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희,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도 혼외자식 스캔들이 터져 큰 논란을 빚었다. |
역대 대통령들도 혼외자식 스캔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고 박정희 대통령은 영화배우 출신 문일봉 씨와의 사이에서 세 명의 딸을 낳았다는 루머에 시달렸다. 문 씨는 1991년 한 여성지와의 인터뷰에서 “1962년 만찬장에서 박 대통령을 처음 만나 딸 하나를 낳았고 70년대 초반까지 관계를 유지했다. 서울 순화동 집에서 딸 둘을 더 출산했으며 친딸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박 대통령의 친필 편지 세 통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문 씨는 박 전 대통령 숭모회 관계자로부터 사자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했고 이와 관련한 송사가 수년에 걸쳐 진행됐지만 친딸 논쟁은 끝내 가려지지 않았다.
YS(김영삼 전 대통령)는 정치인생 내내 일명 ‘가오리 스캔들’에 시달려야만 했다. 1987년과 1992년 두 차례 대선과정에서도 숨겨진 딸 루머는 YS를 지독하게 괴롭혔다. YS와 ‘금지된 사랑’으로 1962년 11월 딸 가네코 가오리를 낳았다고 주장한 이경선 씨는 2000년 첫 번째 소송에 이어 2005년 9월에도 YS를 상대로 “가오리가 딸임을 인정하고 내게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소를 제기했다. YS가 가정이 있고 큰 정치적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딸의 존재를 밝히지 못했고, 그동안 생활비 및 양육비 23억 원을 받은 바 있어 함구해 왔다는 것이 이 씨의 주장이었다.
DJ(김대중 전 대통령)도 숨겨둔 딸 루머에 시달렸다. 루머로만 나돌던 DJ의 숨겨둔 딸에 대한 얘기는 불법 대출 등의 혐의로 2000년 말 구속된 진승현 씨 측이 검찰에 선처를 호소하는 과정에서 대외적으로 불거졌다. 진 씨 측은 호소문을 통해 “김은성 전 국정원 2차장 등이 DJ의 숨겨진 딸을 위해 진 씨에게서 3억 5000만 원을 받아 딸의 어머니인 김 아무개 여인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DJ의 딸을 낳았다고 주장한 김 여인은 DJ가 노벨상을 수상하기 직전인 2000년 6월에 자살했는데 국가정보원이 2000년 당시 DJ의 측근 인사들에 대한 불법 도청 과정에서 DJ에게 숨겨진 딸이 있다는 대화 내용도 확보했다는 의혹이 검찰에 의해 제기되면서 큰 논란이 되기도 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5년 숨겨진 딸 루머로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퍼진 루머는 노건평 씨의 호적에 올라있는 노희정 씨가 노 전 대통령과 민미영 씨(노건평 씨 아내) 사이에 태어난 딸이라는 내용이었는데 현역 대통령의 사생활 의혹을 제기한 유포자가 소송까지 당하는 초유의 사건으로 기록됐다.
지난해 이만의 환경부 장관은 재미교포 진 아무개 씨가 제기한 친자확인 소송에 휘말렸다. 1970년 초 수습 사무관 시절 이 장관은 진 씨의 어머니와 교제했고, 그녀는 75년 금호동의 한 산부인과에서 진 씨를 낳았다는 주장이었다. 당시 진 씨는 이 장관을 혼인빙자간음 혐의로 고소했다가 위자료 50만 원에 합의를 했고, 이후 1984년 진 씨는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진 씨 모녀는 작년 3월 이 장관의 취임 모습을 TV에서 보고 귀국해 지난 시간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으나 합의가 되지 않자 2008년 3월 친자확인 소송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9월 서울가정법원은 진 씨가 이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친자확인 청구소송 1심 판결에서 “원고는 피고의 친자임을 인지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항소심 재판을 맡고 있는 서울가정법원은 오는 28일 정부과천청사 환경부 장관실에서 DNA 감정을 진행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혼외자식 논란에 휩싸인 인사들 중에는 재계 거물급도 상당수 있다. 삼성 창업주 이병철 전 회장은 본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8남매 외에 일본 여성과의 사이에서 2명의 소생을 더 뒀다. 이들은 이 전 회장이 사망하자 일본으로 건너간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전 회장의 장남 이맹희 씨도 본처와의 사이에서 2남 1녀를 뒀지만 박 아무개 씨와의 사이에서 아들 하나를 더 두고 있다. 2004년 이 씨를 상대로 친자확인 소송을 제기한 이재휘 씨는 2006년 10월 대법원으로부터 승소 확정 판결을 받았다. 그리고 4년 후인 2010년 이 씨의 친모인 박 여인이 그간 혼자 아들을 키운 것에 대해 양육비 4억 8000만 원의 청구 소송을 했다.
코오롱 창업주 고 이원만 전 회장은 혼외자식과 관련, 두 번이나 큰 곤욕을 치렀다. 2004년에는 이 전 회장의 혼외 아들이라 주장하는 이동구 씨가 이 전 회장의 가족들을 상대로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에 500만 달러(약 50억 원)의 상속 소송을 제기했다. 또 2008년 4월에는 스웨덴에 거주하는 정현 씨가 이 전 회장의 혼외 딸이라고 주장하며 이 전 회장과 관련된 사진을 게시하고 코오롱이 혈육에 대해 비인간적인 처우를 한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 정주영 전 회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2001년 3월 정 회장이 사망하자 혼외 딸들이 법원에 친자확인 소송을 냈다. 당시 두 살 터울의 이들 자매는 1974년에 배우이던 어머니와 정 전 회장이 만났고, 어머니가 임신하자 남들의 눈을 피해 미국으로 출국시켰다고 주장했다. 어머니가 1979년과 1981년에 자신들을 낳았으나 정 전 회장이 호적에 올려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자매는 정 전 회장의 미망인과 다른 자녀들을 상대로 법원에 ‘상속재산 협의 분할 계약 변경’ 소송을 제기했고 유전자 검사결과 정 전 회장의 친딸로 확인돼 호적에 오를 수 있었고 유산 배분도 받았다.
엄연히 서자로 인정되어 친자확인 소송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배다른 자식들 간 갈등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다.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은 1942년 첫 번째 부인과의 사이에서 장녀 영자 씨(롯데쇼핑 사장)를 낳았다. 그리고 1952년 일본인 시게미쓰 하쓰코 씨와의 사이에서 동주(일본롯데 부사장)-동빈(롯데그룹 부회장) 두 아들을 얻었다. 특히 배다른 남매인 영자 씨와 동빈 씨의 갈등설은 호사가들의 입에 끝없이 오르내렸다. 또 신 회장은 미스롯데 출신인 서미경 씨와 사이에 딸을 더 두고 있다. 1983년생인 유미 씨는 5년 후 신 회장의 호적에 올랐는데 ‘애첩’과 그 소생이라는 이유로 가문에서 소외됐던 서미경-유미 모녀는 몇 해 전부터 그룹 계열사 지분을 사들이면서 롯데 경영권 향배에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상황이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