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통일세’를 언급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휴전선. |
북한보다 경제사정이 나았던 동독과 통일한 서독의 경우 1990년부터 2009년까지 동독지역에 무려 2조 유로를 쏟아 부었다. 우리 돈으로 2000조 원이 넘는 액수다. 한국도 통일이 될 경우 투자해야 할 돈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미국 랜드연구소는 남북한 통일시 통일비용을 최저 620억 달러(72조 5000억 원)에서 최고 1조 7000억 달러(2000조 원)로 예상했다. 한국조세연구원은 국내총생산(GDP)의 7∼12%가 들 것으로 예상했는데 한국의 GDP가 1000조 원임을 감안하면 70조∼120조 원가량 소요된다는 것이다. 액수가 연구기관마다 10배 이상 차이가 나지만 어떻든 천문학적인 금액이 들어갈 것이라는 점은 명약관화하다.
그렇다면 만약 통일세가 부과된다면 국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 통일세를 부과한다면 가장 유력한 것이 부가가치세 인상안이다. 우리나라의 부가세는 1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일본 다음으로 낮고, OECD 평균(17%)보다도 낮다. 정부 일각에서 부가세를 점진적으로 3~4%포인트(p) 올리는 것을 가장 현실성 있는 안으로 꼽는 이유다.
부가세 세율을 2%p 올리면 연간 세수가 약 10조 원 늘어난다고 한다. 4%p를 올리면 연간 20조 원의 세수가 증가하는 셈이다. 올해 2분기 전국 전 가구의 월 평균 소비지출은 221만 1270원이었다. 부가세가 물품가격의 10%라는 점을 고려해 단순 계산하면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부가세는 20만 원 정도다. 따라서 만약 부가세가 4%p 늘어날 경우 추가 부담은 월 평균 8만 원 정도가 된다.
서민들 입장에 한 달에 8만 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다. 또 부가세는 누구에게나 부과되기 때문에 저소득층의 부담이 고소득층보다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문제가 있다. 한나라당이 통일세 문제에 반발하는 것도 이러한 논의 자체가 친서민 정책을 좌초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방안으로 거론되는 것은 법인세를 높이는 방안이다. 법인세의 경우 1%p 증가할 때마다 연간 1조 1000억 원 정도 세수가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통일이 기업 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법인세 인상 명분도 있다. 실제 독일의 경우 통일 직후인 1991년에 법인세를 7.5%p 인상했다. 그렇지만 ‘기업 프렌들리’를 내세우고 법인세 인하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이 정부에서 법인세 인상을 택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는 정권 초기 25%였던 법인세 최고세율을 20%까지 낮추겠다고 공약하고 실제로 22%까지 인하했다.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법인세 최고세율 추가 인하를 2012년까지 유예하기로 했지만 법인세 인하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국유지를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2009년 말 현재 국유지 면적은 2만 3891㎢로 경기도의 2.3배, 서울시의 40배 정도 된다. 전체 국토면적과 비교하면 23.9%에 해당한다. 이중 무상으로 사용되는 국유지는 279㎢로, 유상으로 돌릴 경우 예상 수익이 11조 3160억 원이나 된다. 정부 관계자는 “이러한 무상사용을 유상으로 돌리고 불필요한 국유지를 매각하거나 담보로 통일채권을 발행하면 부가세 인상이나 법인세 인상안에 비해 국민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정부의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김서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