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자회사인 SK텔링크와 TU미디어는 지난 7월 22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양사 합병을 의결했다고 23일 발표했다. SK텔링크는 ‘00700’으로 잘 알려진 유·무선 국제전화와 인터넷전화 서비스 회사다. 지난해 영업이익 410억 원, 당기순이익 273억 원을 올렸지만 인터넷 전화 가입자가 늘지 않아 신성장 동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TU미디어는 위성 디지털미디어방송(DMB)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최근 지상파 DMB에 밀리면서 적자에 허덕여왔다. 두 회사 합병은 SK텔레콤이 올 초부터 검토해온 자회사 구조조정 계획에 따라 진행됐다. SK텔링크가 TU미디어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합병한 뒤 SK텔링크가 존속법인으로 남는다.
두 회사의 합병을 계기로 SK텔레콤의 또 다른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 처리 문제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적자에 시달려온 TU미디어를 흑자 회사인 SK텔링크가 흡수한 것처럼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SK브로드밴드를 SK텔레콤이 흡수·합병할 것이란 시나리오는 지난 2008년 9월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 전신인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할 때부터 나돌아 왔다. 이동통신 1위 SK텔레콤과 유선통신망을 갖춘 SK브로드밴드의 합병을 통해 KTF 흡수로 몸을 불린 KT, 데이콤 파워콤을 흡수 합병한 LG유플러스(옛 통합LG텔레콤)와 유·무선 통합상품 경쟁을 펼칠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SK브로드밴드와의 합병설을 공식 부인했다. 지난 7월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정 사장은 “합병은 없다”며 “SK브로드밴드가 스스로 경쟁력을 갖춘다면 같이 갈 수도 있다”고 밝혔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 2008년과 2009년 두 해 연속 적자를 냈다. 영업손실은 2008년 227억 원에서 지난해 1092억 원으로, 당기순손실은 2008년 988억 원에서 지난해 1912억 원으로 각각 늘었다. 올 1분기엔 영업손실 262억 원, 당기순손실 443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통신시장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해선 SK텔레콤-브로드밴드 합병이 요구되지만 지금 상태로 합병했다간 SK텔레콤의 금전적 부담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 뒤를 따른다.
이런 까닭에 정 사장 말처럼 SK브로드밴드가 먼저 경쟁력을 갖춘 후에 SK텔레콤과 합병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7월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정 사장은 “(SK브로드밴드와) 같이 간다는 것이 합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선 ‘선 구조조정, 후 합병’의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SK브로드밴드는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일부 사업에 대한 아웃소싱을 결정하는 등 체질개선 작업에 한창이다. 이를 SK텔레콤과의 합병을 위한 사전정지작업으로 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SK브로드밴드는 8월 초 상반기 영업실적을 발표할 예정인데 증권가에선 10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 흑자 달성을 점치고 있다. SK브로드밴드의 흑자 전환은 SK텔레콤과의 합병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는 데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일각에선 내년 6월 SK그룹의 지주회사제 전환 작업 마무리 시점에 맞춰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합병법인이 출범할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한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의 합병을 이미 예정된 수순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재계와 증권가에선 이미 통합법인의 초대 CEO(최고경영자)가 누가 될지에 대한 여러 관측까지 나온다. 지난해 초 정보통신부 장관 출신 이석채 회장이 KT의 CEO가 된 데 이어 지난해 말 LG유플러스도 정통부 장관 출신의 이상철 전 KT 사장을 새 CEO로 맞이했다. 통신사업에 대한 정부의 입김이 큰 만큼, 외풍에 대처할 수 있는 동시에 KT와 LG유플러스에 밀리지 않는 수장을 SK가 찾으려 할 것으로 관측되는 것이다.
얼마 전 증권가엔 정통부 고위 관료를 지낸 인사가 SK텔레콤-브로드밴드 통합법인 CEO 물망에 올라 있다는 이야기가 나돌기도 했다. SK 측이 텔레콤-브로드밴드 합병설을 부인하고 있지만 이미 재계와 증권가의 시선은 두 회사 합병 이후를 향하고 있는 셈이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