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비문화도시 참여 주민들 “주민주도형문화사업…주민 대표인 의원이 막고 있어” 분통
[성주=일요신문] 성주주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만들어가는 문화체육관광부 문화도시사업의 140억 예산 확보가 성주군의회의 제동으로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성주군의회는 제253회 정례회 마지막 날인 지난 9일 문화도시사업관련 조례를 본회의에 상정했으나 군의원 8명의 전원 기권으로 최종부결됐다.
성주군은 지난해 문체부의 문화도시 조성사업에 신청했다. 갑작스러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발표로 짦은 시간 동안 보여준 주민들의 결속력과 자발적인 문화역량을 높이 평가받아 전국에서 군 단위로는 완도군과 함께 단 2곳만이 문화 예비도시로 선정됐다. 경북도에서는 포항시에 이어 두 번째다.
문체부에서 진행 중인 문화도시 조성 사업은 지역주민이 주도적으로 도시 문화 환경을 기획하고 지속적으로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포괄적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1년의 예비도시를 거쳐 최종평가 후 문화도시로 선정된 도시에는 5년간 예산 최대 200억원을 지원한다.
2차 문화도시 조성사업에는 12개 시·군이 예비문화도시로 선정됐으며 문화도시 최종심사는 다음달 5일 치러질 예정이다. 1년간 주민들의 자발적 문화활동 참여과정과 결과 및 관련 조례 제정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하고 최종 선정한다.2018년 1차 문화도시는 예비도시 10곳 중 7곳이 선정됐으나 성주군이 지원한 2차 문화도시는 예비도시 12곳 중 5곳만을 문화도시로 선정할 예정이어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현재 성주군의회는 관련 조례 제정에 대한 의지가 없어 감점이 예상되며 이로인해 문화도시 선정이 무산될 수 도 있다
지난 10월 24~31일 열린 성주문화도시큰잔치 폐막식에서 10개읍면 풍물패가 행진하는 모습(사진=성주문화도시추진단 제공)
성주문화도시추진단은 예비문화도시로 선정된 지난 1년간 ‘별의별실험실’이라는 공모사업을 통해 성주 44개 단체 1500여 명의 자발적 문화활동을 이끌어 내고, 지난 10월 24~31일 그 결과물을 지역 주민과 함께 곳곳에서 잔치 형식으로 공유해 타 예비도시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성주군의회는 연간 10억원씩 5년간 투자할 예산의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관련 조례를 부결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김경호 군의장은 “문화도시사업의 자세한 사항은 잘 모르겠으나 사업규모가 너무 크고 군비가 부담되기 때문에 기권할 수밖에 없었다”며 “차후 군의 재정이 나아지면 그때 사업을 다시 추진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타 시군이 사업비를 서로 받기 위해 지자체 예산을 투자해 가며 예비문화도시를 준비하고 있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질문하자 “7월에 간담회를 한 이후로 사업에 대한 설명을 안 해줬기 때문에 문화도시사업 조례에 대해서 잘 모르고 예산규모가 너무 크다”며 “인구 4만5000 성주군에서 문화사업 부문에 그만큼 큰 예산을 투자하는 것은 재정적 부담이 크다”고 답했다.
문화도시사업의 취지는 타당하기 때문에 반대표를 던지는 데에 큰 부담을 느낀 의원들은 전원 기권이라는 유례없는 방식을 선택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조례 부결이라는 소식을 들은 예비문화도시 참여 주민들은 “주민주도형문화사업을 주민의 대표인 의원이 막고 있다. 사드로 갈라진 민심을 화합하는 데 가장 좋은 것은 다양한 문화콘텐츠들을 자연스럽게 공유하는 것”이라며 “다른 시군은 받고 싶어 안달하는 140억이란 큰 예산으로 다양한 문화사업들을 시도하고 더 많은 군민이 함께 할 수 있는데 이를 반대한다는 게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더구나 의원들이 질의나 토론으로 어떤 사업인지 알아보려 하지도 않고 표결에서 전원 기권이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예비문화도시추진단과 주민들은 “성주군의회에 조례제정을 강력히 촉구하고 지속적으로 항의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3차 문화예비도시 공모에는 40여 개 시군이 지원했으며, 이미 상당한 지자체 예산을 투입해 문화도시사업단을 조성하고 센터와 조례를 만들어 예비도시로 선정되기 위해 각고의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미영 대구/경북 기자 ilyo0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