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지자체 대상 U-city 전략을 발표한 핸디소프트. |
지난 1991년 창업한 코스닥 상장기업 핸디소프트는 국내 토종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이름을 널리 알린 곳이다. 핸디소프트에서 개발한 그룹웨어 솔루션은 지금도 정부부처 및 공공기관 등에서 애용하는 전자결재 시스템이다. 비록 2009년 이후 지속적인 수익모델 창출 부진과 실적 악화가 겹쳐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는 악재를 겪어오기는 했지만 잠재성장력만큼은 상당한 기대를 모았던 곳이다.
그런데 지난 8월 2일 한국거래소가 갑작스럽게 핸디소프트의 매매거래 정지를 공시하며 투자자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실질 사주인 이상필 씨가 290억 원(자기자본 대비 69.8%)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 기소됨에 따라 회사의 횡령 규모가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하는지 결정할 때까지 매매거래를 정지시킨다는 이유였다.
검찰이 밝힌 핸디소프트 내부 횡령 행각은 2009년 7월부터 12월까지 핸디소프트가 몽골 법인 M 사 지분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핸디소프트는 지난 2009년 12월 몽골 구리광산 광권을 보유한 M 사 지분 51%를 인수한 후 본격적으로 광물 사업에 뛰어들 것이라고 공시했다.
M 사 인수는 그간 코스닥시장에서 부진을 겪던 핸디소프트에 다시금 활력을 불어넣었다. 지난 6월 24일 ‘M 사가 보유하고 있던 광권을 생산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몽골 정부의 심의를 받고 있다’고 밝히면서 핸디소프트의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폭등해 종가 1215원을 기록했다(전일 1125원). 이후 연일 하락세를 보이던 핸디소프트 주가는 지난 7월 30일 구리가격이 3개월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종가 785원으로 다시 한 차례 급등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 조사 결과 M 사는 이 씨가 100만 원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에 가까운 회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M 사가 실제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광권의 실체도 애초에 탐사만 실행할 수 있는 권리였을 뿐, 제대로 된 가치평가조차 받지 않은 것이었다. M 사 지분 인수를 위해 3개월 동안 핸디소프트사에서 지출된 서류상 금액은 총 290억 원이었지만 실제로는 단 한 푼도 건네지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자금은 모두 이 씨에게 흘러들어간 셈이다.
검찰 수사 결과 이 씨는 이렇게 조성한 횡령 자금으로 2009년 12월 핸디소프트의 유상증자 과정에서 투자금 마련을 위해 사채업자로부터 빌린 돈을 갚는 데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핸디소프트 인수 과정에서 이 씨가 사용한 금원 및 이자를 갚고 이 씨가 실사주로 있던 또 다른 코스닥 상장사 ㈜인네트의 경영자금으로 모두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이 씨의 횡령 혐의가 드러나면서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김석우)는 지난 7월 8일 핸디소프트 실제 사주 이 씨 및 내부 공모자 등 3명을 구속기소했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사채업자 출신인 이 씨는 대리인을 내세워 기업을 사냥하는 유명 기업 사냥꾼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번 횡령 사건은 일개 기업 사냥꾼에 의해 한 기업이 엄청난 피해를 본 정도로만 알려졌다.
그런데 지난 8월 13일 검찰이 전직 대표이사 윤 아무개 씨를 구속기소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수사 결과 이번 횡령 사건의 배후에 윤 대표의 내부 공모가 있었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가 횡령한 자금 중 상당 금원이 윤 대표이사 개인 자금으로 흘러들어간 정황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그간 윤 대표는 핸디소프트가 횡령 의혹으로 검찰 내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불거지고 실제 사주로 알려진 이 씨가 구속 기소된 이후에도 ‘공격경영’을 선언하며 태연한 모습을 보여 왔다. 실제 윤 대표는 지난 7월 중순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해외 자원 개발 투자와 관련해 검찰 내사 중이지만 소프트웨어(SW) 영업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며 “올해 상반기에 시의 적절한 SW 투자와 다양한 지원을 통해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뒀으며 하반기에도 적극적인 시장 전략을 통해 매출 목표 달성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후 7월 29일 윤 대표가 물러나고 이상복 전 삼성전자 마케팅실 그룹장이 대표이사에 앉았을 당시에도 핸디소프트는 “일신상의 사유로 윤 대표이사가 물러났다”고만 전했다. 하지만 이는 검찰이 7월 28일 윤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집행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현재 핸디소프트의 상장폐지 결정 여부를 심사 중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일부 코스닥 상장사들 사이에서 빚어진 빈번한 횡령 사건으로 검찰 조사가 이어지자 코스닥 무용론까지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