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MBC PD수첩
2020년 작년 한 해 동안 코로나19라는 위기로 인해 우리 사회의 불평등은 더욱 악화됐다. 그리고 이 불평등은 점점 고착화되어 누군가에겐 생존의 위협이 되었다. 코로나 불평등 속 벼랑 끝에 위태롭게 서 있는 취약계층을 만나보았다.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격상되면서 많은 무료 급식소들이 문을 닫거나 축소 운영을 하고 있다. 취약계층의 따뜻한 한 끼가 사라진 것이다. 그나마 문을 연 급식소에서 아침을 먹기 위해 새벽 2시부터 기다리는 건 일상이 됐다.
하지만 정해진 인원에 들지 못한다면 그날의 한 끼는 포기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당장 내일의 끼니가 걱정이다.
“월급 받을 때까지 기다려줄 수 있겠느냐 그렇게 말씀드렸는데,”
“나 하나만 없으면 애들이 더 편안히 살까 그런 생각도 해요.”
그 누가 자기 자신이 노숙을 하게 될 거란 걸 알았을까. 이용호 씨 그의 나이는 올해 23살이다. 이 청년에게 노숙은 선택이 아니었다.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던 이용호 씨는 코로나19 여파로 실직과 함께 고시원 월세방을 잃었다.
그에겐 당장 도움을 요청할 가족이 없었다. 지난 3월 서울역에 계신 할머니 또한 간병인 일자리를 잃었다. 자식들이 있지만 차마 자신의 처지를 말할 수 없다 했다.
결혼한 자식들에게 혹시라도 흠이 될까 봐 하루 종일 할머니는 서울역을 배회하고 있다. 코로나19만 종식되면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해가 바뀐 지금도 그때는 오지 않고 있다.
이런 삶에서 그들은 아플 수도 없다. 동자동 쪽방촌에는 기나긴 노숙의 후유증으로 두 다리를 잃은 한 화백이 있다. 그는 매일 일어나자마자 자신의 환부부터 살핀다.
만약 상처가 덧나 제때 응급치료를 받지 못한다면 또다시 다리를 잘라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서 응급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지난달 6개의 노숙자 전담병원 중 마지막으로 남은 동부시립병원마저 코로나19 전담병원이 되었다. 응급실을 이용할 수 있는 공공병원은 보라매병원 단 한 곳뿐이다.
취약계층에게 높아진 의료 문턱만큼 아픔에 대한 두려움은 커져만 갔다.
과연 이들을 위한 사회의 안전망은 구축되어있을까. 움츠러든 사회에서 후원의 손길들은 점점 끊기고 있다. 불평등한 코로나19 고통의 무게를 짊어진 그들을 지켜만 봐야 하는 것일까.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