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당권주자들이 9월 16일 춘천에서 열린 강원도당대회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동영, 정세균, 최재성, 박주선, 천정배, 이인영, 손학규, 조배숙 후보.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일단 각 캠프의 자체 여론조사 추이를 분석해보면 ‘양강 구도’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다만, 그 양자를 놓고 정세균 후보 측은 ‘정세균-정동영’, 손 후보 측은 ‘손학규-정동영’, 정동영 후보 측은 ‘정동영-손학규’를 주장하고 있다. 이런 결과는 각 캠프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지역을 중심으로 조사했을 가능성이 높고, 전체 대의원(1만 4000여 명)의 응답률도 15% 안팎으로 낮은 데서 비롯되고 있는 측면이 강하다.
하지만 외부 여론조사의 ‘양강’은 손학규-정동영의 맞대결구도다. ‘오마이뉴스’가 지난 16일 한백리서치에 의뢰해 민주당 대의원 3062명(유효표본)을 대상으로 자동응답전화(ARS)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손 후보(22.0%)와 정동영 후보(20.5%)가 1~2위로 오차범위 안에서 치열하게 경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인2표 방식에 따라 1순위와 2순위를 따로 물어 합산한 결과다. 정세균 후보(16.9%)와 박주선 후보(15.0%)가 역시 근소한 차이로 3, 4위를 차지했다. 이어 천정배(7.9%), 이인영(7.7%), 최재성(6.2%), 조배숙(3.8%) 후보의 순이었다. 당대표 당선 가능성에서는 손학규 후보(35.8%)가 정동영 후보(29.6%)보다 6.2%p나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한 달 전의 흐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지난 8월 10일 <시사인>이 민주당 대의원 206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당대표 지지도는 손학규(28.1%), 정동영(26.5%), 정세균(14.8%), 박주선(9.6%) 순이었다.
일련의 결과만 놓고 보면 손학규-정동영의 확실한 양강 구도 속에 정세균-박주선 후보가 3, 4위를 다투는 양상이다. ‘빅3’의 삼자구도가 이미 깨져 있는 것이다.
물론 이들 외부 여론조사도 무응답층이 많고 응답률이 낮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어 높은 신뢰를 주기에는 무리가 있다. 정치적인 계산에 따라 ‘역선택’에 능한 대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들 여론조사 결과에는 일관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손학규 ‘선전’, 정동영 ‘약진’, 정세균 ‘정체’로 요약된다.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를 몰고 온 주자는 정동영 후보다. 과거 8차례의 전국 규모 선거를 치르며 쌓아온 바닥 조직이 대선 실패와 탈당 과정에서 흩어졌지만, 이번 전대를 계기로 다시 결집하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특히 영남권에서의 지지세가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 각 캠프에서 공통적으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 후보에 대한 대의원들의 지지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붙는다. 정 후보 지지파로 분류된 지역위원장이 30명에 못 미칠 정도로 조직 약화가 표면적으로 드러나 있는 데다, 옛 조직을 복구한다고 해도 이미 달라진 당내 상황에서 제 힘을 발휘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정세균 캠프 측은 “정동영 후보가 1등한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해 보니 자신들의 지역구로 분류된 곳이 많았다”며 평가절하하고 있다.
손 후보 측은 여론조사의 흐름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국면이 형성되고 있는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 그것도 전남에서 지지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데에 한껏 고무돼 있다. 전남지역 대의원들이 한나라당 후보와의 차기 대선구도까지 염두에 두고 정동영, 정세균 후보를 제쳐둔 채 ‘비호남 후보’를 전략적으로 선택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1인2표제에서 대의원들이 1순위로 정동영, 정세균 후보를 선택하더라도 2순위에서는 대선 경쟁력을 고려해 손 후보를 찍을 것이라는 기대로 이어지고 있다.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투표(70%)와 함께 반영되는 당원 여론조사(30%)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요소로 전망하고 있다.
정세균 후보 측은 현재 들쭉날쭉한 여론조사 결과가 자파 대의원들의 관망세에 기인한다고 보고 있다. 예비경선이 끝날 때만 해도 ‘대세론’까지 넘봤던 만큼, 본선에서는 숨고르기를 통해 전체 판세를 읽고 있다는 것이다. 245곳 지역위원장 가운데, 100곳이 넘는 지역위원장을 확보하고 있어 언제라도 ‘오더’가 내려가면 현재의 판세가 달라질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결국 빅3의 경쟁은 호남에서 지지세를 확인하고 있는 ‘손학규 바람’이 수도권으로 상경할지, 초반 옛 조직세를 잃은 것으로 평가되던 정동영 후보의 약진세가 지속될지, 가장 막강한 조직력을 지닌 정세균 후보가 중반 답보상태를 깨고 뒷심을 발휘할지가 막판 변수가 되는 셈이다.
대표 및 최고위원 6명을 뽑는 이번 선거에서 빅3와 함께 박주선 후보가 자력당선권이라면, 나머지 2명의 최고위원 자리를 놓고선 천정배, 이인영, 최재성 후보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서는 짝짓기가 최대 변수다. 정세균-최재성, 정동영-천정배 후보가 한 배를 탄 가운데, 손 후보가 누구와 연대를 할지가 관심사다. “빅3와 짝짓기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인영 후보의 선전 여부가 여기에 달려 있다. 빅3의 지지자들로부터 모두 2순위로 선택을 받을 수도, 모두 배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가 진보노선을 선명하게 밝힌 데 이어,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원혜영 전 원내대표가 가세해 분위기를 타고는 있지만 독자세력화를 내건 ‘486그룹’에 대한 당내 견제가 강하게 형성될지, 아니면 세대교체에 대한 열망이 위력을 발휘할지에 따라 그의 성적표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조배숙 후보는 6위 내에 들지 못하더라도 자동적으로 지명직 여성 최고위원이 된다.
박공헌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