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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최근 한 취업포털이 남녀 직장인 104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70%에 달하는 직장인들이 ‘월요일 아침’이 가장 출근하기 싫다고 답했다. 달콤한 주말을 보내고 난 터라 다시 몸과 마음을 바짝 조여야 하는 월요일은 부담 그 자체다. 중소기업 총무팀에 근무하는 S 씨(여·25)도 이 결과에 공감하고 있다. 입사한 지 1년이 채 안 되는 그는 월요일이 다가오는 일요일 저녁이면 우울 모드에 빠진다. 종종 눈물도 흘린다.
“매일 ‘오늘은 또 어떻게 버티나’ 하고 생각하면서 출근하는데 월요일 아침이면 정도가 더 심해지죠. 현재 팀 막내로 일도 일이지만 임원들의 개인적인 심부름 때문에 퇴근시간까지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칫솔 사와라, 슬리퍼 좀 교환해라’부터 사적인 은행 심부름까지 시킵니다. 차라리 이런 허드렛일만 시키면 모르겠는데 제대로 가르쳐 주지도 않으면서 전문 회계업무까지 맡기고 있어요. 월요일이면 버스에 오르는 몸과 마음이 무거워요.”
월요일이면 늘 출근하기 싫은 S 씨와는 달리, 매번은 아니지만 유난히 ‘월요일 출근’이 어려울 때가 있다는 L 씨(33)의 사연도 있다. 무역회사에 근무하는 그는 출장이 잦은 편인데 주말을 끼고 다녀와야 할 때가 많다고.
“업무 때문에 가는 건데 회사에서는 평일 출장을 좋지 않게 봅니다. 눈치 보고 갔다 오느니 주말에 다녀오는 게 차라리 속은 편하죠. 하지만 몸이 힘들어요. 그럴 때 하필이면 꼭 월요일 새벽 도착 비행기인데요, 그렇다고 해서 출근하지 말고 좀 쉬라는 상사는 아무도 없거든요. 물론 회사에 가면 좀 느슨하게 있어도 뭐라 하지 않지만 일단 공항에서 바로 출근해야 하는 것 자체가 고역 아닙니까. 밤새 비행기 안에서 쪽잠을 자고 도착한 날이면 정말 출근하기 싫습니다.”
매일 이런저런 불평을 하면서도 한숨 한 번 쉬고 의욕을 다지며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무탈하던 사무실의 평화가 깨지면 출근이 두렵다. 식품회사에 근무하는 C 씨(31)는 신입 시절, 사수에게 잘 보이려다가 오히려 크게 찍힌 사건 이후 한동안 출근길 발걸음이 무거웠었단다.
“그 놈의 술이 문제죠. 입사하기 전부터 대인관계의 중요성에 대해서 귀가 닳도록 들었어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넘쳤습니다. 입사하고 업무상 도움을 많이 받는 바로 위의 사수한테 잘 보이고 싶었어요. 그래서 별로 내키지 않는다는 선배에게 ‘크게 쏘겠다’고 몇 번이나 권해서 나이트클럽에 갔어요. 한데 술을 거나하게 마시고 신나게 논 건 선배가 아니고 바로 저였죠. 인사불성에 주사까지 부리고 결국 30만 원이나 되는 술값도 선배가 냈더군요. 다음날 일어났는데 선배 얼굴을 어떻게 볼지 앞이 캄캄해서 출근하기 너무 싫더라고요.”
C 씨는 다음 날 손이 발이 되도록 사죄했지만 선배의 표정은 차가웠다고. 그는 “한동안 선배한테 찬바람이 쌩쌩 불어 출근길 마음이 편치 않았다”며 “사람 관계는 억지로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설비회사에 근무하는 N 씨(32)도 요즘에는 출근하기 싫은 날이 부쩍 늘었다. 일이 힘들어도 이전 회사보다는 재미있어 좋았었는데 갑자기 과해진 업무로 출근이 힘든 날이 늘었단다.
“한 달 전 선배 두 명이 한꺼번에 그만뒀습니다. 이 큰 공백을 바로 메워줘야 하는데 회사에서도 그게 맘처럼 안 되나 봐요. 어리바리한 후배들 데리고 일을 처리하려니 힘에 부쳐서 일주일 정도 지나니까 ‘정말 출근하기 싫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와요. 빨리 처리해 달라는 거래처 전화 때문에 휴대폰에 불이 납니다. 왕복 3시간이 넘는 곳에 다녀와도 일은 산처럼 쌓여 있어요. 밑에 애들은 멀뚱거리고만 있고 점심시간에도 쉴 새 없이 전화벨은 울려대고…. 잠깐의 휴식 같은 건 꿈도 못 꿉니다. 이런 생활이 한 달 정도 지나고 몸까지 아프니 출근할 맛이 나겠어요?”
때로 꿀 같은 잠도 출근을 방해하는 요소 중 하나다. 삼삼오오 모이기만 하면 수험생도 아닌데 ‘걱정 없이 실컷 잠 좀 잤으면 좋겠다’는 소리가 나온다. 음향 장비업체에 근무하는 Y 씨(여·28)는 최근에 잠 때문에 정말 출근하기 싫은 날이 있었다.
“얼마 전 TV로 VOD(주문형 비디오) 방송을 볼 수 있는 인터넷 서비스를 신청했어요. 거기에 ‘미드’(미국 드라마) ‘일드’(일본 드라마)가 가득인 거예요. 시리즈에 한 번 빠지니까 시간가는 줄 모르겠더라고요. 며칠 전에는 다음날 출근해야 하는데도 결말이 너무 궁금해서 시리즈 끝까지 간 적이 있었어요. 시계를 보니 새벽 4시였습니다. 조금이라도 잘까, 아예 밤을 새고 출근할까 고민을 거듭하다 스르르 잠이 들었는데 아침 7시에 울리는 알람 소리가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없더군요.”
IT회사에 다니는 J 씨(여·34) 역시 잠과 악천후 때문에 출근하기 싫었던 날이 있었다. 얼마 전 태풍이 왔을 때 먼 길 갈 생각을 하니 앞이 캄캄해 그대로 이불 속에 남고 싶었다고.
“상계동에서 분당까지 지하철을 몇 번 갈아타고 다니는데요, 평소에도 한 시간 반은 걸려요. 그날은 밤새 천둥소리가 꽝꽝 대서 잠을 설쳤어요. 바람이 하도 불어서 창문 덜컥대는 소리가 그치질 않았고요. 집이 날아가는 줄 알았다니까요. 잠은 모자라지, 날씨는 궂고 바람 심하지, 그런 상황에서 출근해야 한다는 게 서글펐죠. 시간은 자꾸 흘러가는데 따뜻한 침대에서 일어날 수가 없어서 엄청 힘들었다.”
몇 년 전 미국에서 한 부부가 황당한 사고를 쳐서 해외토픽에 올랐던 적이 있다. 출근하기가 싫어서 지역 신문 부고란에 10대 아들의 사망 광고를 냈던 것. 결근 사유로 제출할 증거가 필요해서 그랬다는데 결국 몇 개월 뒤 아들과 식사하는 모습을 들켜 완전범죄는 막을 내렸다. 출근하기 싫은 순간을 견뎌야 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마찬가지인 듯하다. 앞서 언급한 설문 조사의 결과에 의하면 직장인들이 출근하기 싫어 가장 많이 하는 거짓말이 ‘몸이 아파서’라는데 아들 사망광고를 내는 사람에 비하면 약과니 한 번쯤은 애교로 봐줘도 좋지 않을까.
이다영 객원기자 dylee2@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