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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7월 14일 제11차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이상득 의원(왼쪽)과 정두언 의원. 이날 두 사람은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행사에 참여했다.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
김태호 전 총리후보자가 청문회에서 낙마한 이후 정가의 시선은 차기 총리가 누가 될지에 쏠리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추석 연휴 전까지 총리를 임명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각계로부터 올라온 인사 보고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벌써부터 몇몇 후보자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 관계자들은 청문회 통과를 위한 ‘도덕성’이 총리발탁의 최우선 기준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최종결정은 인사권자인 이 대통령 ‘몫’이겠지만 정치권에서는 총리 인선을 ‘파워게임’의 연장선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정운찬 전 총리나 김태호 전 후보자 역시 여권 주류의 특정 세력이 지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권 내에서 차기 총리를 놓고 각 계파 간 갈등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최근 뜨거운 공방을 벌이고 있는 ‘형님권력’과 소장파의 기 싸움이 관심사다. 총리 인사를 둘러싼 여권의 물밑 신경전을 들춰봤다.
“깜짝 인사는 없을 것이다.”
얼마 전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가 기자들과의 비공식 만남에서 오프를 전제로 던진 말이다. 그는 “솔직히 시간이 없다. 정권 출범 이후 한 번 이상 검증을 했던 인사들을 중심으로 고르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지난 8월 30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오랜 기간 공석으로 둘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에서 인사 업무를 맡고 있는 한 관계자는 “청문회에서 공직 후보자들이 곤욕을 치르는 장면을 본 이 대통령이 더욱 엄격한 인사기준을 만들라고 지시했는데 그게 하루 이틀 해서 될 것은 아니지 않느냐”면서 “추석 전에 총리를 발표하려면 어쩔 수 없이 인사스크린이 어느 정도 진행됐거나 예전에 청문회를 통과했던 분을 임명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청와대는 이미 3~4배수로 후보자들을 압축해 놓고 막바지 인선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다. 앞서의 청와대 인사 관계자는 “청문회를 통과하는 게 목표”라면서 “야권도 ‘국정 발목잡기’라는 일부 여론이 있는 만큼 이번에는 무난하게 동의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민주당에서는 위장전입 병역기피 부동산투기 탈세, 이른바 ‘4대 의혹’ 중 하나라도 걸려 있는 후보자라면 또 다시 낙마시킬 것이라고 벼르고 있는 상태다.
청와대도 이러한 민주당 기류를 감지하고 ‘도덕성’을 철저하게 체크하고 있다. 실제로 몇몇 언론에서 총리 하마평에 빠짐없이 거론되던 정부부처의 전직 고위 관료는 최근 청와대 검증 작업에서 위장전입을 한 사례가 적발돼 후보 리스트에서 이름이 빠졌다고 한다. 또한 정운찬 전 총리와 김태호 전 후보자가 ‘차기 주자’로 떠오르며 야권은 물론 여권 내에서도 견제를 받았다는 것을 감안해 대권주자군이 아닌 ‘관리형’ 인사를 발탁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정치인보다는 관료 혹은 법조인 출신들의 기용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지난 2002년 고 김대중 대통령 역시 장상·장대환 후보자가 연속으로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자 사회적으로 신망이 높던 김석수 전 대법관을 총리로 발탁한 바 있다.
