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서 담뱃값 인상 추진을 발표하고, 질병관리본부가 보고서를 통해 담뱃값을 8000원으로 올려야 국내 흡연율이 선진국 수준인 30%대로 줄어들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담뱃값 인상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항상 담뱃값 인상이 논란을 빚는 것은 담뱃값 인상이 원자재 값 상승분을 반영하는 것이 아닌 세금이나 부담금 인상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로서는 손쉽게 세금이나 부담금을 거둘 수 있어서 좋지만 애연가들 입장에서는 배보다 큰 배꼽인 세금과 부담금 때문에 애가 탄다.
현재 담배 한 갑당 부과되는 세금은 담배소비세 641원, 지방교육세 320.5원, 국민건강증진기금 354원, 폐기물부담금 7원과 부가가치세 10%다. 즉 2000원짜리 담배는 77.5%가 세금이고, 2500원짜리는 62%, 4000원짜리는 42.4%가 세금이다. 담배를 하루 1갑씩 피우는 흡연자라면 1년 동안 56만 원가량의 세금을 간접적으로 부담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담배를 피우는 주 계층이 서민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각종 감세정책과 재정확대 정책으로 재정적자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자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외부불경제 품목, 즉 술이나 담배의 소비세 인상이 검토 대상이 될 것”이라며 담배 관련 세금 인상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부자 감세에 따른 세입 감소를 담배 소비세 인상으로 메우려 한다는 비난이 쏟아지면서 없던 일이 됐다. 올해도 초기에 담배 소비세 인상 얘기가 다시 나오는 듯했으나 친 서민 기조에 물밑으로 가라앉았다. 지난 8월 23일 발표한 ‘2010년 세제개편안’에는 담배와 관련한 것은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청와대와 복지부 쪽에서 인상안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의 보고서나 지난 7월 초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담배에 조세를 부과해 확보된 재원으로 건강증진사업을 수행해야 한다는 연구결과를 낸 것이 사전 ‘바람잡이’로 평가된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청와대에 책임을 지라는 반응이고, 재정부는 복지부로 공을 넘기는 분위기다.
한나라당 고흥길 정책위의장은 지난 1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담뱃값을 8000원으로 올린다는 얘기가 나왔는데, 당·정 간 전혀 논의된 바가 없다”며 “담뱃값 인상이 고소득층보다 서민층에 주는 부담이 크다는 점에서 급격한 인상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도 “세금을 통해 담뱃값을 올리거나 하는 방안은 전혀 검토되지 않았고, 검토되고 있지도 않다”면서 “만약 담뱃값 인상이 이뤄진다면 국민건강증진기금을 올리는 것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복지부에서는 산하단체에서 발표한 내용이라며 가타부타 언급이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과거 담뱃값 인상론을 주장해 온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이 내정됐다는 점에서 올해도 이를 둘러싼 논란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김서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