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1. 빈속에 마시지 않는다
술을 마시면 위벽을 통해 약 20%의 알코올이 그대로 흡수되고, 나머지는 소장에서 흡수된다. 술을 마신 지 2∼3분이 지나면 알코올은 신체 조직의 어느 곳에나 뚫고 들어간다. 빈속에 술이 들어가면 쉽게 취할 뿐 아니라 위벽이나 식도를 상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위 속에 음식, 특히 지방질이나 단백질이 있으면 알코올의 흡수가 더디게 진행된다. 따라서 숙취 예방이나 위벽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안주를 꼭 챙겨 먹어야 한다. 술 마시기 전에 우유나 치즈, 또는 위벽을 보호할 수 있는 약 등을 먹는 것도 한 방법이다.
2. 안주를 잘 고른다
섬유질이 많은 야채나 고기 등 안주를 충분히 먹으면 알코올 흡수를 늦춰주므로 덜 취하게 된다. 또한 알코올의 칼로리가 높으므로 쌀이나 면 등 탄수화물이 많은 안주는 적게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안주를 선택할 때는 △비타민 B군과 C를 충분히 섭취한다. △미네랄 중에서도 특히 칼슘과 마그네슘을 섭취한다. △첨가물이 많은 가공식품을 피하고 자연식품을 먹는 게 좋으며 △자극성이 강한 식품은 피해야 한다.
한 가지, 소주를 마실 때 흔히 매운 찌개를 곁들이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맵고 짠 안주는 알코올로 인해 자극받은 위벽을 더욱 자극하게 되므로 궤양을 촉진할 우려가 있다. 대신 두부나 생선구이, 돼지고기 요리 등이 숙취 예방에 좋은 안주다.
맥주는 칼로리가 높은 편이므로 술과 안주의 양을 적당히 조절하지 못하면 살이 찔 우려가 있다. 특히 기름기가 너무 많거나 단맛이 나는 안주는 피하고 짭짤한 크래커나 팝콘 등의 안주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3. 되도록 천천히 마신다
맥주에 양주 또는 소주를 섞어 마시는 폭탄주는 위에서 분해될 틈도 없이 흡수된다. 폭탄주 속의 맥주에 든 탄산가스가 알코올의 체내 흡수를 촉진시켜 빨리 취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폭탄주같이 독한 술을 마시면 혈중 알코올 농도가 급격히 올라가고 간이 한계를 넘어버린다. 독일 속담에 ‘맥주를 마신 뒤에 와인을 마셔도, 와인을 마신 뒤 맥주를 마시지 말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맥주가 알코올 흡수를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4. 최대한 묽게 마신다
위스키같이 독한 술도 ‘원샷’으로 단숨에 마시는 사람들이 있다. 술 잘 마신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서인지는 몰라도 독한 술을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것은 인후나 식도, 위 손상의 원인이 된다. 스트레이트보다는 온더락으로 마시거나 조금씩 마시면서 중간에 물을 함께 마시도록 한다.
5. 억지로 술잔을 주고받지 않는다
잔을 돌리거나 건배한 후 함께 원샷하는 등의 음주습관도 문제다. 소주를 맥주컵이나 대접에 부어 억지로 권하기도 한다. 상대방의 주량을 고려하지 않고 억지로 술잔을 권하는 이런 습관이 있다면 빨리 버려야 한다. 주는 대로 마시다 취한 후에 실수를 하거나 필름이 끊기는 일이 잦다면 어렵더라도 자신의 주량대로 자연스럽게 마시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노력을 해보자.
6.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마신다
알코올 성분의 10% 정도는 호흡을 통해 배출된다. 술이 약한 사람은 얘기를 많이 하거나, 노래를 부르는 것이 좋다. 노래를 많이 부를수록 술은 덜 취하게 되는 것이다.
7. 술자리에서는 담배를 멀리한다
금연하던 사람도 한두 개피씩 담배를 물게 되는 것이 술자리. 하지만 술자리에서 피우는 담배는 알코올의 흡수를 촉진시키며, 알코올 역시 니코틴의 흡수를 촉진시킨다. 알코올을 해독하기 위해 더 많은 산소를 필요로 하는 간에 흡연으로 발생되는 일산화탄소가 공급되어 해독을 방해하기도 한다. 그래서 술을 마시면서 담배를 많이 피우는 사람은 구강암, 식도암, 후두암 등에 걸릴 위험성이 높아진다. 술과 담배는 건강을 해치는 최악의 궁합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8. 속이 울렁거리면 토한다
술을 못 견딜 정도가 되면 구토가 올라온다. 토하면 위나 식도에 상처를 입힐 수도 있지만, 지나친 알코올이 체내에 남아 있게 하는 것보다는 낫다. 속이 울렁거릴 때 토하고 나면 속이 조금 편안해진다.
9. 다음 날 식사를 챙겨 먹는다
과음을 한 다음날은 과일과 곡류를 충분히 섭취하고 휴식을 취해야 한다. 배나 복숭아, 사과, 감 등 과일과 콩나물은 알코올 분해를 촉진하는 성분이 들어 있어서 좋다. 알코올 분해 과정에서 소모된 비타민을 보충하는 데는 유자차, 생강차 등도 좋다.
