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세훈 시장의 스타일 변신 전(작은 사진)과 후. 사진은 9월 14일 ‘유네스코 디자인 창의도시 서울’ 추진 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오 시장. 연합뉴스 |
정치와 선거에서 매스컴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함에 따라 정치인에게 외모의 중요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실제 연구 조사에서도 정치인의 외모가 선거의 당선 여부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외모가 정치인에 대한 지지를 결정하는 결정적 요인은 될 수 없겠지만 결코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사실인 셈. 아마도 연예인이 아닌 정치인들이 성형수술을 마다않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좋은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대중 정치인들에게는 어찌 보면 유권자들에 대한 노력과 예의일 수도 있다. 한 이미지컨설턴트는 “외모에서 풍기는 첫인상이 다른 영역의 대인 평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를 ‘후광효과’라고 하는데, 이 때문에 외모가 매력적이고 호감적인 사람이 못생긴 사람에 비해 거의 모든 영역에서 유리한 평가를 받는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유력 정치인들의 외모는 대중들에게 과연 어떤 이미지로 인식되고 있을까. 전문가들의 조언을 통해 이들의 외모가 갖고 있는 장단점 및 콤플렉스를 분석하고 이에 대한 팁을 들어보았다.
여권의 유력 차기 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경우 정계에 입문한 지 12년이 지났지만 항상 떠오르는 특유의 이미지가 있다. 남성 정치인에 비해 변화를 주기 쉬운 여성임에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하는 편이다. 특히 특유의 올림머리는 박 전 대표가 아침마다 직접 매만질 정도로 숙련돼 있다고. 한 측근은 “박 전 대표는 머리 손질도 직접 하고 외출 준비를 하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헤어스타일 때문에 외모에서 풍기는 그의 이미지는 어머니 육영수 여사와 꼭 빼닮아 있다. 한 이미지 컨설턴트는 “박 전 대표는 대중에게 인기가 높았던 육영수 여사의 이미지를 그대로 물려받아 이어 나가려고 하는 것 같다. 더불어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강경한 이미지를 완화시킬 수 있는 스타일링이기도 하다. 대권주자로서 영리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박 전 대표의 올림머리 스타일과 부드러운 인상이 어우러져 박 전 대표에 대한 외모적 호감도를 높인다는 분석도 있다. 한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박 전 대표의 눈은 겉쌍꺼풀이 없고 작은 편이어서 부드러운 인상을 주지만 강한 이미지를 주긴 어렵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아이라이너를 항상 그리기 때문에 이를 통해 눈매를 또렷하게 보이도록 하면서 다소 밋밋해 보이는 이미지를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표가 올림머리를 고수하는 덕에 간혹 스타일을 바꿀 때면 그 자체가 화제가 된다는 장점도 있다. 지난 2004년과 2008년 총선이 있던 해에 박 전 대표는 한차례씩 바지 정장 차림과 단발머리 스타일로 ‘변신’해 언론의 주목을 끌었다. 지난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 피습당한 이후에도 박 전 대표는 퇴원하자마자 청재킷에 바지 정장을 입고 초박빙이던 대전을 찾아 누볐다. 이를 두고 ‘복장 정치’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박 전 대표의 패션 스타일과 이미지는 정치와도 큰 연관을 맺고 있다.
최근 한나라당 내 친이 의원들과도 스킨십을 넓히며 활발한 행보를 하고 있는 박 전 대표의 경우 외모에서도 보다 역동성 있는 이미지를 추구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있다. 한 이미지 컨설턴트는 “여성 의원들은 외적 이미지를 통해 남성 의원들보다 훨씬 더 많은 메시지를 줄 수 있다. 단아한 올림머리와 치마 정장은 기존의 한나라당 지지층에게는 안정적 이미지를 줄 수 있으나 젊은 세대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한계가 있다. 그동안의 퍼스트레이디 이미지에서 탈피해 커리어우먼의 이미지 구축이 필요하다. 바지 정장을 좀 더 자주 입고 머리 모양이나 화장법에도 다양한 시도를 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여권의 또 다른 잠룡인 김문수 경기지사의 경우 다소 딱딱해 보이는 헤어스타일과 외모가 단점으로 지적된다. 강경해 보이는 노동운동가 이미지도 대중적 호감도를 떨어뜨린다는 평가다. 하지만 김 지사는 자신의 이와 같은 외적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차기 대선주자로서 적극적인 행보를 펼치고 있는 그의 노력은 이미지 메이킹에도 이어지고 있다.
