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5월 박근혜 전 대표가 미국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 초청 강연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를 방문, 환영나온 교민들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
법 개정으로 새로 참정권을 얻게 되는 이들 재외국민 유권자 수는 전 세계적으로 240만 명에 가까운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난 15, 16대 대통령 선거에서 수십 만 표로 인해 당락이 갈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외국민 유권자들은 각 당은 물론 차기 대권주자들에게도 결코 놓칠 수 없는 표밭이다. 이미 정치권에선 여야 모두 이들의 표심을 끌어 모으기 위한 대비책 마련에 들어간 상태. 과연 차기 총선과 대선에서 재외국민의 표심이 어느 정도의 변수가 될지, 이에 대한 각 당과 잠룡들의 대책은 무엇인지 들여다보았다.
재외국민의 참정권 부여에 대한 논의는 오랜 동안 국회에서 진행돼 왔다. 지난 17대 대선(2007년 12월 19일)에서도 관련 법률의 통과 여부를 두고 각 당이 논란을 벌였지만, 결국 통과된 것은 지난해 2월. 이 법이 실제로 적용되는 것은 오는 2012년 총선과 대선부터다. 통계청의 집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재외동포 중 한국국적을 가지고 있는 재외국민의 숫자는 300여 만 명에 이르고 이중 19세 이상의 유권자가 240만 명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 선거전문가는 “대선의 경우 양자대결 구도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고, 박빙의 승부전이 펼쳐진다면 재외국민의 표심이 캐스팅 보트의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여야 각 당에서도 이들 ‘미지의 표심’을 끌어들이기 위한 대비책 마련에 들어간 상황이다. 우선 한나라당은 당 내에 있는 재외국민협력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해외지역 표심관리를 이끌어가고 있다. 안경률 전 사무총장이 위원장을 맡다가 최근 조진형 의원이 위원장직을 넘겨받았다. 새로 위원장을 맡게 된 조진형 의원은 지난해 국회 정치개혁 특별위원장으로서 재외국민투표 관련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기도 하다.
조진형 의원 측은 “지난 8월 21일 총선이 치러진 호주의 재외국민 투표 현황을 참관하기 위해 주한 호주대사관을 방문했었다. 호주의 경우 유권자 등록이 온라인으로도 가능하고 우편 투표도 가능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불편한 점이 많다.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한나라당의 유력 대권후보인 박근혜 전 대표에게도 해외유권자 표심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박 전 대표는 그간 앞장서서 재외국민들의 참정권 회복을 위해 노력해온 주자였다. 특히 박 전 대표는 보수 표심이 많은 데다 재외 유권자 수가 중국 다음으로 많은 것으로 알려진 미국 지역 표심 잡기에 주력해왔다. 지난해 5월 박 전 대표는 친박계 의원 8명과 함께 일주일간 미국에 방문했는데 그중 중요 일정은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진 교민간담회였다. 동행한 의원들도 수도권, 영남은 물론 호남 지역 출신 인사들까지 포함돼 있어 현지 교민들과의 ‘교류’에 세심한 신경을 썼다. 당시 동행한 측근 의원들도 “교포들과 만나는 것이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이라며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두고 있는 행보임을 밝힌 바 있다. 박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재외국민 참정권 법안은 박 전 대표가 당대표 시절 적극적으로 주장한 바 있기도 하고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월 한 언론사가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미국 내 재외국민의 한나라당 지지도가 40.5%로 민주당(14.2%)을 크게 앞섰고, 일본의 경우에도 한나라당(40.2%)이 민주당 지지율(13.3%)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또한 지난 대선 이전 LA 지역을 중심으로 한 현지 여론은 이명박 대통령에 비해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 성향이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당시 재외국민의 투표가 가능했다면 박근혜 전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에 비해 경쟁력이 높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정·재계 인맥이 두터운 정몽준 전 대표 역시 해외조직 관리를 잘해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 특사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했던 정 전 대표는 지난해 6월 한·미 정상회담에도 안경률 의원과 함께 이 대통령을 특별수행하기도 했다. 한 정치평론가는 “정 전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차기 대권주자로서 입지가 약화되었지만 스포츠 외교와 기업인 활동으로 해외 유권자들에게 인지도가 높다는 점은 차기 대선에서 그의 입지를 강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 지난 5월 뉴욕교민간담회를 가진 이재오 당시 국민권익위원장. 연합뉴스 |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경우엔 재외동포 유권자의 중요성을 절감하지만 현직 광역자치단체장으로서 해외로까지 눈길을 돌리기 어려운 입장. 다만 투자 유치나 협정 체결 등 해외 비즈니스를 통해서 자신의 이름을 재외국민들에게 알리는 데 만족하고 있다.