10. 한 번 마신 후 3∼4일은 쉰다
매일같이 술을 마시면 간이 견뎌내질 못한다. 지친 간에 최소한의 휴식을 주기 위해서는 한 번 술을 마시면 3∼4일은 쉬어야 한다. 휴식시간을 주지 않고 계속해서 마시면 간세포가 죽기 시작한다.
한편, 술자리 모임이 많아지면 지친 간을 생각해서 간에 좋다는 식품을 열심히 챙겨 먹는 이들이 많다. 이들 식품이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식약청이 간 기능 개선 효과를 인정한 건강기능식품의 원료는 헛개나무 추출물과 표고버섯 균사체 추출물, 밀크씨슬로 불리는 엉겅퀴 추출물 등 세 가지다. 이들 식품을 이용해 만든 건강기능식품이 다양하게 나와 있다.
보통 과음한 다음날 꿀물을 마시는데, 헛개나무 열매 달인 물을 마셔도 좋다. 헛개나무 열매는 물을 부어 달여 마시는데, 세 번까지 달여 마실 수 있다. 표고버섯의 경우 차로 마실 때는 말린 표고버섯 5개에 물 5컵을 붓고 30분가량 푹 달여 마신다. 버섯도 버리지 않고 찌개에 넣거나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김달래 동서신의학병원 사상체질의학과 교수는 “헛개나무와 표고버섯 모두 성질이 찬 약재”라며 “몸이 냉한 체질보다는 열이 많이 있는 체질에 잘 맞는다”고 조언했다.
밀크씨슬은 흔히 말하는 엉겅퀴의 일종으로, 실리마린이라는 간 보호물질이 들어 있다. 실리마린은 항산화작용이 비타민 E의 10배에 이르고, 간이 분비하는 글루타티온 분비량을 35%나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말린 엉겅퀴 뿌리에 물을 붓고 달여 마시거나 환으로 만든 제품을 섭취하는 방법이 있다.
한 가지, 과음으로 인해 간이 손상된 상황에서 간 기능 개선 식품을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오히려 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간 건강에 좋다는 건강기능식품을 고를 때는 어떤 성분이 들어 있는지부터 꼼꼼히 확인하고 주의사항, 일일 섭취량 등도 살핀다. 특히 간염 등 만성 간질환이 있을 때는 섭취하기 전에 주치의와 상의하는 것이 안전하다.
술을 마신 다음날이면 갈증이나 열, 구토, 식욕부진 등 여러 가지 숙취로 인해 괴롭다. 이런 숙취 해소에 좋은 식품 중 하나는 칡이다. 음주 후에 칡차를 마시면 술이 빨리 깰 뿐 아니라 얼굴이 쉽게 달아오르는 사람, 갈증이 많이 나는 사람에게 효과가 있다. 몸에 뭉친 열을 풀어주므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에게도 좋고, 칡에서 뽑아낸 전분인 갈분을 따뜻한 물에 타 마시면 초기 감기에 효과가 있다. 제품으로 나오는 칡차는 말린 칡껍질인 갈근을 가루로 낸 것으로, 이런 제품을 이용하면 간편하다. 또는 생즙을 내서 먹거나, 말린 칡껍질에 물을 부어 달여 마셔도 된다. 한번에 4~12g을 달여 꿀을 타서 마신다.
감잎차나 인삼차, 솔잎차 등도 숙취 해소를 돕는 효과가 기대된다. 인삼의 경우 술을 마시기 전후에 인삼 달인 것을 마시면 술이 덜 취하거나 빨리 깨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솔잎차는 음주 후의 숙취해소는 물론 고혈압 같은 성인병 예방효과도 기대된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김달래 동서신의학병원 사상체질의학과 교수
▲도수 높은 술은 뒤끝이 좋다?
위스키나 브랜디처럼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을 마시면 뒤끝이 깨끗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두통이나 메스꺼움, 구토 등 술 마신 뒤 나타나는 숙취 현상은 술의 도수보다는 술의 성분과 관련이 깊다.
때문에 위스키처럼 알코올 외의 성분(에틸알코올 생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이 많이 섞여 있는 고급 증류주나 막걸리 같은 발효주보다는 주정에 물을 타서 만드는 희석식 소주가 뒤끝은 오히려 편하다.
▲커피를 마시면 술이 빨리 깬다?
술을 마신 후 빨리 술을 깨려고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많다. 카페인 성분이 머리를 개운하게 해줄 것 같지만 잘못된 생각이다. 음주 후에 마시는 커피는 알코올 분해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알코올로 흐려진 판단력을 더 흐리게 할 뿐이다. 술에 취했을 때는 커피보다는 물 또는 우유를 마시는 것이 더 낫다.
▲입가심에는 맥주가 좋다?
소주를 마신 뒤에 ‘입가심’을 하기 위해 맥주를 마시는 것은 어떨까? 소주 한 병을 마시고 완전히 깨려면 보통 6시간 이상 걸린다. 때문에 소주를 마셔 간의 해독 능력이 크게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맥주를 마시면 도수가 낮더라도 간에 무리가 간다. 소주를 마시고 맥주를 마실 바에는 차라리 맥주를 마시고 소주로 입가심을 하는 편이 낫다.
맥주가 갈증을 풀어준다는 것도 잘못된 믿음이다. 맥주는 차게 마시기 때문에 일시적인 갈증 해소에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계속 마시면 오히려 탈수 현상으로 갈증을 부추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