굵고 뻣뻣한 머리카락을 가진 김 지사는 헤어스타일링 변신이 쉽지 않은 케이스. 이 때문에 김 지사는 간혹 퍼머를 통해 부드러운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06년 5·31 지방선거 당시 강한 이미지에서 벗어나려고 머리를 갈색으로 염색하고 안경도 뿔테에서 무테로 바꾼 뒤로는 이후 계속해서 무테나 반 무테, 혹은 테두리가 가는 금속테 종류를 착용하고 있다.
또 김 지사는 ‘자주 웃으라’는 조언을 많이 듣고 있다고 한다. 웃는 표정으로 강해 보이는 인상을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이미지 컨설턴트는 “투박한 목소리 톤과 유행에 뒤처져 보이는 헤어스타일 등 전체적으로 호감을 주는 인상은 아니지만, 본인의 노력으로 많이 변화한 경우다. 여기에 현장을 많이 방문하며 대중들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화면에서 보이는 이미지보다 친근감을 주는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 중 가장 호감도 높은 이미지를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오 시장의 젠틀한 이미지와 호남형의 얼굴은 서울시장 당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 오 시장은 지난 2006년 지방선거 당시 열린우리당의 강금실 후보와 맞붙어 초반에는 당선 가능성이 낮았지만 특유의 온화한 이미지와 부드러운 미소, 낮고 부드러운 음성까지 더해져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선거에 승리했다. 당시 오 시장의 이미지는 강렬한 이상 등 기존 정치인이 보여주었던 전형적인 이미지와는 큰 차이가 있었다. 매스컴 시대에 정치인에게 호감형의 외모가 상당한 플러스 요인이 된다는 것을 증명하는 결과였다.
하지만 오 시장은 지난 6·2 지방선거가 끝난 뒤에는 그동안 큰 변화를 주지 않았던 헤어스타일을 바꾸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살짝 길러 웨이브를 주었던 앞머리를 짧게 잘라 부드러운 인상을 터프한 이미지로 바꾼 것. 당시 오 시장의 주변에선 그의 마음가짐이 힘겹게 승리한 지방선거를 거치며 달라졌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머리를 자른 것에서 그의 이러한 각오가 묻어난다는 것이었다. 이후 오 시장은 보다 적극적으로 시정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현재 여론조사상으로는, 박 전 대표와는 큰 차이가 나지만 김문수 지사와 오세훈 시장이 한나라당 주자 중 2~3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강경한 투사 이미지와 젠틀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로 정반대의 외적 이미지를 보여주었던 김 시자와 오 시장 두 사람의 향후 이미지 메이킹 대결구도도 주목해 볼만하다”고 전망했다.
이미지 메이킹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이재오 특임장관도 외모를 ‘가꾸기’ 위해 노력한 적이 있다. 18대 총선에서의 공천 파동으로 한국을 떠나 미국생활을 하면서 이 장관은 염색을 하지 않아 흰머리가 된 모습으로 간혹 언론에 노출되곤 했었다. 그간 투사 이미지가 강했던 이 장관은 오히려 염색하지 않은 흰머리로 인해 인상이 많이 부드러워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장관은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검은 머리 대신 희끗한 ‘반백 머리’를 고수하고 있다. 강성 이미지를 탈바꿈하기 위해서다. 여기에 지난 6·2 지방선거부터 시작한 ‘90도 인사’를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는 것도 ‘낮은 자세’를 보여주겠다는 이미지 변화에 대한 확고한 결심 때문이다. 이 장관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90도 인사’는 최근 정가의 화제가 되고 있을 정도. 이 장관이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모습은 사진 기자들에게 종종 포착돼 언론에 곧잘 등장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정치인들이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모습에 대해 대중들은 큰 호감을 갖는 편은 아니다. 선거 때마다 하는 일종의 쇼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이재오 장관은 6·2 지방선거 이후 4개월 가까이 정치인들을 만날 때에도 90도 인사를 계속해왔다. 얼마나 꾸준히 하느냐에 따라 대중들의 반응도 달라질 것이다. 또한 이런 모습이 언론에 노출되는 것 자체만으로도 주목을 끌고 있다는 점에서 홍보적 효과는 크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주자들의 경우 외모가 주는 이미지 효과는 어떨까. 먼저 정세균 전 대표는 야당 주자로서 ‘유약해’ 보이는 이미지가 마이너스 요소라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이 때문인지 대표 시절 정 전 대표는 한때 언론에 심각하고 무뚝뚝해 보이는 모습을 자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이 부자연스럽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카메라 앞에서 일부러 자주 웃으며 이미지 변화를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정 전 대표의 실물은 매스컴에 비친 모습과는 달리 온화하고 부드럽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와 관련해 “여당과 맞서야 하는 야당 대표로서 웃지 않아야 할 때가 많았을 것이다. 야당 대표로서는 큰 손해가 없지만 대선주자로서 이로 인해 만들어진 딱딱한 이미지는 손실이 크다. 