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맹점주들이 상권보호 문제로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상가 밀집지역인 서울 명동거리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우태윤 기자 |
지난 2005년 6월, 주부 A 씨는 새로운 일을 찾다가 교육사업이 유망하다는 말을 듣고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영어학원 창업에 나섰다. 별다른 사업 경험이 없었던 그녀는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프랜차이즈 학원과 가맹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2008년 3월, 가맹본사에서 갑자기 A 씨의 영업지역에 대한 분할을 요구하고 나섰다.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예비 창업자가 A 씨 지역에 가맹점을 내고 싶다는 뜻을 본사에 내비쳤기 때문이다.
A 씨는 가맹점이 하나 더 생길 경우 학원생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매출까지 떨어질 게 불을 보듯 빤한 일이라 생각, 본사의 요구를 거절했다. 그러나 본사에서는 2008년 7월, 분할된 영업지역으로 A 씨에게 재계약을 요구하고 일방적으로 영업지역 내에 추가 가맹점을 개설했다. A 씨는 결국 가맹사업거래분쟁조정협의회에 조정을 신청했다.
협의회에서는 가맹사업법 제5조 제6호에 ‘가맹본부는 가맹점사업자의 영업지역 내에 직영점 또는 유사한 가맹점의 설치를 금지’하고 있으며, 제12조 제1항 4호에 ‘가맹본부가 가맹계약을 위반해 가맹점사업자의 영업지역 내에 자기 또는 계열회사의 동일한 업종의 가맹점을 설치하는 행위’를 불공정거래행위로 규정하고 있다는 근거로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결국 본사에서는 A 씨의 가맹점을 7억 5000만 원에 인수하는 것으로 합의, 영업지역을 보장해주지 못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조정 결과 손해배상 지급이 결정된 A 씨는 그나마 다행인 경우다. 주부 B 씨는 지난해 수학 교육과 관련한 프랜차이즈 학원과 가맹계약을 맺고 야심차게 창업시장에 발을 디뎠다. 그녀는 휴일에도 쉬지 않고 직접 거리로 나가 다양한 홍보 이벤트를 펼쳤다. 덕분에 3개월 만에 학원생은 30명을 넘어섰고 안정적인 운영에 접어들려는 찰나 본사에서 갑자기 사전 통보도 없이 B 씨의 학원과 같은 블록 내에 추가 가맹점을 개설했다.
B 씨는 항의했지만 본사에서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반응이었다. 그녀는 가맹사업거래분쟁조정협의회에 손해배상 3000만 원을 청구하는 내용으로 조정을 신청했지만 협의회는 B 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가맹사업법은 가맹본부가 가맹점사업자에게 영업지역을 보장해 준 경우에 한해서 보호해주고 있으나 B 씨의 경우 가맹계약서상에 영업지역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없었던 것. B 씨는 아무런 보상 없이 학원 운영을 계속 이어나갈 수밖에 없었고, 운영 의지가 약해지면서 결국 문을 닫고 말았다.
프랜차이즈 가맹사업에서 영업지역 보장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지역 내에서는 동일 브랜드 점포가 더 이상 입점할 수 없도록 해 고정된 소비자를 확보, 독점적인 영업으로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행 가맹사업법상 영업지역에 대한 불인정은 불공정거래행위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가맹본부가 ‘가맹점사업자에게 배타적인 영업지역을 설정하지 아니한다’는 사실을 정보공개서를 통해 미리 알리고 가맹계약서에도 영업지역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명시했다면 불공정거래행위가 되지 않는다.
지난해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이러한 영업지역과 관련한 가맹사업법의 문제가 지적되기도 했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장인 허태열 한나라당 의원은 당시 “영업지역의 경우 계약서를 위반해 침범하는 부분만 규제하고 있어 만약 가맹점주가 ‘영업지역을 보호하지 않는다’고 명시한 계약서에 사인해버리고 나면 피해는 고스란히 가맹점주가 떠안게 된다”며 “개정 전과 같이 ‘일정 지역에서의 독점적 영업권 허용’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영업지역 침해와 반대로 영업지역 준수를 강제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 프랜차이즈 치킨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는 C 씨는 가맹계약을 체결하면서 본사에서 지정한 서비스구역을 준수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1차 경고, 2차 식품공급 중단, 3차 폐점조치를 하더라도 어떤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장사가 잘 되지 않던 C 씨는 자신의 영업지역을 벗어난 곳까지 전단지를 돌렸고 본사에서는 C 씨가 인접 가맹점 사업자의 영업구역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각서의 내용에 따라 1일간 식품공급 중단과 재계약 의사 없음을 통지했다.
이에 C 씨는 억울한 사정을 공정거래위원회에 호소했고 공정위는 영업지역을 준수하지 않은 가맹점 사업자에게는 경고를, 식품공급중단 및 계약연장거부 의사 통보 등의 행위를 한 것과 같이 부당하게 가맹점 사업자에게 영업지역을 준수하도록 조건을 붙이거나 이를 강제하는 행위에 대해선 시정명령을 내렸다.
홍미미 가맹거래사는 “정보공개서에 볼 게 없다고 말하는 이도 있지만 현재까지 가맹본부에 대한 정보를 정보공개서만큼 객관적으로 알려주는 자료도 없다. 영업지역은 물론 매출 등 자신에게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보공개서를 꼼꼼히 살펴보고, 영업지역 보장과 관련한 문구를 계약서에 삽입하도록 요구하는 등 깐깐한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