이처럼 청와대가 후임 총리 인선작업에 고삐를 죄자 집권당 한나라당도 분주해졌다. ‘총리직에 누가 오르느냐’를 놓고 각 계파 간 명암이 엇갈릴 수 있기 때문. 이명박 정부 들어 두 명의 총리가 임명됐었는데 한승수 전 총리는 이 대통령 ‘형님’ 이상득 의원 쪽에서 적극 밀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한 전 총리 뒤를 이은 정운찬 전 총리는 이 의원과 ‘상극’인 소장파 후원을 받았다. ‘40대 총리’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등장했던 김태호 전 후보자의 경우 소장파가 천거를 하긴 했지만 이 의원 역시 긍정적인 스탠스를 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총리직을 놓고 벌인 싸움에서 지금까지는 ‘무승부’를 기록한 셈이다. 결국 이번 총리 인사로 양측의 승패가 정해질 가능성이 큰데, 최근 ‘민간인 사찰’ 등을 놓고 형님세력과 소장파가 진검승부를 벌이고 있어 그 열기는 어느 때보다 뜨거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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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무제 전 대법관(왼쪽)과 김황식 감사원장. | ||
특히 소장파는 총리 인사에 더욱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소장파는 8·8개각 이후 치러진 인사청문회에서 한나라당 계파 중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상득 의원과 가까운 이현동 국세청장은 논문표절 위장전입에도 불구하고 청문회를 통과했고, ‘노무현 차명계좌’ 발언으로 일찌감치 야권의 타깃이었던 조현오 경찰청장 역시 우여곡절 끝에 임명장을 받았다. 조 청장은 이재오 의원과 남다른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이재오계로 분류되는 진수희 의원(보건복지부 장관)과 친박계 유정복 의원(농림수산식품부 장관)도 별 탈 없이 청문회를 넘겼다. 그러나 소장파 성향으로 분류되는 신재민 문화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청문회 벽을 넘지 못했다. 또한 김태호 전 후보자를 처음 지지한 세력도 소장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호석정치연구소’의 윤호석 소장은 “2007년 경선캠프 때부터 줄곧 ‘형님’세력에 밀려왔던 소장파가 이번에도 ‘물’을 먹은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소장파로선 총리 인사에서 목소리를 어느 정도 내야 반격할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소장파 인사들 사이에서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이들은 조무제 전 대법관(현 동아대 석좌교수),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전재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인 것으로 전해진다.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대한민국에서 진정한 공직자는 조무제뿐”이라고 했던 조 전 대법관은 ‘청빈 판사’로 유명하다. 지난 1988년 대법관에 임명될 당시 7200만 원의 재산을 신고해 판사 후배들의 귀감이 된 바 있다. 임기를 마치고 물러날 당시 수많은 대형 로펌에서 영입제의를 해왔지만 이를 모두 뿌리치고 모교인 동아대로 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소장파 측은 “조 전 대법관이 도덕성에 흠집을 입은 이명박 정권의 히든카드”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조 전 대법관은 이명박 대통령이 민심 얻기에 주력하고 있는 PK(경남 진주)가 고향이라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윤증현 장관과 전재희 전 장관은 이미 청문회를 거쳐 검증이 끝났을 뿐 아니라 이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윤증현 장관의 경우 이상득 의원의 핵심측근 인사 몇몇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재희 전 장관은 여성총리라는 이점이 있긴 하지만 자칫 박근혜 전 대표 측의 반발을 살 수 있어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한다. 소장파의 이러한 기류와 관련, 청와대 정무라인의 한 관계자는 “지난 8·8 개각에서도 소장파 말을 듣고 낭패를 봤다. 또 소장파는 지금 이상득 의원과 위험한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소장파가 미는 인사가 총리가 될 가능성은 낮다”면서 “소장파가 총리를 내세워 힘이 빠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울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상득 의원계는 소장파보다는 다소 한 발 물러나 있는 듯한 분위기다.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니 결과를 기다려보자는 입장인 것. ‘왕차관’ 박영준 지식경제부 2차관의 한 측근은 “(누가 되든) 그다지 크게 쓰지 않는다. 총리 역할이야 한정돼 있는 것이고…. 다만 좋은 사람을 천거하는 정도는 괜찮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의원 진영에선 김황식 감사원장의 이름이 가장 먼저 나오고 있다. 청와대 내에서도 김 원장의 총리 발탁을 점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대법관 출신인 김 원장은 대법관(2005년) 감사원장(2008년) 임명 당시 두 번의 청문회를 치르며 도덕성과 청렴성이 입증됐고, 호남(전남 장성) 출신이라는 점에서 지역 안배의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김 원장은 이 대통령 신임이 두터워 친위체제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김 원장에 대해 소장파로 분류되는 한 친이계 의원은 “김 원장이 군 면제를 받은 것으로 안다. 