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추가 매수세에 무게를 두는 쪽은 한국 증시의 저평가 매력을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다. MSCI코리아기업(MSCI 한국지수 편입 기업)들의 7월 말 주가수익률(PER)은 8.9배로 신흥아시아증시 평균 11.5배의 77% 수준에 불과하다. 여기에 미국을 제외한 여타 유럽 선진국들과 일본의 경기 모멘텀(상승동력)이 재차 강화되고 있고, 유럽 재정위기 국가들의 부도위험(CDS프리미엄)도 7월 말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발표된 이후 큰 폭의 하락세다. 이 같은 위험지표의 개선은 글로벌 유동성이 주식 등 위험자산군으로 이동할 여지를 키우고, 이에 따라 저평가된 한국증시가 주목 받을 것이란 논리다.
김주형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추가 매수할 여지가 많은 업종은 외국인 보유율이 2010년 평균 보유율보다 낮은 금융(보험) 건설 철강 운수창고(해운·항공) 등이다. 또 3분기에도 기업이익의 사상 최고치 경신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최근 올 영업이익이 대표적으로 상향 조정된 정유 통신장비 지주회사 등도 관심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동양종금증권은 2010년 영업이익 추정치 상향조정 톱10 종목으로 CJ SK브로드밴드 GS 현대상선 한진해운 아시아나항공 SK에너지 웅진케미칼 모두투어 대한항공 등을 제시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연구원도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는 빨라야 2011년 하반기 이후다. 게다가 원화는 강세 추세다. 연말께 경기선행지수 둔화 국면의 반전이 예상됨에 따라 3분기 중반부터 주식시장은 경기 모멘텀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시킬 가능성이 크다. 2012년이 오기 전까지는 외국인 매수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반면 최근 외국인의 종목 편식이 심화되고, 국내 기업들의 하반기 이익 증가세를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추가 매수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3~4월 외국인이 사들인 상위 종목은 삼성전자 우리금융 현대모비스 LG전자 현대차다. 외국인이 매수한 종목 중 이들 5개의 비중은 32.6%였다. 7월 8일 이후를 기준으로 7월에 외국인이 주로 산 종목은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LG화학 하이닉스이고 이들의 외국인 매수종목 내 비중은 39.5%다. 3~4월 동안 삼성전자 비중은 11.5%, 7월에는 18.2%로 급증했다.
특히 7월 말부터 외국인은 프로그램 비차익매수세를 강화하고 있다. 비차익매수는 일종의 바스켓 매수, 즉 시가총액 상위 우량주 몇몇 종목을 한데 묶어 매수주문을 내는 방식으로 시장보다는 종목에 대한 접근을 강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민상일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요즘 외국인을 보면 ‘한국 증시를 산다’기보다는 ‘종목별로 접근 중’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그런데 특정 종목을 중심으로 주식 매수를 이어가는 방식은 오래가기 어려울 것이다. 더욱이 삼성전자 시가총액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6년 하반기 50% 아래로 밀린 후 현재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고 풀이했다. 외국인 추가 매수로 인한 랠리를 기대하려면 종목보다는 시장을 사는 형태로 매매패턴이 변할 필요가 있는데, 주변 여건이 만만치 않다는 게 신중론자들의 견해인 것이다.
실제 유럽의 불안에 더해 미국과 중국의 경제지표들도 성장 약화를 나타내면서 7월 중순 이후 우리나라 기업들의 이익증가율이 다소 떨어지는 모습이다. 12개월 예상 PER이 8.9배로 매력적인 수준이라고 하지만, 이익전망이 강하지 못하다면 이 부분이 시장에 주는 함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민 연구원은 “투자자들은 지수보다 종목 대응이 바람직해 보인다. 삼성테크윈 현대차 평화정공 신세계푸드 두산인프라코어 롯데쇼핑 롯데삼강 등이 주목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외국인 매수가 프로그램 매매 채널로 쏠리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프로그램은 선물만기에 따라 언제든 매수와 매도가 뒤바뀔 수 있는 양날의 칼이다. 이승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사상 최고 수준에 가까운 매수차익잔고(프로그램 매도 잠재가능물량)를 보유한 외국인이 시간이 지날수록 초초해하고 있다. 환율은 이미 매수 시점보다 적잖이 하락해 차익을 거두고 있지만, 베이시스(선물가격-현물가격)가 좀처럼 하락하지 않아 청산이 여의치 않다. 펀드 환매로 인한 투신의 매도세가 강한 상황에서 외국인의 매수세가 약해진다면 증시에 대한 우려가 커질 것이고, 이는 선물매도를 자극하여 베이시스 악화를 유발해 대규모 프로그램 매도로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렇다면 외국인이 계속 사면 따라 사고, 팔면 따라서 팔면 되지 않을까. 전문가들은 외국인 매수세로 인한 추세적 상승장이라면 모를까, 이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무분별한 추격 매매는 삼갈 것을 권하고 있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개인과 기관의 투자는 기간과 기대수익률, 매매전략 등에서 차이가 크기 때문에 개인이 섣불리 기관을 따라 하다가는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충고했다.
일반 펀드의 경우 주로 지속적으로 비중을 늘려가는 전략을 펼치며, 연기금의 경우 주가가 저평가된 상황에서 비중을 늘리는 특성이 있다. 또 외국인은 주가 상승에 따른 이익 외에 환율 변동에 따른 이익 기회도 갖고 있다. 투자기간도 기관들이 불과 몇 달 새 수익을 기대하는 개인에 비해 훨씬 길다.
특히 외국인들의 경우 선물/옵션 시장을 통한 위험회피(헤지)와 공매도를 통한 차익거래 등 다양한 투자기법을 펼칠 수 있다. 외국인들의 종목 선택 역시 주로 국내 증시만을 모집단으로 삼는 개인이나 국내 기관과 달리,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다. 일례로 반도체 자동차 철강주를 매수한다고 할 때 내국인들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현대차와 기아차,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을 놓고 저울질하지만 외국인들은 이들 종목 외에도 인텔이나 애플, 도요타나 BMW, 신일본제철이나 미탈 등까지 선택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개인이 파악하는 기관이나 외국인은 한 세력이 아니라, 각기 이해관계나 추구하는 투자목적이 다른 수많은 개별집단의 모임체다. 각기 다른 상대가 모인 집단을 한 가지 성격의 집단으로 규정하고 추격할 경우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기관이나 외국인 매매패턴을 밸류에이션 측정이나, 펀더멘털(기초체력) 분석의 참고로는 활용하되 비중이나 매매시점을 무조건적으로 추종하지 말 것을 권하고 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