보다 다양하고 역동적인 이미지 연출을 시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 이미지 컨설턴트 역시 “정 전 대표는 입매가 고집스러워 보여 무표정일 때 호감을 주는 이미지는 아니다. 자주 웃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정동영·손학규 상임 고문의 경우 외모로만 판단했을 때는 호감도가 높다는 평가다. 특히 방송기자 출신인 정동영 상임 고문은 매스컴에 대한 이해와 노하우가 깊기 때문에 토론회 등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정 고문은 항상 메이크업용 분첩을 가지고 다니며 카메라 앞에 나서기 전에 항상 사용하고 있다. 기본적인 메이크업을 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준수한 외모에 대해 정동영 고문 자신은 득보다 실이 된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외모에서 풍기는 ‘부잣집 아들’ 같은 이미지가 서민과는 거리가 먼 느낌을 준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 고문은 방송에서 자신이 어려운 성장환경을 거쳐서 자랐음을 힘주어 강조하곤 한다. 이에 대해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젊은 세대들이 어렵고 힘들게 자란 정치인에게 반드시 호감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세련되고 젊어 보이는 정치인에게 매력을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정동영 고문은 부잣집 아들 같은 이미지를 장점으로 활용하고, 서민층과의 스킨십을 늘리는 방법으로 이를 보완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학규 고문의 경우엔 지난 대선 이전 ‘100일 민심대장정’을 통해 서민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효과를 얻은 바 있다. 그러나 한동안 정치권을 떠나 매스컴 등장이 적었던 점 때문에 인지도 면에서는 손실을 입었다. 손학규 고문은 소탈하고 서민적인 느낌을 주는 외모가 대선주자로서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손 고문 본인도 지난 대선 이후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는 편이다.
지난 대선 당시 손 고문은 민심대장정에서 보였던 희끗한 머리와 수염을 깔끔하게 깎은 뒤 파마를 하면서 ‘변신’을 시도했었다. 민심대장정 기간 동안 수염을 기르면서 소탈한 이미지를 보여준 것에 이어, 세련되고 젊은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과감히 이미지 변화를 시도했던 것. 또 지난 2008년 7월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 2년 가까이 춘천 칩거 생활을 하면서는 다시 소탈한 외모로 돌아갔다가 지난 8월 정계복귀를 선언하면서 다시 깔끔한 양복정장으로 돌아왔다. 한 이미지 컨설턴트는 “손학규 고문의 외모는 소탈한 농부와 세련된 신사의 이미지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다양한 이미지 변신을 통해 여러 가지 효과를 줄 수 있는 스타일이다. 대선주자로서 장점이 많은 얼굴”이라고 설명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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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 변화에 대해 상당히 보수적이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치인들이지만, 젊어 보이고 싶어 하는 마음에서는 일반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는 것 같다. 몇몇 국회의원들의 경우 젊어 보이기 위해 가발을 사용하거나 종종 모발이식 수술을 받고 있다고 알려진다. 머리숱이 적은 편인 이명박 대통령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데,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모발이식을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에도 이 대통령은 머리숱을 풍성하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 앞머리를 빗어서 약간 부풀린 스타일을 유지했다. 또 최근엔 다소 날카로워 보이는 눈매를 보완하기 위해 눈 보호용으로 쓰기 시작한 안경을 계속 착용하고 있다. 이후 이 대통령의 이미지가 상당히 부드러워 보인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이마의 굵은 주름을 펴기 위해 보톡스 주사를 맞았다고 고백한 바 있다. 또 미용의 목적은 아니었지만, 처지는 눈꺼풀 때문에 쌍꺼풀 수술을 받기도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쌍꺼풀 수술 뒤 이전과 달라진 눈매로 인상이 크게 달라졌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성형수술은 비단 연예인뿐 아니라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자주 애용되는 외모관리법 중 하나라고 한다. 특히 정치인들이 자주 받는 수술은 눈 밑 지방제거 수술과 검버섯 제거수술, 주름 수술과 같은 노화를 되돌리는 수술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도 눈 밑 지방제거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의 경우 재임 시절 자신의 외모가 카메라에 어떻게 비치는가에 대해서도 신경을 많이 썼는데 이 때문에 카메라 기자들 사이에 ‘고도제한’이 있었다는 후문. 전 전 대통령이 ‘속 머리’가 드러나는 걸 좋아하지 않아 자신의 눈높이보다 높은 위치에서 카메라로 촬영하는 것을 금기시했던 것으로 알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