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대중들이 정치인에게 궁금해 하는 점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몇몇 지인들에게 물어보았다. 정치적인 이야기를 궁금해 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대다수의 답변은 ‘노’. 오히려 재산은 얼마인지, 사는 집은 어떠한지와 같은 매우 대중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서 신년특집호로 기획한 것이 정치인 중에서도 대통령을 꿈꾸는 차기 대권주자들이 사는 집은 어떤 곳일까 하는 것이다. 수많은 정치인들이 ‘서민들을 위하겠다’는 일명 ‘서민정치’를 내세우고 있지만 그들이 사는 집도 과연 서민의 삶과 가까울까. 지난 12월 29일~30일 이틀 동안 여야의 대권 잠룡 6명의 집과 공관을 일일이 찾아가 탐방 취재를 해보았다.
시작부터 난관에 닥쳤다. 대선주자들은 정치인 중에서도 ‘유명’ 정치인의 신분이기에 이들이 사는 집주소를 찾는 일이 예상 외로 힘들었던 것. 대상자는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상위권을 랭크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박근혜 전 대표, 김문수 경기지사, 오세훈 서울시장, 민주당 손학규 대표, 한명숙 전 총리, 국민참여당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 등 총 6명으로 정했다. 이미 많은 플래시 세례를 받은 바 있는 박근혜 전 대표의 집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으나 그 외의 주자들은 집주소를 공개하는 것에 대해 대부분 난색을 표했다. 특히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주자들의 경우엔 신변보호와 보안 등의 이유로 주소 공개를 매우 꺼렸다. ‘취재용으로만 참고하겠다’는 이야기를 전했지만, 몇몇 주자의 경우 공보 관계자들의 상의 후 결국 상세주소를 알려주지 않아 집 근처를 돌아다니며 수소문해야 했다.
지난 29일 아침, ‘어렵게’ 알아낸 6명의 집주소를 토대로 직접 방문해 주변취재에 들어갔다. 박근혜 전 대표, 손학규 대표, 오세훈 시장, 한명숙 전 총리가 살고 있는 곳은 서울이었고 김문수 경기지사와 유시민 원장의 집은 각각 경기 수원시와 고양시였다. 단체장직에 있는 김문수 지사와 오세훈 시장의 경우 현재 공관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다.
박근혜 전 대표의 삼성동 자택은 시세가 17억 5000만 원 선에 이르러 오세훈 시장에 이어 6명의 주자 중 두 번째로 비싼 집에 살고 있다. 이는 강남이라는 지역적 특성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다른 주자들 대부분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박 전 대표의 집은 48.86㎡(약 15평) 규모의 지하층 1층을 포함한 2층(1층 160.26㎡, 2층 108.23㎡ 총 약 81평) 양옥집으로 비교적 오래된 낡은 주택이다. 박 전 대표는 1990년 이 집을 사 이사해 20년째 살고 있다. 몇 주 전 이곳을 방문했던 기자가 지난 29일 다시 찾았을 때에도 집안에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박 전 대표는 20년 동안 살고 있는 이곳 삼성동 자택 외에도 대구에 아파트 한 채를 더 가지고 있다. 대구가 박 전 대표의 지역구인 탓에 방문하게 되면 머무를 곳이 필요하기 때문에 구입한 것이라고 한다. 현재 박 전 대표의 주소지도 대구로 되어 있는 상태. 대구 달성군 화원읍 성산리에 있는 105.60㎡(약 32평) 규모의 아파트로 지난해 4월 재산공개 때의 집값은 약 5700만 원 정도다.
김 지사는 자신의 지역구(부천 소사구)였던 부천에서 오랜 동안 살아온 탓에 부천에 아파트를 가지고 있다. 현재는 수원의 경기지사 공관에 머무르고 있으나 자택은 부천인 셈. 이곳 부천 소사본동 한신아파트 1××동 3×××호에는 현재 외동딸 동주 씨가 살고 있고 부인 설난영 씨가 수원 공관과 이곳을 오가고 있다고 한다. 32평 규모의 이 아파트 매매가는 2억 2000만~2억 5000만 원 선으로 그다지 비싼 편에 속하지 않는다.
