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 L 씨는 자신의 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육감적인 몸매는 물론이고 말을 할 때마다 물고기가 파닥거리는 것처럼 움직이는 입술에 자꾸만 눈길이 갔다.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려고 몸을 살짝 내밀 때마다 그녀에게서 풍기는 은은한 향에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한강변을 거닐고 있을 때 L 씨는 눈 딱 감고 그녀의 손을 잡고야 말았다. 뺨 맞을 각오를 했지만 그녀는 잡힌 손을 빼지 않았다. 그녀도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 L 씨는 서둘러 진도를 나갔다.
두 번째 만남에서 그들은 사랑을 나눴다. 그녀도 나름대로 생각이 있었다. 엘리트에다 호남형인 L 씨는 그녀가 바라던 결혼상대로 손색이 없었다. 그의 사랑을 확인한 후 그녀는 언제일지 모르는 프러포즈만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나도 그의 태도엔 변함이 없었다. 사실 그에게 그녀는 애인이 아닌 섹스 파트너였을 뿐이었다. 결국 그녀가 확인한 것은 그의 사랑이 아니라 현란한 테크닉이었던 셈이다.
물론 L 씨도 처음부터 그럴 의도는 아니었다. 지인의 소개를 받아 진지한 생각으로 만난 상대였다. 하지만 몸이 달아 남자에게 쉽게 허락하는 그녀를 보고 결혼하고픈 생각은 사라졌다. L 씨는 그녀와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따로 맞선을 봐서 결혼상대를 찾았다.
죄책감이 안 들었냐고? L 씨는 자신의 입으로 그녀에게 결혼 얘기를 한 적이 없었으므로 책임감 같은 건 없었다. 서로 원하는 것이니 그냥 즐긴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그렇다면 그녀는? 결혼을 생각했으니 깊은 관계를 허락한 것이고 마땅히 L 씨가 자신을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 섹스가 꼭 사랑이나 호감의 표현이란 법은 없다
어느 영화에선가 “여자는 남자를 사랑하고 더 알고 싶어질 때 섹스를 하지만 남자는 섹스를 하고 나서 사랑할 수 있을지를 판단한다”는 대사가 나온다. 위의 두 사람 역시 섹스에 대한 생각이 달랐다. 여자는 남자의 마음을 잡기 위해 섹스를 했고 남자는 여자가 거부하지 않으므로 섹스를 한 것이다.
진지한 관계를 원한다면 사랑보다 섹스가 먼저여서는 안 된다. 또한 사랑을 섹스로 확인하려 해서도 안 된다. 남자가 섹스를 원할 때 그것이 꼭 호감이나 사랑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 몸이 먼저 반응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 남자는 자기와 하루 만에 같이 잘 여자라면 다른 남자와도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남자들은 결혼상대를 고를 때 성적인 매력보다는 사회적 미덕을 더 중시한다. 남자들이 원하는 결혼상대는 다른 남자들이 쳐다보는 여자가 아니라 상사에게 자랑스럽게 소개시켜줄 수 있는 여자다. 말하자면 자신의 가치와 품격을 높여줄 수 있는 그런 여자 말이다.
이웅진 좋은만남 선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