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판&부대찌개 브라더스(왼쪽)와 벨라빈스커피. 전영기 기자 yk000@ilyo.co.kr |
최근 창업시장에는 한 가지 메뉴를 선택, 전문성을 내세운 단일 아이템이 강세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전문성을 높여 소비자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자는 것이 단일 메뉴 전문점의 전략이다. 그러나 단점도 있게 마련이다. 손님들에게 전문성을 인정받기까지 다소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고, 소비자의 욕구는 변화무쌍한데 한 가지 메뉴만을 고집했다간 리스크가 오히려 커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메뉴를 마구잡이로 늘릴 수도 없는 일. 단일 메뉴 열풍 속에서 부메뉴를 추가, 두 가지 이상 아이템으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복합 메뉴 창업자들의 비결은 뭘까.
서울 송파구에서 샤브샤브 전문점을 운영 중인 강 아무개 씨(46). 점포가 골목 안에 위치해 입지 경쟁력이 다소 떨어지지만 음식점은 맛만 있으면 손님을 끌 수 있다고 생각, 야심차게 창업시장에 발을 내디뎠다. 새로운 음식점의 등장에 처음에는 손님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그런데 웬걸, 소위 ‘오픈발’이라고 하는 3개월이 지나자 매출이 눈에 띄게 줄기 시작했다.
권리금 인테리어 가맹비 등 적지 않은 돈을 투자했던 강 씨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러던 그의 눈에 인근에 위치한 김치찌개 전문점이 눈에 들어왔다. 점심시간이면 줄을 길게 늘어서는 광경에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곧 강 씨의 점포에는 ‘점심특선메뉴 김치찌개, 된장찌개’라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점심매출은 더욱 떨어졌고 강 씨는 결국 가게를 내놓고 말았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사장은 “단일 식사 메뉴 하나만 가지고도 대박을 낼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자리를 잡을 때까지 믿고 기다리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불안한 마음에 메뉴를 변형시키다보면 자기 색깔을 잃게 되고 결국 실패라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고 충고한다. 강 씨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샤브샤브 속에서 문제점을 찾아내고 단점을 보완했어야 하는데 생뚱맞은 김치찌개와 된장찌개의 등장으로 사람들에게 ‘얼마나 장사가 안됐으면…’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 것이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은 “메뉴 복합화의 경우 주 메뉴와 극단적으로 동떨어진 아이템은 피할 것”을 권한다. 예를 들어 카페에 고기 전문점을 접목한다면 색다르긴 하지만 시설 투자비가 만만치 않고 고기 굽는 냄새 때문에 카페 고객은 전부 등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 카페엔 조각 케이크를 추가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다. 본래의 색깔을 잃지 않고 매출 증대 효과까지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주의해야 할 점은 원래 메뉴의 매출 비중을 7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메뉴의 비중이 높아지면 자칫 매장의 정체성이 사라지고, 매출 하락의 이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서 ‘철판&부대찌개 브라더스’를 운영하고 있는 박철규(36), 안복경(34) 부부는 메뉴 복합화로 매출 상승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또 다른 외식 점포를 운영 중이라는 박 씨는 “기존 매장이 종업원 의존율이 너무 높아서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가 컸다. 적은 인력으로도 운영이 가능한 아이템을 찾다가 부대찌개를 선택했고 주변 경쟁 점포와는 다른 뭔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추가 메뉴를 들여놨다”고 설명했다.
박 씨 부부는 부대찌개와 철판요리를 주 메뉴로 내세우는 동시에 막걸리 바(bar)를 설치, 주류 매출 상승을 도모하고 매장 한편에 테이크아웃이 가능한 카페테리아 공간을 마련, 음료 판매 수익까지 거두고 있다. 또 매장이 오피스 상권임을 감안, 도시락 판매까지 병행하고 있다.
현재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부대찌개와 철판요리(60~70%). 다음으로 주류(10~20%), 커피(10%)와 도시락(10% 이하)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겉으로 봐서는 손이 많이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대별로 찾는 메뉴가 정해져 있어 운영에 큰 어려움은 없는 편이라고. 각자의 장점에 따라 역할도 분담했다. 주방 및 조리는 남편인 박 씨가, 홀은 부인인 안 씨가 맡고 있다.
물론 이러한 매출 다변화 전략이 처음부터 성공을 거운 것은 아니다. 식사를 위해 들어왔다가 막걸리 바를 보고 주점인줄 알고 깜짝 놀란 손님, 반대로 술을 마시려고 찾았다가 식사 중인 사람들을 보고 나가려던 손님 등 초기에는 다소 혼란스러운 모습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식사와 술을 깔끔한 공간에서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곳이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손님들이 점차 늘어났단다. 커피와 도시락 매출은 아직 큰 편은 아니지만 이용객이 서서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손님 1인당 객단가는 8500원 선으로 109㎡(33평) 규모의 점포에서 현재 월평균 매출은 3000만 원, 수익률 28% 정도를 기록하고 있단다.
서울 남부터미널 인근 건물 1층에서 132㎡(40평) 규모의 커피전문점 ‘벨라빈스커피’를 운영하는 김봉수 씨(49)도 복합 메뉴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평소 카페 창업에 관심이 많았다는 김 씨는 22년간 근무한 자동차 관련 연구소를 그만둔 직후 본격적으로 창업시장에 뛰어들었다. 그의 점포 인근에는 오피스뿐만 아니라 호텔과 아파트 등이 형성되어 있어 고객층이 풍부한 편이었지만 프리미엄 커피 전문 브랜드들이 상당수 입점해 있어 경쟁이 치열한 상황.
그는 우선 인테리어로 소비자의 시선 사로잡기에 나섰다. 18개의 테이블과 56개의 좌석 모두 고가구에 쓰이는 재목을 사용, 따뜻하고 아늑한 느낌이 들도록 한 것. 여기에 자연주의의 콘셉트를 강조해 매장 내의 기둥을 고목나무로 시공, 고객들이 도심 속 오아시스를 찾는 느낌으로 자연을 즐길 수 있도록 연출했다고 한다. 다양한 행사도 준비했다. 개업 때 시음회를 진행하고 여성 방문객에게는 커피전문점 로고가 들어간 손거울을, 1만 원 이상 주문 고객에게는 머그컵을 증정하는 등 적극적인 손님 끌어오기에 나섰다.
메뉴에도 다양성을 추구했다. 커피 외에 4000~5000원 대의 계절 과일 음료, 녹차, 재스민, 루이부스, 허브호지 등의 티 메뉴와 2000~4000원 대의 번과 와플, 빵과 케이크 등 다양한 서브 메뉴를 구성한 것. 또 예쁘고 맛있는 디저트에 관심이 많은 젊은 직장 여성들을 타깃으로 ‘스위트&벨라빈스’라는 젤리&캔디 판매 부스를 마련, 부가 수입 창출에 나섰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현재 한 달 평균 800만 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 이 중 디저트를 통한 수익이 35% 정도를 차지한다고.
김 씨는 “카페에서 커피만으로 손님을 사로잡기에는 한계가 있다. 물론 맛있는 커피는 기본이어야 한다. 이와 함께 다른 곳에는 없는 특별한 메뉴를 준비하면 다른 곳으로 가려는 손님의 발걸음까지 사로잡을 수 있다. 여기에 분위기 있는 인테리어와 친절한 서비스가 뒷받침되면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