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태들이 등장하는 3류 야설에서나 나올 법한 이 이야기의 결말은 어떻게 됐을까. 지난 12월 23일 서울고법 항소심에서 자신의 딸을 덮쳐 임신시킨 인면수심 아버지가 징역 7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1심(징역 10년)보다 양형이 다소 줄어들어 벌써부터 네티즌 사이에서는 설전이 오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안타깝게도 효심이 지극한 피해자 딸은 오히려 아버지를 선처해 달라며 나서고 있다. 세상에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을 벌인 인면수심 아버지와 그의 딸 사이에서 일어난 기막힌 사건의 전말과 그후를 집중취재했다.
부정(父情)을 부정(不淨)하게 한 피의자에게 서울고법이 1심보다 더 낮은 형을 선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온 국민을 충격으로 빠뜨린 ‘친딸 성폭행 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이 사건의 주인공 노 아무개 씨(48)는 지난 2002년 가정불화로 이혼한 뒤 딸, 아들과 함께 살아온 평범한 가장이었다. 이혼 후 삶의 의욕을 잃은 노 씨는 설상가상으로 직업마저 잃었고, 경제난은 갈수록 심각해졌다. 이 후 노 씨는 매일 술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러던 2008년 12월경,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고등학생인 딸(당시 16세)이었다. 이혼 당시만 해도 어린아이에 불과했던 딸이 어느덧 성장해 있었던 것이다. 아내 역할을 하며 집을 돌보고 있는 딸이 그의 눈에는 여자로 비춰졌다. 순간 욕정을 느낀 그는 옷 위로 딸의 가슴을 만졌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2010년 5월 26일 저녁 11시경에도 노 씨의 가정은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술을 마시고 있던 노 씨는 순간 딸에게 욕정을 느꼈다. 욕구를 해결하고 싶었던 터였다. 그는 무엇에 이끌리듯 딸의 팔을 누르고 옷을 벗기려 시도했다. 딸이 완강히 반항했지만 그는 강제로 옷을 벗기고 성폭행했다.
2010년 6월 7일 9시경에도 노 씨는 양천구 신월동 자신의 집 안방에서 친딸이 컴퓨터를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다른 부모라면 자식에게 “공부는 안하고…”라는 잔소리를 늘어놨을 것이지만, 노 씨는 달랐다. 아들이 없는 것을 확인한 그는 딸을 다시 한 번 강간하려고 마음 먹고 딸의 티셔츠 아래로 손을 집어넣어 속옷 위로 가슴을 만졌다. 딸은 아버지의 손길을 뿌리쳤고, 마침 그 때 그녀의 남동생인 노 아무개 군(12)이 들어와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노 씨는 끈질기게 아들의 눈을 피해 성추행을 시도했다. 결국 아들도 이상한 분위기를 알아차릴 수밖에 없었다. 사건을 담당한 양천경찰서 측은 “아버지가 누나를 성추행하는 장면을 우연히 목격한 노 군이 경찰에 신고해 사건이 수면위로 드러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 조사에서 노 군은 “누나가 인터넷을 하고 있는데 아버지가 치마 안으로 손을 집어 넣는 모습을 우연히 보고 신고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노 씨는 아들이 자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딸을 성폭행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사건을 맡은 양천경찰서 안호진 형사는 “노 씨는 1년 6개월 동안 수 차례에 걸쳐 딸을 추행·성폭행했다”고 밝혔다.
노 씨의 인면수심 범행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수차례 반복되는 성폭행으로 노 양은 지난 2009년 노 씨의 아이를 가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버지의 아이를 임신한 것이다. 노 양은 1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아버지의 성폭행 사실, 아이의 임신 사실 등을 다른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혼자 쉼터에 가서 출산까지 했다. 아이는 모 입양 기관에 보내졌고, 그 후 딸은 다시 집으로 돌아왔지만 노 씨의 성폭행은 오히려 더욱 빈번해졌다.
입건 후 노 씨는 경찰 조사에서 “죄송하다”며 범행을 인정했지만 별다른 동기를 밝히지 않았다. 노 양은 “아버지에게 4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했고, 이후 보라매원스톱지원센터로 옮겨져 검진을 받았다.
친딸 성폭행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노 씨의 첫 재판은 지난 10월 26일에 있었다. 재판을 담당했던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 11부는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친족관계에 의한 강간)을 적용해 노 씨에게 징역 10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와 더불어 노 씨에게는 전자발찌 부착 7년과 신상정보 공개 5년을 명령했다.
당시 판결을 내린 김홍준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노 씨는 자신의 성욕을 충족하기 위해 친딸을 성폭행하고 강제추행했다”며 “정상적인 도덕관념을 가진 인간이라면 상상하기조차 힘든 반인륜적인 범행을 저질렀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더욱 안타까웠던 것은 재판 당시 피해자인 딸 노 양이 인면수심 아버지의 선처를 강력히 호소했다는 사실이다. 비록 아버지 노 씨가 자신에게 범한 성폭행과 임신 등 악행을 생각하면 견딜 수 없지만 그래도 하나밖에 없는 친아버지기 때문에 형량을 줄여줄 것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담당판사는 “피해자의 선처 호소는 알겠으나 인면수심 아버지의 엄벌은 마땅하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지난 12월 23일 있었던 항소심에서도 노 양은 또 다시 아버지의 선처를 강력하게 호소해 노 씨는 형량을 줄일 수 있었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형사 7부는 노 씨에게 징역 7년에 전자발찌 부착 7년, 신상정보공개 5년을 명령했다.
판결을 내린 김인욱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피의자는 초범이고 현재 반성하고 있다는 점, 수사 이전까지 친딸의 임신과 출산 사실을 몰랐다는 점, 그리고 이혼 후 자녀 양육에 나름의 최선을 다했고 특히 피해자가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며 감형 이유를 밝혔다. 양형기준 적용에서는 1심의 가중요소인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 항목을 제외해 형량을 3년 줄였다.
하지만 항소심 판결을 접한 네티즌들은 대부분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영화 이야기인 줄 알았다. 이러한 반인륜적인 범죄를 저지른 아버지 노 씨의 양형은 부적절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는가 하면 “인면수심 아버지를 위해 선처를 호소한 딸의 심정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며 피해자 노 양을 걱정하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우선미 기자 wihtsm@ilyo.co.kr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