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라스트 프러포즈> |
대기업에 다니는 여자친구와 2년째 교제 중인 J 씨. ‘이제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지난 명절 때 그녀의 집을 방문했다. 그런데 이것이 화를 불렀다. 성격 좋고, 직업 좋은 그녀만 놓고 보면 당장에라도 결혼하고 싶은데 문제는 그녀의 가정환경이었다.
아버지가 실직한 후 형편이 기운 그녀 가족은 월세살이를 하고 있었다. 어머니가 친척이 운영하는 식당 카운터로 생활비를 얼마 보탠다지만 실상은 그녀가 가장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처음엔 그런 사정을 모르고 교제를 시작했다. 한 1년간은 서로에게 충실했고 정도 많이 들었다. 그렇지만 J 씨의 부모가 식당 몇 개를 운영하는 부자인 것을 알고 나선 그녀가 J 씨에게 요구하는 것이 점점 많아졌다.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결혼하면 부모님 집을 마련해드리고 싶다” “차를 바꾸는데 돈 좀 보태줄 수 있느냐” 등등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사랑만 있으면 아무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J 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가 자신의 경제력을 보고 결혼하려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J 씨가 2년 동안 만나온 그녀는 유능하고 멋진 여성이었지만, 사실은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인해 돈에 연연하고 상대에게서 좀 더 얻어내려고 전전긍긍하는 어두운 모습이 감춰져 있었다. 어려운 집안을 걱정하는 게 잘못된 건 아니다. 하지만 자칫 자신의 가정환경으로 인해 상대에게도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한국의 미혼 남녀들은 결혼 전 이성상이 다양하고 구체적인 편이다. 20~30년 전, 부모가 자녀에게 배우자를 소개하던 시절에는 한두 가지만 고려해서 결혼 여부를 결정했다. 하지만 이제 세상이 바뀌었다. 결혼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어른들의 간섭을 벗어나 자유롭게 본인들 스스로 배우자상을 결정하게 된 것이다.
배우자상으로는 다양한 조건을 고려한다. 사회·경제적 능력(학력 직장), 신체적 매력(외모), 가정환경, 그리고 성격 크게 네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는데 이 중 어느 부분을 얼마나 중시하느냐가 결혼 성사를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
♥사귈 때 성격과 같이 살 때의 성격
흔히 남성은 외모를 본다고 한다. 여성의 외모를 50% 이상 보는 한 남성은 지금껏 150번 이상 선을 보았지만, 아직 결혼 결정조차도 못한 상태다. 조건이 좋은데도 결혼이 늦은 남성들의 두드러진 특징은 이처럼 외모를 많이 본다는 것이다.
한편 명문대를 나온 전문직 종사자인 한 여성은 가정환경을 중시 여기는 부모의 권유로 화목해 보이는 집안의 남성과 결혼을 했다. 조건이 평범한 그 남성은 일반적인 기준에서는 그 여성의 상대로는 조금 모자란다고 할 수도 있지만 양가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가운데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흔히 결혼에서는 성격적인 조화가 중요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며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짧은 교제기간 동안 제대로 성격을 파악하기 힘들고 그 시기에 파악되는 성격은 대부분 느낌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성격 보고 결혼했다가 서로 안 맞아서 이혼한 어떤 남성은 재혼 생활에도 실패했다. 두 번의 결혼생활에서 배우자들에게 공통적으로 느낀 점은 ‘사귈 때 성격’과 ‘결혼해서 살 때의 성격’이 전혀 다르더라는 것이다.
성격에 대한 섣부른 판단보다는 한 사람의 인격 형성에 큰 영향을 준 가정환경을 파악하는 것이 결혼생활의 실패를 줄이는 기준이 될 수 있다.
성격은 만남 당사자들끼리 파악할 수밖에 없지만 가정환경은 가족들의 의견이 반영될 여지가 있다. 가정환경을 중시 여기려다 보면 많은 사람의 의견이 모여 좀 더 신중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셈이다.
20년 이상의 중매쟁이 생활을 해온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 각자가 자라온 가정의 분위기가 조화를 이루면 결혼 성사는 물론 결혼생활에도 분명히 긍정적이다.
이웅진 좋은만남 선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