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이재오 특임장관, 김태호 국무총리 내정자, 김문수 경기지사, 오세훈 서울시장. |
물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여권 대권주자로 독보적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긴 하지만 최근 지지율이 정체되고 있어 이들 잠재적 친이계 주자들의 부상이 어떤 변수로 작용하게 될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친이계와 친박계의 마찰이 불가피한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 경쟁에서 박 전 대표는 필연적으로 친이 주자와의 ‘1차전’에서 승리해야 대선후보 자리에 올라설 수 있다. 반대로 친이계의 입장에선 본선 경쟁력과 함께 ‘박근혜 대항마’로서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은 주자를 눈에 불을 켜고 찾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이들 잠재적 친이 주자들 중 과연 누가 차기 대선가도에서 보다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을까. 최근 떠오르는 친이 대권잠룡들의 경쟁력을 다각도로 분석해 보았다.
잠재적 친이 주자들의 경쟁력을 분석하기 위해 이들의 강점(Strength), 약점(Weakness), 기회(Opportunity), 위협(Threat) 요인을 각각 짚어 보았다. 이들 앞 글자를 딴 ‘스워트’(SWOT) 분석은 기업에서 새로운 사업아이디어에 대한 내·외부 환경을 분석해 이를 토대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기법이다. 지난 2007년 대선 이전 여론조사전문업체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는 이 스워트 기법을 통해 당시 유력 대권주자들의 경쟁력을 진단하는 분석 자료를 펴내기도 했다(<17대 대선, 새로운 세력과 노선의 대충돌>-유북). 이 기법을 가지고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차기 친이 주자들의 경쟁력을 분석해보았다.
우선 이재오 의원의 최대 강점은 친이 주자로서의 ‘대표성’이다. 이 의원은 지난 18대 총선 당시 공천 파동으로 친박계와 깊은 갈등을 겪으면서 친이계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7·28 재보선에서 여유 있게 승리하며 원내로 복귀한 이 의원은 8·8 개각을 통해 특임장관에 발탁되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서의 입지를 재확인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윤희웅 조사분석실장은 “여권 내 핵심세력의 중심에 있는 이 의원은 강력한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는 강점이 있다. 이 점은 대권 경쟁구도가 전개되었을 때 한나라당 내 최대계파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위치를 확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정치적 부침을 겪으며 스스로 터득한 정치권에서의 생존 노하우도 치열한 혈투가 될 대권경쟁에서 유리한 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동시에 친이 주자로서의 대표성은 대권주자로서 약점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명박 정권 탄생의 일등공신으로 평가받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와 생명력을 같이하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한다. 이 점은 유권자들에게 변화와 참신함을 주기 어렵다는 것. 40대 후반인 김태호 총리 후보자의 부상으로 한나라당 내에 불고 있는 ‘세대교체론’의 분위기와도 거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이재오 의원에 대해 대권주자가 아닌 ‘킹메이커’로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본부장은 “대선주자라면 당내 경선을 넘어서 야당 후보를 이기기 위해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흡인력이 있어야 한다. 이재오 의원은 60대 중반의 적지 않은 나이 자체가 약점으로 볼 수 있는 데다 여론조사상 전국적인 대중성과 호응도도 높지 않다. 하지만 킹메이커로서 이재오 의원의 입지는 매우 확고하다. 그가 어떤 주자에게 힘을 실어주느냐에 따라 친이 대권주자가 결정될 수도 있다. 97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의 경선 승리를 도운 김윤환 의원과 같은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각을 통해 급부상한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는 가장 잠재력이 큰 잠룡으로 평가받는다. 현재로선 다른 주자들에 비해 인지도와 대중성이 낮다는 단점이 있으나, 총리직에 발탁되면서 향후 언론 노출빈도가 월등히 높을 것을 감안하면 현재의 낮은 인지도는 쉽게 극복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KSOI 윤희웅 실장은 “뒤늦게 대권후보군에 진입했지만 급부상할 수 있는 구도가 형성되었다. 한나라당 내의 ‘젊은 정치인론’ ‘세대교체론’과 맞물리면서 김 총리 후보자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친이계가 지원하게 될 경우 위상도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친이계의 지원을 받을 경우 친박계와 지속적인 갈등구도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점은 한계점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대립구도 속에서 김태호 후보자가 친이계 주자로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희웅 실장은 “여러 가지 강점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각을 통해 ‘대통령이 키우는 후보’라는 인상을 풍겨주었기 때문에 이 점은 부정적 이미지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내 ‘젊은 주자론’이 대선 시점까지 이어지고 김태호 총리 내정자가 총리직을 무난하게 수행한다면 폭발력은 더 커질 수도 있다. 이 점이 김 후보자가 가진 잠재력과 가능성이다. 반면 윤 실장은 “임기 말 총리가 대권주자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현 대통령과 각을 세워야 하는 필연적 운명을 갖고 있는데 이것이 가능할 것인지는 의문”이라며 김 내정자가 가지고 있는 한계상황을 지적했다.
