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옹진군 연평도 북쪽 해병대 포대와 막사 사이 도로에 북한이 23일 발사한 포탄이 박혀 있다. 뒤편에 소방차와 구급차가 진화작업을 하려고 군부대를 향해 달리고 있다. 사진제공=한겨레 |
육지로 피신한 연평도 주민들은 북한군의 추가도발에 대한 극도의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몇몇 주민들은 이제 집에는 다시 못 들어간다고 말할 정도다. 요즘 우리 국민 사이에서는 이러다가 정말 전쟁 나는 것 아니냐는 말도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대북 전문가들은 여러 가지 대내외 상황을 토대로 북한군의 추가도발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대북라디오방송인 열린북한방송 하태경 대표는 “현재 김정은 후계체제는 매우 허약하다. 개혁개방은 꿈도 못 꾼다. 할 수 있는 것은 무력도발을 통한 내부단결밖에 없다. 연평도 공격 이후에도 무력도발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실력행사가 연이어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군의 추가도발과 군사적 모험주의가 계속될 것이라는 의미다.
추가도발의 반복은 준전시 상황 속에서 국지전을 야기한다. 준전시와 전시는 종이 한 장 차이다. 지난 5월 미국 시사주간 <타임>은 한반도에서 벌어질 전쟁 시나리오를 게재한 바 있다. 타임이 가장 먼저 꼽은 가능성이 바로 서해 NLL 상의 충돌이다. 실제 서해 NLL 인근에서는 몇 차례 해상 충돌이 있었다. 급기야 연평도 무력도발이라는 극단적인 국지전까지 벌어졌다. <타임>은 이어 이러한 국지전이 우발적으로 벌어져 DMZ 지역으로 확전된다면 통제하기 힘든 상황으로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악의 경우지만 국지전이 전면전으로 나아갈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만약 전면전이 벌어진다면 북한은 어떤 루트의 공격을 감행할까. 전문가들은 최우선 표적으로 서해 5도, 휴전선 인근 등 남한의 군사전략지역과 수도권을 꼽고 있다. 이때 무기는 스커드 탄도 미사일과 장사정포가 사용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와 함께 사린가스 등 생화학무기도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특수부대가 DMZ 주변 땅굴을 통해 기습공격을 감행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수부대는 우선적으로 남한의 통신·전기·가스시설·댐·발전소 등 주요시설을 파괴할 것이다. 전체적으로 남북 화력전 양상 속에서 삐라와 방송을 통한 심리전도 지속될 것이다. 전쟁이 장기화되고 북한군이 수세에 몰려 중국 등 우방국이 손을 쓸 수 없게 된다면 핵무기 사용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렇게 될 경우 남북은 모두 공멸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극히 일부지만 몇몇 탈북자 단체에서는 실제 이번 연평도 도발과 관련해 전면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북한군 출신 탈북자들로 구성된 북한인민해방전선(북민전)은 11월 25일 홈페이지를 통해 ‘연평도 포격은 북한 최고사령부의 전쟁시나리오 서막이다’라는 논평을 게재했다. 북민전은 논평을 통해 “연평도에 대한 포사격을 직접 감행한 개머리 해안포 중대는 최고사령부에서 설계된 작전전술상의 첫 작전을 수행한 것이다. 한국군이 전투기를 출격시켜 영공을 넘어 해안포진지에 미사일타격을 가했다면 전쟁시나리오가 시작됐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평도를 작전의 유도 지점으로 가상한다면 주 타격 방향과 지점은 서울일 것이다. 서울 점령을 위한 기본 공격이 동부나 중부에서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다”는 충격적인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북한은 지난 11월 25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남조선이 군사적 도발을 하면 2, 3차 타격을 가할 것이다”고 엄포를 놓았다. 북한군의 추가도발과 국지전 재발에 대해 좀 더 면밀히 지켜볼 시점이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김정은이 직접 작전 수립·지시”
―지난달 한 매체 칼럼에서 ‘천안함 사건보다 강도 높은 북한군의 추가도발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는데 실제 연평도 무력도발이 발생했다.
▲이번 연평도 무력도발은 김정은의 권력기반 강화를 위해 계획된 것이다. 내부단결을 위한 대외 도발의 일환이다. 천안함 사건도 마찬가지다. 다만 김정은은 이슈화를 위해 천안함 사건보다 강도 높은 도발이 필요했을 것이다.
―김정은이 직접 개입했다는 것인가.
▲당연하다. 일부에서 제기되는 군강경파 단독 수행설은 말도 안 된다. 이렇게 큰 일은 김정일·정은 부자의 명령 또는 허가가 있어야 한다. 더군다나 김정일 부자가 공격을 앞두고 황해도 시찰에 나서지 않았나. 군 실세 김격식 4군단장의 사전 기획과 리영호 총참모장의 검토, 김정일 부자의 최종승인이 있었을 것이다. 물론 포병전술에 능한 김정은이 직접 작전을 수립하고 지시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정은이 내년 1월 8일에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직에 오른다는 이야기가 북한에서 나돌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김정은은 이번 도발을 ‘업적쌓기용’으로 기획했을 것이다.
―이번 무력도발과 관련해 북한 내부 반응은 어떤가.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은 별 다른 관심이 없다고 한다. 사실 이러한 전쟁 분위기 조성은 북한에서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또 당장 먹고살기 힘들기 때문에 전쟁에 대한 두려움도 없다.
―북한이 이번 무력도발로 대외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무엇인가.
▲이번 도발은 대내결속뿐 아니라 ‘미국 관심끌기’ 의도도 있었을 것이다. 북한이 지속적으로 주장한 핵보유국 인정, 평화협정, 주한미군 철수 요구를 들어달라는 일종의 시위인 셈이다.
―북한이 이번 무력도발과 같은 군사적 모험을 지속할 것으로 보는가.
▲물론이다. 당장 이번 연평도 공격과 같은 무력도발은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3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와 같은 실력행사는 언제든 가능하다. 얼마 전 북한은 우라늄 핵개발을 위한 원심분리기 실체를 공개했다. 현재 북한이 상당수의 핵무기를 보유했을 가능성도 높아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