그동안 한나라당에 비해 해외유권자 공략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민주당도 해외동포 표심을 얻기 위한 대비책 마련에 분주하다. 동포들이 많은 미주와 일본 지역에 보수층 유권자들이 많은 것으로 분석되면서 재외국민 참정권을 허용한 법안이 민주당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민주당은 교민 1세대와 2세대의 성향이 다른 것으로 보고 젊은 세대인 유학생들이 대거 투표에 참여한다면 야당이 결코 불리하지 않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또한 비교적 진보성향이 강한 중국 지역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적극적 표심 흡수 전략을 마련할 계획이다.
현재 민주당 재외동포사업 추진단장을 맡고 있는 김성곤 의원이 재외동포들의 힘을 모으기 위해 ‘세계한인민주회의’ 창립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10월 3일 전당대회를 거쳐 4일 공식 발족할 예정. 김 의원은 지난 7월 3주간에 걸 뉴욕, LA, 워싱턴, 토론토 등 북미주 10개 도시를 방문하기도 했다. 김 의원 측은 “민주당의 가치에 동조하는 재외동포를 중심으로 한 자문기구다. 현재 선거법상 정당의 해외지부를 둘 수 없기 때문에 조직을 만들 수는 없다. 선거운동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올해 내로 정치개혁특위를 구성해 정당의 해외기부 문제, 선거운동 활성화 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손학규 상임고문, 정동영 의원 등 민주당 내 유력 대권주자들의 경우 아직까지 재외국민을 위한 전략을 구체적으로 세우진 못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뉴욕 한인회장 출신 박지원 비상대책위 대표가 미주 지역에 탄탄한 인맥을 구축하고 있어 국내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상당한 정보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격적인 대권 레이스가 펼쳐질 경우 미국 교민사회에도 영향력 있는 ‘킹메이커’로서 박 대표의 주가가 오를 것으로 점쳐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 중앙선관위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19세 이상 재외국민 240만 명 가운데 약 167만 명(70%)가량이 선거인 등록을 신청하고, 실제 투표에서는 134만 명(등록자의 80%) 정도가 참여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대선이 다가오면서 국내 정치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 더 커질 가능성이 높은 수치다. 지난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각각 39만여 표, 57만여 표로 승부가 갈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예상수치인 134만 표는 상당한 위력을 가질 수 있는 숫자인 것.
이와 관련, 중앙선관위는 오는 11월 14~15일 미국, 일본, 중국 등 전 세계 26개 공관에서 모의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중앙선관위 재외선거국 서양규 사무관은 “총 7500명의 모의선거인을 대상으로 투표를 실시하고 11월 24일 개표과정까지 시뮬레이션을 해볼 예정이다. 모의투표를 통해 재외국민들에게 상당한 홍보효과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
훗날을 기약하며…눈도장 꾹?
권 여사는 지난 7월 6일 미국을 방문해 한 달 가까이 머무르다가 8월 3일 귀국했다. 권 여사는 이번 미국 방문 목적으로 아들 노건호 씨 부부를 만나기 위해서였다고 밝혔으나, 미국 일정에는 노무현 재단 해외온라인위원회 북미지역 대표들과 접견하고 회원들의 활동을 격려하는 등의 행보가 포함되어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또한 이번 방문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인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부부와 조기숙 해외온라인위원회 위원장도 동행한 것으로 알려져, 일각에서 “북미 지역의 ‘노사모’ 지지자들을 독려하고 훗날을 위한 대비를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김두관 경남지사, 안희정 충남지사, 이광재 강원지사 등 친노 인사들이 대거 지자체장에 당선된 점과 권 여사의 방미 행보를 연관 지어 바라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친노 세력이 2012년 대선에서 다시금 ‘노풍’이 불기를 희망하며 그 준비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참여정부 시절 활동했던 친노 인사들도 최근 정치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최인호 전 청와대 비서관은 9월 중순 경선이 예정된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 출마 선언을 했고, 공석인 부산 사하갑 당원협의회 위원장 공모에도 응시했다.
또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정재성 변호사도 공석인 부산 서구 당협위원장 공모에 응모했다. 더구나 정 변호사가 정치활동에 직접적으로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그 결과와 향후 여파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