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싸움>의 한 장면. |
불가사의 중 하나. 미인과 결혼하는 개그맨이 많다는 것이다. 키도 작고 얼굴도 그저 그런, 고작해야 웃기는 재주밖에 없어 보이는 그 남자들이 미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비결은 무엇일까. 웃기는 재주, 바로 그것이다. 웃음은 사람을 무장해제시킨다. 스트레스와 고통을 줄여주기 때문에 힘든 상황을 잘 넘길 수 있는 여유를 주기도 한다. 그래서 유머감각이 있는 사람을 만나면 마음이 편해진다.
필자는 얼마 전 부부동반 동창 모임에 갔다. 학창시절에도 잘 웃고 성격 좋았던 한 친구는 여전히 그 모습으로 늙어가고 있었다. 그 부부와 얘기를 나누는데, 조금 난처한 상황이 벌어졌다. 친구의 부인이 남편에게 무안을 준 것이다. “당신은 말이 너무 많아요”라는 그녀의 말 한마디는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들 뻔했다. 다행히도 친구는 “당신 말이 맞아. 난 항상 혼자 떠들어댄단 말이야”라고 웃으며 맞받아쳤다.
아내의 지적이 설령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여러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그런 얘기를 들으면 화가 나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그 친구는 주변을 생각해서 웃어넘긴 것이다. 그 부부가 별 탈 없이 사는 건 친구의 웃음과 여유 덕분일 것이다. 상대의 실수에 예민해지지 않고 웃어넘길 수 있다면 안정적이고 즐거운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금슬 좋은 부부들도 싸움을 한다. 그들이 남들과 다른 점은 굳이 이기려 하지 않는다는 것, 지나치게 심각해지지 않는다는 것 등이다. 그들이 설렁설렁 인생을 살아서가 아니다. 이혼을 전제로 하지 않는 한 부부 사이에 목숨 걸고 싸울 만한 일이 어디 있겠나. 설령 싸워서 상대를 이긴다고 한들, 기분이 좋아지겠는가. 상대에게 상처를 주면 나 자신도 그만큼 아픈 법이다.
언젠가 차를 타고 가다가 라디오 전화 상담을 들은 적이 있다. 한 남성은 아내가 예전에 신용카드로 쇼핑을 막 해대는 바람에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적이 있다면서 언제 또 그런 일이 있을까 조마조마하다는 내용이었다. 그 남성이 내 앞에 있다면 “다 털어버리라”고 얘기하고 싶었다.
♥싸우면서 시간 허비하기엔 너무나도 소중한 삶
그런데 그 상담자는 “조심하라”는 말로 그의 걱정을 부추기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들은 남성은 아내를 달달 볶았을 것이다. 그의 아내는 잘못을 저질러서 부부관계를 어렵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엄연히 과거의 일이다. 그런데 아직도 그 기억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아내를 현행범 취급한다면 그가 오히려 아내에게 잘못을 하는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완벽하리라는 생각은 언젠가는 자신은 물론 상대를 옭아매는 감옥이 될 것이다. 특히 이미 지나버린 과거사에까지 신경을 쓰는 사람의 마음에는 좋은 것을 보고 듣고 느낄 공간이 더 이상 없다. 차라리 그럴 시간에 사랑하고 용서한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백팔십도 달라질 수 있으련만.
지난 일들을 되새김질해서 속을 끓이는 일이 아니더라도 부부관계를 가로 막는 장애물들은 무수히 많다. 서로 다른 인격체끼리 만나 함께 살다 보면 왜 문제가 없겠는가. 문제가 발생하면 그 원인을 분석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해결방법도 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그냥 떨쳐버리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배우자의 허물에 대해 적당히 웃어넘길 줄 아는 여유, 혹은 유머감각은 행복을 불러들이는 묘약이다.
주변을 보면 별것도 아닌 일로 다투는 커플들이 많다. 약속에 조금 늦었다거나 말을 잘 못 알아들었다거나 심지어 차를 마신 컵을 아무 데나 둔다고 싸우기도 한다. 물론 사소한 일도 반복되면 심각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사소하고 하찮은 일은 걸러내고, 정말 중요한 일만 생각하려고 노력한다면 갈등은 그만큼 줄어든다. 나의 소중한 삶을 사랑하는 사람과 하찮은 일 때문에 다투면서 허비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웅진 좋은만남 선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