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지금까지의 창업시장은 약보합 또는 부진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천안함 사태, 부동산 가격 하락과 주택경기 침체 등은 창업자금 조달에 악영향을 미쳐 창업에 대한 의지를 꺾어놓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도 신규 가맹점을 많이 출점하기보다는 기존 가맹점들의 유지·관리 쪽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신규 브랜드를 론칭한 업체는 가맹비를 받지 않거나 주요 기기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등 가맹사업에 더욱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업종별로는 공급과잉에도 불구하고 외식업 창업이 활발히 이뤄졌으며 기타 교육사업 뷰티사업 건강 관련 서비스업들도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면 이제 시작되는 2010년 4분기 창업시장은 어떻게 달라질까.
전문가들은 베이비부머 및 조기 퇴직자들의 창업, 실버 세대의 소비 패턴 변화에 따른 창업시장의 변화 등이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정부의 창업 지원책이 다양하게 실시될 예정이므로 정부 정책 및 시장 변화도 면밀히 주시하라고 조언한다.
정부에서는 지난해 8월 ‘쌀 가공 산업 활성화 대책’과 함께 2012년까지 가공용 쌀 사용 비중을 10% 수준인 47만 톤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정부 지원에 힘입어 막걸리주점, 쌀국수전문점 등 쌀 가공식품을 판매하는 업종이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쌀가루 가공 기술이 발달해 다양한 쌀 가공식품이 나오고, 쌀이 건강식품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것도 관련 업종이 활성화되고 있는 요인이다.
지금까지 인기를 끌었던 커피전문점 등 카페 시장은 구조조정기가 도래할 것으로 점쳐진다. 최근 커피전문점 시장이 수요에 비해 공급이 급팽창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에 200호점 이상 가맹점을 확보한 브랜드만도 10개가 넘는다. 스타트비즈니스 김상훈 소장은 “2억 원 미만의 중소 커피전문점의 경우 대형 매장과의 경쟁에서 밀려 문을 닫는 곳이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매출 부진을 겪어 컨설팅사에 점포클리닉 컨설팅을 의뢰하는 창업자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47세부터 55세의 베이비부머 퇴직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40대 초 전후 직장인들의 창업 러시 또한 뜨거운 이슈다. ‘베이비부머 퇴직 이후에는 내 차례’라는 강박관념이 이런 현상을 키우고 있는 것. 생맥주전문점 ‘치어스’ 정한 사장은 “지난 3월 프랜차이즈박람회 때 상담객 중 60% 이상이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직장인이었다. 예전 박람회 때는 퇴직 이후 실제 창업을 하려는 이들이 상담에 적극 임했던 반면 이번 박람회는 현 직장인이 두 배 이상 상담을 받았다”고 밝혔다.
60세 이상의 연령층이 중추 소비 계층으로 떠오르면서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업종도 강세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은 “최근 실버 세대를 겨냥한 업종으로 실버요양산업과 실버용품판매점이 주목된다”며 “실버요양산업은 최근 대학에 관련 학과가 신설될 정도로 높은 성장이 예상되는 업종이다. 노인 수발 서비스 같은 업종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하나의 가게에서 두 개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하는 ‘컨버전스’(Convergence) 또한 가을 창업시장의 거부할 수 없는 트렌드 중 하나로 손꼽힌다. 천연화장품 또는 스킨케어용품 판매와 경락 서비스를 겸하는 뷰티숍, 커피를 마시면서 인터넷을 즐기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커피전문점, 머리부터 발끝까지 의류와 액세서리를 코디해보고 원스톱 쇼핑을 할 수 있는 편집매장 등이 그러한 예다.
불황에 강한 서민형 업종의 인기도 여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에는 가격 부담이 없는 장점 외에도 품질까지 향상시킨 신서민형 업종이 인기다. 지금까지 점포 권리금 상승으로 인해 권리금이 비교적 저렴한 ‘B급지’ 창업이 활발하게 전개되었는데 이러한 현상은 가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B급지 창업시 업종 선정에 특별히 유의할 것을 주문한다. 유동인구에 따라 매출이 좌우되는 업종보다 고객이 물어물어 매장을 찾아오는 목적형 업종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2010년 상반기에 등장한 ‘무한리필’ 업종도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상기후로 인한 식재료비 상승으로 음식 값이 오르면서 저렴한 가격에 식사하고 싶어 하는 고객이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업종은 무엇보다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다’는 고객의 심리를 자극, 고객의 발걸음을 끌어들이고 있다. 그러나 무한리필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박리다매는 기본, 조리 단순화로 인건비를 줄이거나 직거래 및 대량 거래를 통한 원재료비 인하 등을 통해 운영경비와 원가부담을 최대한으로 줄여야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4분기에 들어서면서 창업자금 지원 등 정부의 지원 정책도 늘어날 전망이다. 신규 창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성공창업패키지’ 사업은 10월까지 7000명을 대상으로 교육이 이뤄질 예정이다. 교육희망자는 교육실습비 5만 원만 입금하면 80시간의 업종별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자금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자격도 주어진다. 기존 창업자의 경우 경영개선교육에 참여할 수 있다. 20시간 내외의 경영개선교육에 참여한 수료생에게도 자금지원 자격이 주어진다.
중소기업청이 프랜차이즈 본사를 평가하는 ‘프랜차이즈 인증제’도 4분기에 실시될 예정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정보공개서를 등록한 가맹본부(브랜드)는 평가 결과에 따라 예비·정착(레벨1) 성장(레벨2) 성숙(레벨3)으로 나뉜다. 국가기관이 나서서 프랜차이즈에 등급을 매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증제가 실시되면 부실한 가맹본사는 퇴출되고 내실 있는 브랜드에 창업자가 몰리는 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브랜드의 경우 시스템을 잘 갖춘 경우가 많기에 이번 인증제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돼 ‘블루칩’ 선호 현상은 올 가을에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