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내겐 너무 과분한 그녀>의 한 장면. |
주위에서 ‘퀸카 중의 퀸카’로 불리는 J 씨(27)는 얼마 전 남자친구로부터 헤어지자는 말을 듣고 패닉 상태에 빠졌다. 그녀의 남자친구는 작은 키에 평범한 외모의 소유자. 게다가 학벌도 그녀보다 떨어진다.
“여자가 아깝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내가 사랑하면 그만”이라며 남자친구와 만나온 J 씨 입장에서 남자친구의 이별 선언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너를 도무지 감당하기 힘들다”는 이별 선언 이유 역시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내가 괜찮다는데 왜 그래”라며 그를 붙잡았지만 그는 “넌 네 생각만 하지. 너만 괜찮으면 다야?”라며 화를 냈다. J 씨는 그동안 주변의 눈총에도 불구하고 그를 만나온 자신의 진심도 몰라주는 그가 너무 야속했다.
영화 <자이언트>에서 농장의 일꾼 제트(제임스 딘)는 농장주의 부인 레슬리(엘리자베스 테일러)를 짝사랑한다. 그는 자신이 물려받은 땅을 파서 유전을 찾는 데 혈안이 된다. 레슬리에 대한 사랑을 돈으로 충족시키고 싶어서다.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 말하는 제트에게 레슬리는 “돈이 전부가 아니다”라고 한다. 그러자 제트는 “그건 돈이 있는 사람들의 얘기”라고 대답한다.
그렇다. 조건이 좋은 J 씨는 조건에 연연해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조건보다는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조건이 안 좋은 남자친구는 조건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잘난 상대를 부담스러워하는 남성의 심리
남자는 여자에 비해 사회적 성향이 강하다. 남녀관계의 세계적 전문가인 앨런 피즈 박사에 의하면 여자는 남자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으면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반면, 남자는 사회생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여자와도 잘 지내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여자는 사랑으로 조건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낭만적인 생각을 할 수 있지만 남자는 여자의 좋은 조건에 오히려 더 신경을 쓰곤 한다.
여성의 사회활동이 활발해지고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을 갖춘 여성들이 늘고 있지만 그럼에도 남녀관계에서 많은 경제적 책임을 지는 쪽은 여전히 남성이다.
서로에게 빠져 사랑하는 사람 외에는 눈에 들어오는 것이 없을 때에는 조건이나 상황은 중요한 문제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서서히 관계가 정착되면서 남자는 주변의 반응에 신경 쓰게 되면서 두 사람이 가진 조건을 사회적 기준과 비교하기 시작한다. 특히 남자의 조건이 여자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남고여저’의 결혼관이 일반적인 우리 사회에선 남자의 조건이 여자보다 떨어지는 경우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지나친 자신감은 상대에게 위축감 느끼게 해
조건 좋은 사람이 늘 이성의 호감을 얻는 것도 아니고, 좋은 결혼상대라는 보장도 없다. 함께 살려면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는 부분이 있어야 숨통이 트인다.
<내게 너무 예쁜 당신>이란 프랑스 영화가 있다. 미모와 교양을 갖춘 아내를 둔 남자 주인공이 아내에 비해 너무 못생긴 여비서와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이다. 남들은 아름다운 아내를 둔 주인공을 부러워했지만 그것은 겉으로 보이는 결혼생활일 뿐, 완벽함을 추구하는 아내 때문에 주인공은 늘 숨이 막혔다. 결국 자기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자신을 최고로 여기는 여자를 만나 비로소 행복해진 그 남자의 애정행각은 단지 불륜으로만 여기기에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우리는 주변에서 어느 한쪽이 기우는 것 같은 커플들을 종종 보게 된다. 하지만 남들의 생각이 어떻든 당사자들이 만족하고 행복하다면 그만이다. 만약 두 사람 중 어느 한쪽이 자신의 안 좋은 상황이나 조건에 민감해 한다면 “이런 것쯤 아무 것도 아니다”고만 말하지 말고 그가 숨통이 트일 수 있도록 신경을 써 주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괜찮다는데 남들이 뭐라고 하는 게 무슨 상관이냐”는 식의 자신감 넘치는 태도가 때로는 상대에게 “나는 그렇지 못한데…”라는 심리적 위축감을 느끼게 할 수도 있다는 것 또한 명심하자.
이웅진 좋은만남 선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