김태호 총리 내정자의 등장으로 가장 긴장하고 있는 주자는 김문수 경기지사다. 김 지사는 지난 6·2 지방선거를 통해 재선에 성공하면서 대선가도의 일차 관문을 통과한 상황. 한나라당 내에서는 김 지사가 향후 친이 주자로 올라설 가능성을 거론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김 지사 역시 이를 대비해 이명박 대통령과 적절히 각을 세우면서 장기적인 대권플랜을 준비해왔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김태호 전 경남지사가 총리직에 전격 발탁되면서 김 지사로서는 고비를 맞은 셈. 이를 의식한 듯 김 지사는 김태호 전 지사의 총리직 발탁에 대해 “자고 일어나면 총리라고 나타나는데 누군지 모른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 지사의 경우 한나라당이 가지고 있는 보수색채를 희석시킬 수 있는 ‘개혁적 이미지’가 강점으로 꼽힌다. 또한 경기도를 지지기반으로 갖고 있다는 점 역시 대권주자로 중요한 전략적 근거지인 수도권 민심 확보에 도움이 된다는 평가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젊은 후보’임을 내세워 중도 및 진보 표심까지 끌어오려던 전략은 김태호 총리 후보자의 등장으로 더 이상 강점이 되지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친이계가 박근혜 전 대표와의 대결구도를 형성하는 데 수도권 지지기반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 향후 김 지사의 가능성을 언제든 높여줄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KSOI 윤희웅 실장은 “기존의 정몽준 전 대표, 정운찬 전 총리로는 박근혜 전 대표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김 지사가 가진 수도권에서의 지지기반은 친이계 입장에서는 상당히 매력적 요인이다. 영남권을 지지기반으로 하는 박근혜 전 대표와의 대결구도에서도 승산을 점쳐볼 수 있다. ‘김태호’라는 돌출변수가 생기긴 했지만 여전히 잠재 가능성이 매우 큰 주자”라고 설명했다. 또한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본부장은 “차기 대선은 미디어전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김문수 지사가 김태호 총리 내정자와의 ‘젊은 보수’ 이미지 대결에서 밀리게 될 경우 대권에 더 멀어지게 될 것이다. 이 점이 가장 큰 위험요인”이라고 전망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김태호 총리 내정자로 인해 상대적으로 입지가 좁아진 주자 중 한 명이다. 오 시장은 정권심판론이 극에 달했던 6·2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하면서 경쟁력을 검증받은 ‘젊은 후보’라는 강점을 갖고 있다. 오 시장은 당내에서 최근 불고 있는 차세대 정치인론과 맞물려 유력한 차기 대권후보군의 일원으로 거론되던 상황이나 ‘젊은 피’라는 이미지가 겹치는 김 내정자의 등장이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듯하다. 이와 관련해 KSOI 윤희웅 실장은 “최근 차세대 정치인에 대한 호감도 조사를 실시했는데 오세훈 시장이 월등한 기록으로 1위를 기록한 바 있다(박스기사 참고). 우리나라 대선은 대중의 바람에 의해 좌우되는 경향을 많이 보여 왔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는 기존의 박근혜 전 대표, 이재오 의원과 같은 고정 지지층이나 계파를 갖고 있는 인물보다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인물의 잠재력이 크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자의 등장으로 고비를 맞았지만 여전히 가능성이 큰 주자라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장·고대 출신’이라는 이명박 대통령과 ‘닮은 점’은 차기 대선주자로서 위험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본부장은 “이명박 정부가 잘했건 못했건 다음 대선은 이전 정권과 다른 변화 가능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특정 학벌이나 계층에 대한 연장선상에 있는 주자라는 이미지는 오 시장에게는 마이너스다. 