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지난해 12월 열린 15차 코펜하겐 기후변화당사국 총회에 참석한 몰디브의 모하메드 나시드 대통령이 한 말이다. 이상기후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350’은 지금 전 세계적인 화두로 떠올랐다. ‘350 캠페인’은 지구의 기상이변을 막으려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350ppm 이하로 만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지구를 살리고 인류가 공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인 350캠페인은 전세계 188개국 국민들의 대대적인 참여 속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 와중에 우리나라는 2012년 제18차 기후변화당사국 총회(COP18)를 유치하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11월 29일부터 12월 10일까지 당사국 192개국과 국제기구가 참석한 가운데 멕시코 칸쿤에서 개최되는 당사국 총회에서는 2012년 제18차 당사국 총회의 유치국이 결정되기 때문에 더욱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11월 17일 당사국총회 한국유치를 위해 칸쿤 출국을 앞두고 있는 환경재단 최열 대표를 만나봤다.
“얼마 전 초등학교에 다니는 여학생으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가까운 거리에도 꼭 차를 타고 이동하는 친구에게 ‘너는 보청기를 껴야겠구나. 지구가 통곡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니?’라는 충고를 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어린 나이임에도 얼마나 대견했는지 모릅니다. 앞으로 지구의 주인이 될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도 온 국민이 ‘350캠페인’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할 생각입니다.”
최열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350캠페인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큰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음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350캠페인은 미국작가 빌 맥키벤이 2007년 설립한 국제환경단체 ‘350.org’가 시작한 프로젝트로 현재 이 사이트에는 세계 각국의 수많은 사람들이 각종 퍼포먼스를 펼치며 ‘지구살리기’를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까지 한국인들의 참여는 찾아볼 수 없다.
이에 최 대표는 각계각층 인사들이 참여해 ‘지구살리기’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이른바 ‘350 약속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국민들의 대대적인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그렇다면 350캠페인이 국내에서도 활성화돼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최 대표는 “기후변화는 국경이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전쟁으로 인한 피해보다 훨씬 큽니다. 온도가 1도 상승하면 수확은 10% 줄어듭니다. 빈곤은 재생산되고 에너지시스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나라가 통째로 사라지는 일이 실제로 발생하며 국제 안보에도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됩니다. 어느 특정 나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실제로 현재 전 세계에 ‘기후난민’이 2500만 명이 넘습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200여 년 전만 해도 275ppm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378ppm까지 높아졌다. 매년 평균 2ppm 증가하는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구 온도 상승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 대표는 현재 가장 심각한 문제로 기후변화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무관심을 지적했다. “세계적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우리 국민들은 아직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인지를 못하고 있어요. 위협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거예요. 이산화탄소 농도가 올라가고 그런 건 당장 생계에 직접 영향이 없다고 보는거죠. 그런데 보세요. 태풍 오고 물난리 나면 이재민 발생하고 난리 나잖아요. 이틀만 비가 쏟아져도 도심이 물에 잠기지 않습니까. 얼마 전 배추값 폭등한 것만으로도 난리가 났잖습니까요. 이게 다 기후변화 때문이에요. 언제까지 해외에서 기후변화로 인해 수많은 인명피해가 나는 삭막한 뉴스를 보고도 남의 나라 일이라고 안심하고 있을 것입니까. 이 정도는 추후 기후변화가 가져올 대재앙에 비할 것이 아닙니다. 가뭄과 물난리로 수백만 명이 죽고 지구는 아비규환이 될 것입니다. 가장 무서운 것은 기후변화에 의한 재앙에는 국경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지금부터 대비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 최열 환경재단 대표(가운데)는 지난 5일 8주년 기념 ‘350 약속 캠페인’ 행사를 가졌다. |
“당사국 총회에서는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농도를 450ppm까지 내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지만 그건 위험한 생각이에요. 그때는 이미 아프리카와 남태평양 도서국에서 가뭄과 해수면 상승으로 수백만 명이 사망한 후 일 것입니다. 바로 지금부터 350캠페인에 대국민적인 참여가 필요한 이유지요.”
최 대표가 몸담고 있는 환경재단에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정책결정자들을 동참시켜 실질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한 각종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카타르와 유치경합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유치의 타당성을 알리는 다양하고 의미있는 퍼포먼스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지난 10월 환경재단은 최 대표를 비롯해 이장무 기후변화센터 이사장,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 이은욱 유한킴벌리 부사장, 강경필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 등 각계 오피니언 리더들이 참석한 가운데 350약속 퍼포먼스를 펼쳤다. 또 오피니언 리더뿐만 아니라 대중들에게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연예인들의 참여를 유도해 350약속을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미 배우 김혜수 안성기 박중훈 윤정희, 영화감독 이창동, 디자이너 이상봉, 사진작가 김중만 등이 참여하고 있다. 또 환경재단 홈페이지와 블로그, 트위터 등을 통해서도 대대적인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최 대표는 COP18한국 유치 기원을 염원하는 환경콘서트 ‘콘서트350’도 계획 중이라 밝혔다. 김제동과 문소리, 이외수, 박진희의 사회로 12월 5일, 6일 이틀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이 콘서트에는 윤도현밴드 양희은 안치환 강산에 등 인기가수들이 출연해 350캠페인을 알리는 한편 관객들과 함께 COP18 한국유치를 기원할 예정이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