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 동갑내기 부부인 K 씨와 L 씨. 결혼 5년차인 이 부부는 나이가 같은 것 외에는 닮은 점이 거의 없다. K 씨는 성격이 꼼꼼하고 소심한 남성인 데 비해 L 씨는 통이 크고 활달한 여성이다.
L 씨는 연애시절 자신과는 많이 다른 남편의 성격이 좋았다. 덜렁대는 자신을 잘 돌봐주는 자상하고 섬세한 면이 주변의 다른 어떤 남자들과도 달랐다. 게다가 술을 좋아하지 않는 점도 큰 점수를 준 부분이었다. 아버지의 술 취한 모습을 매일 보며 자란 그녀는 절대 술 마시지 않는 남자와 결혼하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혼 후 몇 개월이 지나면서 남편에 대한 환상이 깨지기 시작했다. 그는 술 담배나 잡기엔 관심이 없고 딱히 흠잡을 데 없었지만, 바로 그런 점으로 인해 그녀와 갈등이 생겼다. 별다른 취미나 관심사가 없고 대인관계도 한정적이다 보니 함께 사는 그녀에게 집착했던 것이다.
게다가 실수를 안 하는 성격이다 보니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에 대해 일일이 따지고 들었다. 완벽을 추구하는 건 좋지만 모든 일에 계획적이다 보니 기분이 나서 즉흥적으로 뭘 하는 것도 싫어했다. 술이라도 한잔하면서 답답한 마음을 풀고도 싶었지만 남편은 그것도 이해하지 못했다.
얼마 전에는 시어머니 성함을 잘못 말했다가 “며느리가 돼서 그것도 모르느냐”고 면박을 당했다. 화가 난 그녀는 “당신이 시어머니냐. 그럴 수도 있는 거지, 왜 사사건건 문제를 만드느냐”고 소리를 질렀다.
왜 남편은 자기 기준으로만 모든 것을 판단하는지, 왜 한 번쯤은 이해해줄 수 없는 건지, 그녀는 모두를 힘들게 만드는 남편의 완벽주의에 점점 지쳐갔다.
♥ 서로 다른 부분을 조화롭게 극복하는 것이 결혼의 과제
이대로 간다면 이 부부의 결혼생활은 위태롭다. L 씨는 남편에게 무조건 항변하지 말고 타협점을 제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나도 실수를 줄여볼 테니 당신도 내 실수에 좀 관대해져 달라”는 식으로 말이다.
자기 관리에 철저하고 완벽을 추구하는 남자가 멋있어 보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렇게 사는 건 자신의 인생관일 뿐, 그것을 남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 부부관계도 인간관계의 일부다. 상호작용을 하다 보면 긴장감이 쌓인다. 함께 사는 사람들이니 맞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이에 대한 스트레스가 다른 경우보다 더 크다.
그래서 결혼생활 역시 숨통이 트일 만한 통로가 필요하다. 그게 술이 될 수도, 스포츠가 될 수도, 아니면 수다가 될 수도 있다. 단, 부부가 함께해야 한다는 전제 하에서만. 그러면서 서로에게 쌓인 불만이나 문제점을 자연스럽게 표출하고 해소하게 되는 것이다.
행복한 부부관계 만들기는 서로 다른 부분을 어떻게 조화롭게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상대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받아주는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의 모든 것을 이해해 주리라는 건 착각이다. 그런 착각에서 벗어나는 것, 그리고 어떻게든 서로에게 적응하는 것, 이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만 결혼생활은 안정될 수 있다.
이웅진 좋은만남 선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