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 주관 축제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역사가 오래된 몇몇 행사들은 지역 대표 문화 축제로 자리 잡아 많은 인파들을 불러 모으지만 역사가 길지 않은 상당수의 축제들은 오히려 지자체 예산만 낭비하며 안 하느니만 못 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문제는 이런 일부 부실 축제의 부작용을 고스란히 기업이 떠안고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을 비롯한 지역 중견·중소기업들 가운데 이러한 지역 축제에 재정적인 후원은 물론이고 입장권 강매, 인원 동원 등 삼중고를 겪으면서도 행정적인 불이익을 받을지 몰라 ‘울며 겨자 먹기’로 참여하고 있는 업체가 적지 않은 실정이다. 지역 축제를 둘러싼 기업들의 속앓이를 취재했다.
“1년동안 20개가 넘는 시도 지자체에서 각종 축제 후원을 요청해온다. 처음에는 공식적인 스폰서가 되어 줄 것을 요구해오는데 이를 못할 경우 최소한 일종의 협찬금은 내야 한다. 입장권을 대량으로 사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어차피 지역을 기반으로 한 건설사이기 때문에 한두 개쯤은 지역에 공헌한다는 마음으로 후원할 수 있지만 모든 축제를 어떻게 다 후원하나. 입장권을 사는 것도 말이 좋아 사는 거지 사실상 강매다.”
최근 한 광역 지자체에서 주관한 축제를 후원한 지방 중견 건설사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같은 축제를 후원한 중소기업 관계자도 비슷한 고충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축제 조직위원회가 기업들에게 판매를 종용해 성인 1명당 7000원에 달하는 입장권 수백 장을 강제 구입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역시 조직위로부터 입장권을 할당받은 광역지자체 소속 기초자치단체 및 산하단체가 기업 측에 또 한 번 입장권 구입을 요청해온 것.
중소기업들은 할당받은 입장권을 직원 및 가족에게 나눠줬음에도 여분이 남았으나 기초지자체의 요구 역시 거절하기가 어려워 입장권을 또 구입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조직위로부터 한 번, 기초지자체로부터 또 한 번 입장권을 구입해야 해 재정적 지원과 함께 삼중고를 겪어야 했다.
실제로 이 축제의 후원기업이나 홍보기업 등을 확인해보면 그 수가 80여 개에 이른다. 기업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30대 대기업은 물론이고 지역 건설사, 병원, 단위농협, 일정 규모 이상의 제조업체들은 대부분 포함되어 있다. 대기업의 경우에도 전체 그룹 차원에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각 계열사별로 축제를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들의 삼중고는 입장권 판매 수익 대비 관람객 수를 집계해보면 잘 드러난다. 이 광역 지자체가 올해 다른 시에서 개최한 축제의 경우 입장권 판매 수에 비해 축제에 참여한 관람객은 절반에도 미치지 않았다. 이 광역 지자체는 한 시군에서 두 개 이상의 축제를 개최하기도 한다.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축제를 후원하면 얻게 되는 이익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기업 관계자들은 “거의 없다”고 잘라 말한다. 홈페이지나 축제 안내 책자에 기업 로고 하나 들어가는 것이 전부라는 것. 오히려 기업들은 얻게 될 이익보다 후원을 거부했을 때 받게 될 불이익을 더 걱정한다.
여러 축제에 후원을 하고 있는 한 기업 관계자는 “지역에 기반을 둔 기업의 경우 인·허가권을 가지고 있는 지자체에 밉보일 경우 사업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건설사의 경우는 사실상 지자체가 목줄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지자체의 후원을 거절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러한 지역 축제의 부작용이 비단 어느 특정한 지자체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전국적으로 1년에 1400개가 넘는 지역 축제가 열리고 있으며 많게는 한 기업에서 100개가 넘는 축제를 후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축제의 재정적인 책임을 기업에 무책임하게 떠넘기는 일부 지자체의 행태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가 쉽지 않아 기업들의 속앓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혁진 기자 ph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