 자산가들을 위한 사모펀드가 심심찮게 팔리고 있다. 일례로 삼성생명 비상장주식에 투자하는 사모펀드가 지난해 말 결성된 이후 올해 초 60% 이상의 고수익을 올리고 청산돼 있다. 최근에는 자산운용사들이 먼저 사모펀드를 설계해 PB센터에 제안할 정도니 PB 고객들은 그야말로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들면 되는 상황이다.
▲ PB센터에서 상담받고 있는 모습. 금융회사들은 일반 고객보다 VIP만을 위한 금융상품을 따로 판매하기도 한다. |
이런 사례 중 하나로 사모펀드 외에도 ABCP(매입보증부 유동화 채권)를 들 수 있다. 채권이 예금보다 금리가 높은 이유는 부도 리스크가 있기 때문인데, 이를 발행한 회사 또는 제3자가 매입해 주기로 보증하는 채권이 ABCP로, 리스크가 없으면서 예금보다 높은 금리를 얻을 수 있다. 올해 5월까지 인기를 얻은 ABCP 역시 한정 물량만 나오므로 일반인들이 구경도 하기 전에 PB센터에서 동이 났다. 현재는 ABCP가 품귀 현상으로 시장에 잘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주가가 코스피지수 1700선을 넘으며 전고점을 돌파하자 주식 및 주식형 펀드의 포트폴리오 조정을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하나은행 도곡PB센터의 이보훈 팀장은 “7~8월이 휴가철이다 보니 큰 움직임은 아직까지 없다. 펀드의 경우 주가가 오르면서 환매가 많이 이뤄졌고, 과거 1700선에서 산 사람들이 손실 없이 털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또 비전 없는 해외펀드도 정리하고 차라리 국내 주식형으로 사자는 움직임도 있다”고 전했다.
하나은행 PB센터에서는 DLS(파생연계증권:주가연계증권인 ELS와 비슷하나 증권이 아닌 상품·신용 등을 대상으로 함)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 최근 KOSPI200 지수와 연계된 상품을 300억 원 한정으로 판매하고 있다. KOSPI200 지수가 전일 대비 12% 이상 하락하지 않으면 연 6%의 이자를 주는 상품이다. 국내 시가총액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KOSPI200 종목이 12% 하락한다는 것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한’ 거의 불가능하므로 리스크가 적으면서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이 역시 PB 고객들에게만 한정판매되는 상품이다.
거액 자산가들은 이처럼 저금리시대든 금리상승기든 PB센터가 물어다주는, 위험이 적으면서 고수익을 주는 틈새상품을 찾아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런 ‘그들만의 리그’에서 배제되는 게 ‘개미’의 현실이지만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 일단 주거래은행을 나만의 PB센터 삼아 부지런히 정보를 모아보는 건 어떨까.
우종국 한경비즈니스 기자 xyz@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