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인스앤틱’ 이바인 씨(왼쪽)와 ‘상하이짬뽕’ 윤성수 씨. |
창업을 준비할 때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쉽지 않은 것이 아이템 선정이다. 수많은 아이템 중에서 내게 딱 맞는 아이템을 찾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잘 된다는 소문에 무작정 아이템을 선택했다간 궁합이 맞지 않아 실패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와 성공한 선배 창업자들은 무엇보다 자신이 잘 알고 있거나 관심이 있는 분야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그렇다면 평소 관심이 많거나 즐겨 하는 ‘취미’를 아이템으로 선택하면 어떨까.
경기도 광주시에 있는 창고형 앤틱 가구전문점 ‘바인스앤틱’.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시내에 위치한 것도 아니고 지도를 들고 일부러 찾아가야 하는 곳에 자리하고 있지만 이곳은 연매출 6억 원을 기록할 정도로 앤틱 마니아들에겐 유명한 곳이다. 사장인 이바인 씨(38)는 번역사 경력이 있기는 하지만 7년 전만해도 평범한 전업 주부였다. 처음엔 집을 예쁘게 꾸미는 TV 프로그램에 참여, 해외여행상품권을 받아볼 욕심으로 앤틱 가구에 관심을 가졌단다.
“당시 없는 돈 100만 원을 끌어 모으고, 어린 아이를 업고 돌아다니며 앤틱 가구를 장만했는데 바로 방송이 폐지가 되더군요. 얼마나 허무했는지 몰라요. 하지만 앤틱 가구의 매력에 흠뻑 빠지는 계기가 됐죠.”
그리고 무작정 창업에 뛰어들었다. 집에서 가까운 경기도 분당 정자동에 7평짜리 점포를 얻어 5000만 원 정도 물건을 들여놓고 장사를 시작했다. 개점을 했지만 손님들의 발걸음은 뜸했다. 두 달이 지나서야 겨우 거실용 수납장 하나를 150만 원에 판매할 정도였다. 첫 판매의 기쁨도 컸지만 이를 통해 다양한 물건을 싸게 들여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그는 해외에서 물건을 직접 조달하기로 결심했다.
인터넷을 뒤져 영국과 프랑스, 벨기에 등 유럽에서 열리는 벼룩시장과 도매상 정보를 확보하고 6개월 뒤 직접 현지로 날아갔다. 결혼 전 3년 정도 활동한 번역사 경력이 직거래에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이를 통해 가격전략이 가능해졌고 입소문이 나면서 손님이 부쩍 늘었다. 일찌감치 개설한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서도 주문이 이어졌다. 장사가 잘 되면서 2년 뒤인 2006년, 분당 서현동에 30평 규모의 매장으로 확대했다.
“앤틱 가구는 정가라는 개념이 없어요. 그러다보니 제품 가격이 들쑥날쑥하고, 주인인 저조차도 판매 가격이 헷갈리는 겁니다. 결국 체계적인 운영을 위해서 인터넷에 가격을 오픈했죠.”
그의 행동은 당시 가격 비공개가 불문율이었던 앤틱 가구 업계에 핵폭탄을 떨어뜨린 셈이었다. 경쟁업소들로부터 숱한 비난의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소비자들에게는 긍정적인 반응은 물론 신뢰를 얻게 된 계기가 됐다. 이 사장은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는 제품을 들여오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귀띔한다.
“처음에는 무조건 예쁘고 좋아 보이는 제품을 들여와 팔리기만을 기다렸어요. 그런데 의외로 물건이 안 나가는 겁니다. 예쁘기만 하지 실용성은 떨어졌던 것이죠. 가구는 무엇보다 고객들이 원하는 제품, 팔릴 수 있는 물건을 들여오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인근에서 상하이짬뽕을 운영하고 있는 윤성수 씨(40)는 자신의 취미인 요리를 창업에 100% 활용해 성공을 거두고 있는 사례다. 음식점을 열기 전 그는 5년 정도 PC방을 했다. 장사는 잘 되었지만 24시간 운영으로 체력소모가 커 힘이 들었고 무엇보다 음식점을 하고 싶은 꿈을 버릴 수가 없었다고 한다.
결국 PC방은 권리금을 받아 정리를 하고 최근 사람들이 많이 찾는 짬뽕전문점을 해보기로 결심, 회기역 인근 2층 상가에 위치한 24평 규모의 음식점을 인수해 창업에 나섰다. 개업 후 1만 장 정도의 전단지를 배포하고, 음식 하나를 시키면 하나는 공짜로 주는 원플러스원(1+1) 행사를 실시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첫날 매출은 72만 원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음식점이 다 경험한다는 소위 ‘오픈발’에서 소외당한 셈이다.
게다가 올해 3월, 개업 당시 2200만~2300만 원이던 월 매출은 6월에 접어들자 1900만 원까지 떨어졌다. 가만히 있다간 매출이 더 떨어질 것은 불을 보듯 빤한 일이었다. 그는 인근에 위치한 청량리시장에 직접 나가 홍합을 비롯해 신선한 재료를 구입하고 직접 조리에 나섰다. 취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본사에서 규정한 홍합의 양이 5~6개라면 15개 이상의 홍합을 올려주는 등 음식에 재료를 푸짐하게 사용하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장과 짬뽕, 미니탕수육을 9900원에 제공하는 세트메뉴도 개발해 적극적인 영업에 나섰다. 음식을 보기 좋게 만들고 예쁘게 담는 데도 신경을 썼다.
6월에는 홍합을 30개 정도 넣어주는 ‘홍합폭탄’ 이벤트도 실시했다. 푸짐하고 맛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손님들이 부쩍 늘어났다. 7월부터 오르기 시작한 월 매출은 현재 3300만 원 정도로 가맹점 매출 상위권에 속한단다. 지난 여름엔 다른 점포에서 하루 두세 그릇 나가는 냉짬뽕을 20~30그릇씩 판매할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기존 레시피에 해파리 무순 등을 더 넣어 씹는 맛을 더욱 좋게 한 것. 채소 값 폭등 때는 양을 줄이기보다 대체재인 당근 적채 등을 구입해 오히려 푸짐하게 제공했다.
윤 씨는 “취미를 창업으로 연결하면 아무래도 관심이 남다르다보니 매출 상승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게 되고 다른 사람보다는 쉽게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물론 ‘취미창업’이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등산용품 판매점을 운영하는 박 아무개 씨(40)는 자신이 가장 즐기는 취미인 등산 관련 일을 직업으로 가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이라 생각해 창업에 나섰다.
그런데 웬걸, 창업 후 매장을 지키고 있어야 하니 산행 횟수가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게다가 자신의 눈높이에 맞춰 지나치게 고가의 상품을 들여놓았더니 비싼 제품만 판매하는 곳으로 알려져 매출까지 부진한 상황에 이르렀다. 예전처럼 자신이 즐기던 취미를 마음껏 누리지 못하는 데다 수익마저 악화되면서 박 씨는 최근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한다.
스타트비즈니스 김상훈 소장은 “취미를 창업으로 연결하는 경우 전문 지식을 갖추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창업자 측면에서는 직업이 된 이상 취미가 더 이상 즐기는 것에 머물지 않음을 명심해야 한다. 창업 전에는 수익구조를 꼼꼼히 따져보아야 하고, 창업 후에는 마니아층은 물론 일반 소비자들까지 만족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해야만 치열한 경쟁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