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 수감된 후 그는 보석금을 지불하겠다며 “나는 삼성전자 창업주 이병철의 숨겨진 손녀딸로 상속자다”고 주장하며 지불능력이 있음을 증명하려 했다. 당시 이 같은 내용이 언론에 보도됐지만 삼성 측이 ‘사실무근’으로 발표한 데다 증거가 부족해 해프닝으로 끝났다.
그러나 그로부터 3개월여 후인 9월 30일 다시금 의혹이 재점화됐다. 리제트 리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 모두가 법률대변인을 통해 “리제트 리는 삼성전자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의 숨겨둔 외손녀이자 상속녀다”고 다시금 주장한 것이다. 검찰에 제출했다는 리제트 리 가족의 성명서에 따르면 리제트 리는 자신이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딸 코린 리와 그의 남편 요시 모리타 사이에서 태어난 외동딸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는 서울에서 출생한 지 3주 만에 친척 이범걸과 그의 부인 로렌 리에게 입양됐으며 이들 부부는 친모의 친척인 이진미 씨의 도움을 받아 그를 키웠다는 것이 리제트 리 측의 주장이다.
성명서에는 출생의 비밀에 대해 상세히 기재해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내용은 재미 블로거 안치용 씨에 의해 국내에 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성명서에는 ‘삼성 측이 확인해 준 증거도 있다’는 내용이 게재돼 있어 현지 언론과 국내 언론을 통해 일파만파로 파장이 확산됐다.
그런데 10월 1일 단 한 건의 메일에 의해 상황이 뒤집히고 말았다.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던 리제트 리의 대변인이 삼성그룹 홍보 관계자에게 이날 새벽에 보낸 메일이다. 10월 1일 기자와 통화한 삼성그룹 홍보팀 관계자는 “우리나라 시간으로 새벽 3시경에 ‘리제트 리의 대변인이다. 코린 리가 이병철 회장의 딸이 맞는지 검증해 달라’는 내용의 메일을 홍보팀 관계자가 수신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 메일은 성명서의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결정적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논란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이병철 회장의 숨겨진 일본 부인이 낳은 딸의 딸이 리제트 리라는 소문에서부터 이병철 회장의 가계도 내에서 삭제된 한 명의 딸이 존재한다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실제 이병철 회장이 본처인 고 박두을 여사 사이에서 낳은 8명의 자녀 외에 일본 현지처에게서 얻은 2명의 혼외자녀가 있다는 소문은 재계에 공공연히 퍼져 있었다. 이 자녀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 리제트 리일 수 있다는 것이 소문의 골자다. 이에 대해 삼성 홍보팀 관계자는 “일본에 고 이병철 회장의 다른 여자가 있었던 것은 맞지만 리제트 리의 출생연도를 보면 그분의 딸이 19세 때 리제트 리를 낳았다는 얘기가 되는데, 전혀 신빙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또 “가계도 내에서 삭제된 딸이 있다는 것은 처음 듣는다”고 답했다.
리제트 리의 호화로운 현지 생활도 미스터리다. 리제트 리는 미국의 부촌으로 알려진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스에서 거주하며 개인 전세기는 물론 비서, 보디가드 등을 거느리고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작 20대 후반에 지나지 않는 리제트 리가 어떻게 그만큼의 돈을 벌 수 있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리제트 리 측의 대변인은 삼성 측에 보낸 메일에 대해 아직 이렇다 할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손지원 기자 snorkl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