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딸·조카·동생을 보좌관으로…여의도 ‘혈연 특혜’ 널렸다
한나라당 강명순 의원은 지난 4월 2일 국회의원이 배우자나 친인척을 보좌직원으로 채용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위원회 심사에 두 차례 상정만 됐을 뿐 아직 본회의 심의도 거치지 못하고 있다. 이 개정안은 ‘국회의원의 배우자, 4촌 이내의 혈족 및 인척은 그 국회의원의 보좌직원으로 임명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제로 유명환 전 장관 딸 채용 사례처럼 과거 국회 내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벌어진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의원이 보좌관을 구할 때는 국회 채용 사이트를 통해 공지를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친인척 등 주변 인맥을 통해 구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 한 국회의원실 관계자는 “근래엔 공개 모집을 통해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뽑는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은 딸이나 조카 등을 보좌관이나 비서관에 채용했다가 구설수에 오른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몇 년 전에도 이러한 내용이 언론에 보도돼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당시 한 의원은 사촌동생을 보좌직원으로 채용했는데 이 직원은 “10년 동안 형을 도와왔기 때문에 누구보다 보좌를 잘한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고, 조카를 채용한 또 다른 의원은 “같은 군 출신인 예비역 소령이어서 큰 도움을 받고 있다”는 궁색한 변명을 했다. 이외에도 아들이나 동생을 보좌관으로 임명하거나 6급 비서에 딸을 채용한 의원도 있었고, 한 의원은 자신의 집안일을 돕던 딸의 친구를 9급 비서로 채용했다가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한 보좌관은 아버지와 쏙 빼닮은 외모로 아들인 사실이 들통 나는 해프닝도 있었다고 한다.
과거 일부 의원들은 친척의 이름을 보좌관으로 올려놓고 월급만 챙기는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어떤 의원은 자영업자 명의를 빌려 보좌관으로 등록해 놓고 자신이 월급을 가져가기도 했다.
지난 3월에는 5급 비서관 1명을 증원하는 법률안이 통과되면서 수도권의 한 의원이 자신의 자가용 운전기사를 5급 비서관으로 채용한 사실이 알려져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식당 주방장 출신이었던 운전기사는 의정활동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했음에도 이 의원은 당선 이후 2년 동안 자신을 보좌한 노고를 치하해 임용했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법안은 신속히 통과시키고 ‘불리한’ 법안은 뒷전에 놓고 있는 국회의원들의 이중적 태도도 바라보기 불편하다. 앞서 친인척을 보좌직원으로 채용할 수 없도록 하는 강명순 의원의 발의 법안은 6개월 가까이 발이 묶여 있고, 지난 5월 한나라당 정의화 의원이 발의한 국회의원들의 해외 외유성 출장을 제한하는 법안(국회외교활동 지원법안)은 위원회 심사도 거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지난 2월 국가가 65세 이상 전직 원로 국회의원들에게 월 130만 원의 평생 연금을 지급하는 법안(대한민국헌정회육성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처리되었다는 사실이 최근 뒤늦게 전해져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이외에도 5급비서관 1명을 늘리는 법안(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과 교섭단체 연구위원을 4명 더 늘리는 법안(교섭단체정책연구위원 임용 등에 관한 법규 일부 개정규칙안) 역시 신속하게 통과된 바 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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