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구 남대문로에 위치한 쪽방촌은 장기투숙은 물론 여관발이 매춘이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이와는 다르게 끊임없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전통 성매매도 존재한다. 여관에 방을 잡고 성관계가 이루어지는 일명 ‘여관발이’는 가장 대표적인 형태이다. 서울역 인근 양동 일대는 회현동과 함께 국내에서 손꼽히는 여관발이촌이다. 남대문경찰서 바로 뒤에 위치한 이 지역 여관발이촌은 경찰의 단속을 비웃으며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일요신문>은 직접 서울역 일대 여관발이촌에 잠입해 은밀히 성행하고 있는 성매매 실태를 취재했다.
11월30일 오후 11시 반경 서울역사 앞. 밤이 새벽으로 넘어갈 무렵 한기가 서서히 몰려오기 시작하자 스카프와 방한모로 무장한 할머니들 수십 명이 서울역사 앞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그들은 갈 길을 재촉하는 취객들 사이에서 말을 붙이고 있었다. 가만히 귀를 기울여보니 하는 말이 대체로 비슷했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성매매 호객을 하고 있었다. 간혹 호객꾼들 주변으로 순찰차가 지나갔지만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몇몇 남성들은 호객꾼 손에 이끌려 남대문경찰서와 서울시티타워 사이 골목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상당수가 얼큰하게 취한 취객들이었다. 주변 빌딩에서 내려오는 직장인들도 더러 있었다. 연령대는 대부분 40대 이상 중년남성이었지만 30대 젊은 남성들도 이따금씩 눈에 띄었다.
호객꾼 김 아무개 할머니가 서울역사 시계탑 앞에 서 있는 기자에게도 말을 붙여왔다. 김 씨는 기자에게 “우리는 다른 곳보다 인물이 괜찮은 애들이 많다. 다른 곳보다 시간도 넉넉하니 자고가라”며 성매매를 적극적으로 권장했다.
기자는 김 씨를 따라가 보기로 했다. 곧바로 흥정이 이어졌다. 화대는 일반 성매매 업소보다 훨씬 저렴했다. 관계만 나누는 일명 쇼트타임은 3만 원, 쇼트타임과 숙박을 하는 것은 5만 원, 여성과 같이 숙박을 하는 일명 롱타임은 15만 원선이라고 했다. 일반 집창촌의 절반 수준이었다.
▲ 중구 회현동에 위치한 여관촌 전경. |
남대문경찰서와 서울시티타워 사이로 들어서자 오래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변변한 간판도 없어 여관이라고 하기도 모호했다. 길목 앞에는 오래된 구멍가게가 있었다. 가게 앞에는 많은 호객꾼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 곳이 호객꾼들의 아지트로 보였다. 골목 곳곳에서는 일을 치른 남성들이 하나 둘 걸어 나오고 있었다.
김 씨는 가파른 골목길을 오르며 “이곳은 아직 재개발이 결정되지 않았다. 길 건너 주택지가 있는 후암동 쪽은 일부가 재개발되었지만 아직도 몇몇 업소가 남아 있다. 남산힐튼호텔 뒤까지 이러한 업소들이 들어서 있다”고 설명했다. 이 지역 여관발이촌은 주변 고층빌딩 사이에서 하나의 할렘을 형성하고 있었다. 일부 업소들은 주택지와도 연결되어 있었다.
몇 분 후 한 업소에 들어설 수 있었다. 김 씨가 안내한 방안은 붉은 전등 하나만 켜져 있을 뿐 매우 궁색해 보였다. 침대도 없이 낡은 이불 몇 장이 전부였다. 벽은 조립식이어서 방음이 전혀 안 되었다. 기자가 준 화대 3만 원을 받아 챙긴 김 씨는 건물을 나섰다.
잠시 후 노크소리가 들렸다. 물티슈와 휴지통을 든 윤락녀 윤 아무개 씨가 들어왔다. 윤 씨는 본인을 서른셋이라고 소개했지만 겉으로 봐도 마흔이 훌쩍 넘어보였다. 윤 씨는 여관발이촌에 오기 전에 여러 집창촌을 거쳤다고 한다. 윤 씨는 “이곳에서 일한 지는 8년 정도 됐다. 윤락을 하다 상품성이 떨어지면 결국 여관발이에 발을 들여 놓게 된다. 화대 3만 원에서 내가 반을 가져가고 나머지 반은 호객꾼들 몫이다. 많은 돈은 아니지만 평생 이 짓만 했기 때문에 다른 일은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지역은 다른 집창촌에 비해 여성들의 연령이 높지만 저렴한 화대를 최대의 영업무기로 삼고 있었다.
물론 이들 세계에서도 등급은 있다고 한다. 대부분 40~50대가 주류를 이루지만 아주 간혹 30대 초중반의 비교적 젊은 여성도 있었다. 다른 호객꾼을 통해 만난 이 아무개 씨(31)는 이곳에서 A 급으로 통했다. 화대도 다른 여성들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5만 원을 받고 있었다. 이 씨는 “이곳에서 4년 정도 일했다. 다른 여성보다 상대적으로 젊기 때문에 비교적 많은 돈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씨는 남대문경찰서 바로 뒷 건물에서 성매매를 하고 있었다. 경찰서와 건물 사이의 거리는 10m도 채 안 되었다. ‘경찰서가 지근거리인데 걱정 없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씨는 “벌써 몇 년째 여기서 일하고 있다. 단속걱정은 전혀 안 한다”고 답변했다. 이 지역 영업은 새벽 6시까지 이어졌다.
현장 취재에 앞서 기자는 여관발이촌 인근에 거주하는 갈월동 주민을 만났다. 갈월동에 사는 주부 김 아무개 씨(48)는 갈월동에서 22년을 살았다고 한다. 김 씨는 “양동 여관발이촌은 예전부터 유명했다. 서울역사에서부터 학생들이 내려오는 남산도서관 길까지 호객꾼들이 있다. 그 사람들의 인생도 불쌍하지만 자식 가진 입장에서는 교육상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경찰단속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현장취재를 마친 후 기자는 남대문경찰서 담당부서와 계속 면담을 시도했다. 지난 12월 1~2일 담당부서에 4~5차례에 걸쳐 면담을 요청했지만 부서는 담당자 부재 등을 이유로 계속 회피했다. 심지어 ‘경찰서 바로 뒷 건물에서 성매매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아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직접 들어가 봤냐”고 되물을 뿐이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여관발이촌은 우리도 알고 있지만 그 문제는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면담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하며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경찰의 단속의지가 무척 궁금할 뿐이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