지난 번 천안함 사태 때 현 정권을 향해 ‘군면제 정권’이라고 비아냥거렸던 국민들의 목소리를 잊었느냐. 총리는 군필자나 여성을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이 주류를 향해 연일 쓴소리를 내고 있는 홍준표 최고위원도 김 원장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계 일각에서는 ‘친박’으로 분류되는 정우택 전 충북지사를 총리로 뽑아 당과 지역(충청) 화합을 도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밖에 한나라당에선 강재섭 전 대표와 김덕룡 국민통합특보,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등이 후보감으로 거론되고 있다. 모두 지난 8·8 개각 전에도 이름이 오르내렸던 인사들이다. 강 전 대표는 ‘형님 라인’이, 김 특보와 박 이사장은 YS계로 분류되는 몇몇 현역 의원들이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친박계에서는 계파 좌장 격인 홍사덕 의원이 총리로 입성하기를 내심 바라는 이들도 눈에 띈다. 그러나 청와대 인사 관계자는 “정치인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또한 도덕성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에 검증이 안 된 불안한 인사들은 아예 처음부터 배제한 상태”라고 전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박근혜 총리론 또 불거지는 까닭
MB 정권 위기 때마다 SOS ‘내가 그렇게 만만하니’
김태호 전 총리후보자가 중도 하차한 이후 여권 일각에서 ‘박근혜 총리론’이 다시 불거지고 있어 관심을 끈다. 박 전 대표가 ‘실세 총리’를 맡아 이 대통령과 함께 국정을 마무리 짓고 정권재창출에 나서야 한다는 것. 그러나 이에 대해 박 전 대표 측은 “사실 무근”이라면서 “잊을 만하면 나와 이제 대응하기도 지친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청와대 정무라인 관계자 역시 “실현 가능성은 없다. 몇몇 정치 세력의 희망이 담겨 있는 루머”라고 일축했다.
사실 박 전 대표를 총리로 발탁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리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정권 초 계파 간 화합 차원에서 처음 시작됐고, 이후에도 여권에 어려움이 닥칠 때면 어김없이 ‘박근혜 총리론’은 고개를 들었다. 지난 7월 14일 새롭게 당 대표로 선출된 안상수 대표는 공개적으로 박 전 대표에게 총리직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 때마다 박 전 대표는 물론 친박 진영에서 불쾌한 기색을 내비치며 거절한 바 있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그동안 박근혜 총리론이 제기됐던 시기를 살펴보면 모두 이명박 정부가 위기에 빠져 있을 때였다. 이번에도 (김태호 전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자 그 대안으로 박 전 대표 얘기가 나오는 모양인데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 아니냐. 더군다나 친이계 핵심들이 개헌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진정한 화해 제스처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앞서 언급한 청와대 정무라인의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맡아만 준다면야 천군만마를 얻을 수 있겠지만 그게 어디 되겠느냐”면서 “당내 계파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만큼 박 전 대표도 전향적으로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MB 정권 위기 때마다 SOS ‘내가 그렇게 만만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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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박 전 대표를 총리로 발탁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리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정권 초 계파 간 화합 차원에서 처음 시작됐고, 이후에도 여권에 어려움이 닥칠 때면 어김없이 ‘박근혜 총리론’은 고개를 들었다. 지난 7월 14일 새롭게 당 대표로 선출된 안상수 대표는 공개적으로 박 전 대표에게 총리직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 때마다 박 전 대표는 물론 친박 진영에서 불쾌한 기색을 내비치며 거절한 바 있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그동안 박근혜 총리론이 제기됐던 시기를 살펴보면 모두 이명박 정부가 위기에 빠져 있을 때였다. 이번에도 (김태호 전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자 그 대안으로 박 전 대표 얘기가 나오는 모양인데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 아니냐. 더군다나 친이계 핵심들이 개헌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진정한 화해 제스처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앞서 언급한 청와대 정무라인의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맡아만 준다면야 천군만마를 얻을 수 있겠지만 그게 어디 되겠느냐”면서 “당내 계파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만큼 박 전 대표도 전향적으로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