대중들은 한 번은 허용하지만 두 번은 허용하지 않는 심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선 경쟁구도가 본격화될 경우 ‘오 시장이 이명박 대통령과 어떤 차별성을 보여줄 수 있느냐’ 하는 점이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내 지지기반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도 단점이다. KSOI 윤희웅 실장은 “친이와 친박 간 대결구도에서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 한다는 현실적 문제가 있고 그 과정에서 세력을 확장하는 데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여성 주자인 나경원 최고위원 또한 잠재적 친이 후보군으로 분류할 수 있다. 나경원 최고위원은 지난 전당대회를 통해서도 드러났듯 높은 대중성과 인지도가 최대 강점. 6·2 지방선거 당시 서울시장 예비후보로서 오세훈 후보와 치열한 경선을 거치면서 여권 잠룡 대열에 합류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나 위원이 ‘여성’이라는 점은 현실적 한계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정치컨설턴트는 “박근혜 전 대표가 여러 가지 강점에도 불구하고 여성이라는 점 때문에 대권주자로서 어려운 길을 걷고 있다. 대중들은 ‘여성 대통령’을 뽑는다면 그 첫 순위로 박 전 대표를 떠올릴 것이다. 차차기 즈음에는 여성 대권후보에 대한 인식이 나아질 수 있으나 다음 대선에서 박 전 대표를 넘을 수 있는 여성 주자가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
대중도 ‘젊은 주자’ 목마르다
최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는 차기 대권주자 지지도와 별개로 차세대 정치지도자로서 가장 호감 가는 인물이 누구인지에 대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그 결과 오세훈 시장이 29.6%로 월등히 높은 지지를 받았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오 시장에 이어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11.7%로 2위를 기록했고, 나경원 의원(4.6%), 안희정 충남지사(4.2%), 김두관 경남지사(4.0%), 원희룡 한나라당 사무총장(2.6%), 이광재 강원지사(2.5%) 등 순이었다. 특히 오 시장은 서울과 부산·울산·경남, 60세 이상, 한나라당 지지층,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긍정 평가층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아 대중들에게 한나라당의 유력한 차기 주자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가 하면 지난 8·8 개각을 앞두고 7월 초 실시된 미디어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시 국민들은 ‘차기 국무총리로 적합한 인물’을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58.5%가 ‘50대 후보’를 지지했고 ‘40대’가 17.1%를 기록한 데 비해 ‘60대’는 13.7%에 불과해 ‘젊은 총리’를 바라는 여론을 감지할 수 있었다. 또한 ‘차기 국무총리가 어떤 경력을 가진 인물이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행정경험이 있는 공무원이나 관료 출신’이 37.3%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은 바 있다. 40대의 도지사 출신 김태호 총리 후보자의 발탁은 이와 같은 여론에 부합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만약 박근혜 전 대표와 오세훈 시장, 김태호 후보자를 포함해 현 시점에서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를 하게 된다면 그 결과는 박 전 대표가 1위를 기록할 것이다. 하지만 근래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져 오랜 동안 회복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차세대 정치지도자’에 대한 대중들의 시선이 상대적으로 오세훈 시장으로 ‘쏠려’ 있고, ‘젊은 총리’를 바라는 여론 또한 높은 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한 정치분석가는 “대선이 아직 2년 가까이 남아있기 때문에 현재의 대선주자 지지도는 큰 의미가 없다. 김태호 총리 후보자가 차기 친이계 대선주자급으로 올라설지 친박 견제카드로만 활용될지 알 수 없으나 변화를 바라는 국민들의 열망은 언제든 새로운 주자를 부상시킬 가능성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