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신원 SKC 회장이 SK그룹으로부터의 분리를 시사했다. | ||
70년대 이후 형성된 재계 판도는 90년 말까지 현대-삼성-대우-LG-SK-한진 순의 판도로 굳어져 있었다. 그러나 90년대 말 현대와 대우 등 매머드 재벌들이 몰락하면서 2000년부터 삼성-LG-SK-현대차 등의 순(민영화 공기업 제외)으로 재편됐다. 그러던 것이 2004년 중반 이후 상하위권을 막론하고 새 판이 형성되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현대그룹이 형제들 간에 핵분열한 데 이어, LG와 SK 등 메이저급 기업들이 핵분열을 하거나 형제간 재산분할을 앞두고 있어 재계 판도에 극심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 등 올해 안에 매각 예정인 굵직굵직한 기업들도 적지 않아 판도변화를 가져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대우건설의 경우 자산이 5조5천억원이나 되고 대우조선해양도 4조원대에 이르고 있다.
90년대 말까지만 해도 10대 재벌의 순위는 현대-삼성-대우-LG-SK-한진-롯데-효성-금호-한화로 거의 변동이 없었다. 이 같은 순위는 자산기준과 매출기준 등에서도 거의 일치했다.
다만 4대 메이저 재벌 중 삼성과 현대, 대우가 자산기준과 매출기준에서 연도별로 엎치락뒤치락함에 따라 일부 순위변동이 있었다. 그러나 그 차이가 크지 않아 사실상 고정된 판도를 유지했었다.
그러던 것이 IMF사태가 시작되고, 지난 99년 대우그룹이 몰락한 데 이어 2000년에 현대그룹이 핵분열하면서 10대재벌 판도는 완전히 새로 형성이 됐다.
삼성의 경우 94년을 전후해 신세계, CJ(제일제당), 한솔 등 3개 집단이 분가하면서 자산과 매출이 크게 줄어든 적이 있었지만 대우와 현대의 침몰은 판도 전체를 뒤바꾸어 놓았다.
▲ 최태원 회장의 SK그룹은 최신원 회장이 분가하면 규모가 더욱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 ||
그러나 이 같은 판도는 이달부터 바뀔 전망이다. LG가 LG와 GS로 핵분열한 때문. LG가 핵분열할 경우 자산기준 순위는 삼성-현대차-SK-LG-한진-롯데-GS-한화-현대중공업이 된다. 기존 10대 재벌에 속하던 금호가 11위로 밀려나는 반면 GS는 7위로 등장, 한화-현대중공업을 제칠 전망이다. 특히 LG의 경우 2위에서 4위로 두 계단이나 추락하게 된다.
이 판도 역시 빠르면 연말부터 다시 짜여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SK그룹이 최태원-신원 등 4촌간 분가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SKC를 비롯한 5~6개 계열사를 사실상 접수한 최신원 계열이 빠져나갈 경우 SK는 현재보다 몇 단계 순위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IMF 이후 상당수 중견 재벌들이 부침을 거듭하면서 순위변동이 매우 심하다. 2004년 4월 현재 자산기준으로 중위권 재벌 순위는 동부-현대-대우건설-신세계-LG전선-CJ-동양-대림-효성-동국제강-지엠대우-코오롱 등으로 이어졌다.
중위권에서 급부상한 재벌은 대우건설과 신세계, CJ 등이고, LG전선은 LG그룹에서 분가하면서 20위권 대열에 끼었다. CJ와 신세계의 경우 할인마켓 유통과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신사업으로 정한 뒤 공세적인 경영을 펼치고 있어 향후 기업규모가 10위권 내에 진입할 가능성도 매우 크다.
▲ 지난 5월25일 청와대에 모인 기업총수들. 왼쪽부터 이건희 최태원 조석래 조양호 정몽구 회장. 청와대사진기자단 | ||
중위권 재벌 중 눈길을 끄는 곳은 현대그룹에서 분리된 현대, 현대산업개발과 부영, 대한전선 등.
현정은씨가 이끌고 있는 현대의 경우 현대상선, 현대건설,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증권, 하이닉스 등이 주축이다. 이들 중 현대증권, 하이닉스 등은 조만간 그룹에서 완전히 떨어져 나갈 것으로 보여 현대의 순위는 더욱 낮아질 전망이다.
주택건설 전문업체인 현대산업개발은 계열사수가 12개에 이르지만 자산가치는 2조8천억원에 불과해 재계순위 40위권에 간신히 올라 있다. 특히 현대산업개발은 강남에 스타타워를 보유할 때까지도 자산가치가 4조원대에 달했으나 잇단 부동산 매각으로 자산총액이 크게 줄어들었다.
아직은 20위권 밖에 있지만 현재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하는 추세로 보아 조만간 상위권으로 도약할 가능성이 높은 재벌도 적지 않다. 예를 들면 현대백화점, 한솔, 동원, 농심, 대한전선 등은 잠재력이 매우 큰 기업으로 평가된다.
특히 대한전선의 경우 현재 쌍방울그룹을 인수할 가능성이 높아 이 계획이 성사된다면 자산순위에서 20위권 중반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새롭게 부상하는 기업들의 경우 그동안의 보수적인 경영을 공격적인 경영으로 전환하고 있어 기업 인수 및 합병작업을 통한 몸집불리기가 계속될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