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KBS 한국인의 밥상
오랜 세월을 담아 더 깊어진다. 어머니의 사랑과 함께 익어가는 맛. 젓갈과 무짠지, 묵은지와 식해까지 울 엄마 손맛이 스며든 한겨울의 정겨운 한 상. 추위를 녹이는 온기 한 그릇을 맛본다.
충남 서산 가로림만에 자리한 갯벌에서는 제철 맞은 굴 따기가 한창이다.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아가며 부지런히 일하는 어머니는 이복순 씨.
굴을 따고 무거운 굴 덩어리를 오래된 물지게로 지고 나르다 보면 금세 하루가 간다. 복순 씨는 50년이 넘는 긴 세월을 갯벌에서 보냈다.
갯벌과 바다 일이 복순 씨의 6남매를 키운 셈이다. 10년 전 남편을 먼저 보내고 자식들 챙기기에 여념 없는 복순 씨는 굴을 캐서 손주들 용돈도 주고 맛있는 것도 사 먹는단다. ‘
’삶의 현장‘이자 먹을거리를 한없이 내어주는 고마운 갯벌이지만 자식들에게만큼은 고된 일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는 복순 씨. 둘째 딸 조시연 씨는 겨울이 되면 어머니가 집에서 혼자 외롭지 않을까 더욱더 걱정이다. 어머니와 딸, 서로를 향한 마음을 담은 한 상을 만나본다.
스물네 살에 시집와 바다를 처음 보았다는 복순 씨. 당시에는 젓갈이 낯선 음식이었지만 지금은 젓갈을 누구보다 맛있게 담근단다.
소금에 절여 둔 굴과 조개, 낙지를 매콤한 양념에 무쳐내면 어리굴젓 무침, 조개젓 무침, 낙지젓 무침 완성이다.
김장하고 남은 자투리 채소를 모아 게를 넣고 담그는 게국지는 변변한 찬거리가 없던 시절 가족들의 겨울 밥상을 책임지던 옛 어머니들의 지혜. 한 달 정도 숙성시킨 게국지는 찌개, 국처럼 끓여 먹는데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해풍에 말려 둔 망둥이는 간장양념을 얹어 조리면 고소하고 쫄깃한 밥도둑이 된다. 바지락과 무를 넣어 시원하게 우려낸 국물에 갯벌에서 잡아 온 싱싱한 낙지를 넣고 끓인 바지락 낙지탕은 갯벌에서 언 몸을 녹이는 겨울 보양식이다.
한편 이날 방송에는 포항 죽도시장에서 3대째 돔배기 가게를 운영하는 김경만 씨 가족이 출연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