기자가 지난 29일 찾아가보니 아파트는 오래된 듯 낡아 보였다. 엘리베이터도 비좁아 기자와 사진기자 두 명이 타니 공간이 협소하게 느껴졌을 정도. 현재는 도지사 공관에 머물고 있지만 자택만 놓고 보자면 김문수 지사의 집이 가장 ‘서민’과 가까워 보였다. 근처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지은 지 26년 된 오래된 아파트라 집값은 매우 싼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지사가 현재 이곳에 살지 않기 때문에 몇몇 이웃 주민들은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인근의 세탁소 주인은 “전에는 세탁물을 자주 맡기셨는데 요즘은 수원에 사시다보니 거래가 끊겨 아쉽다. 지금은 따님만 이곳에 옷을 맡기고 있다”며 웃음을 보였다. 또 다른 근처 가게 주인은 “김문수 지사 가족 모두 상당히 검소한 편이다. 이런 낡은 아파트에 계속 살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고 말하기도 했다. 김 지사 측은 집주소를 알려달라는 기자의 요청에도 상당히 ‘협조적’이었다. 가장 ‘고생’ 안 하고 찾을 수 있었던 집이 김 지사의 집이었다.
오세훈 시장은 현재 ‘서울시 종로구 혜화동 9×-×번지’에 있는 서울시장 공관에 살고 있지만 시장 취임 이전까지 살던 자택은 ‘강남구 대치동 9××번지’에 위치한 K 빌라다. 이곳은 지하 두 개 층을 포함해 2층 빌라로 이중 58평형 규모의 한 호가 오 시장과 부인 송현옥 씨의 공동소유로 되어 있다. 현재는 임대를 주고 있으며 매매 시세는 20억 원 정도. 집값만을 비교한다면 오 시장이 6명의 잠룡 중 가장 비싼 집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이 빌라는 2003년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수상했고 인근 부동산업계에서는 ‘오세훈 시장의 자택’으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고 한다. 지난 2006년에는 공시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다세대주택 1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1, 2층이 복층 구조로 되어 있으며 대치동에 이런 구조는 이곳 한 곳뿐이다. 매물이 거의 나오지 않는 고급빌라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집이 있는 곳은 서울시장 관저에서 그다지 멀리 떨어지지 않은 ‘종로구 창신동 S 아파트’. 손 대표는 지난 2008년 18대 총선에서 종로에 출마하기 위해 이곳으로 이사 왔다. 하지만 아파트는 손 대표 소유가 아닌 전세살이. 손 대표는 그동안 자주 이사를 다닌 편인데 주로 전세를 얻어 다니곤 했다. 2008년~2010년까지 2년간 정계를 떠나 머물렀던 춘천의 집도 친척의 집을 빌린 것이었다고 한다. 손 대표는 경기지사 시절인 지난 2006년 2억 9400만 원의 재산을 신고한 바 있다. 총재산 규모가 다른 주자들의 ‘집값’ 수준에도 이르지 못해 대선주자들 중 가장 서민들과 가까운 재산 규모를 가지고 있는 셈.
손 대표가 살고 있는 20×동 12××호는 39평형으로 전세 시세는 2억 원 정도를 오간다고 한다. 93년에 세운 아파트여서 비교적 오래된 편에 속해 건물 외관은 그다지 좋지는 않아 보였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20년 가까이 된 아파트라 주변 아파트에 비해 시세는 싼 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9일 이곳을 찾았을 때 손 대표의 부인 이윤영 씨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기에 인사나 하고자 인터폰을 눌러보았지만, 집에는 일을 돕는 아주머니만 머무르고 있었다.
손 대표와 같은 ‘유명인사’가 살고 있기에 아파트의 이웃주민들은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듯했다. 아침마다 비서진이 차를 대기하고 있다가 손 대표를 모셔가야 해서 주변 동의 주민들이 출근길에 차를 이동하기 불편하다는 ‘민원’도 가끔 들어온다는 것. 한 이웃주민은 “주차공간이 넓지 않아 이해는 하지만, 아침마다 손 대표 집 앞으로 나가야 하는데 차를 대기하고 있어 불편한 점도 있다”고 말했다.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의 자택은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S 아파트 5××동 3××호. 42평 정도로 다른 대선주자들의 아파트에 비해 다소 넓은 이 아파트는 유 원장의 부인 한경혜 씨의 소유로 되어 있다. 부동산 업자는 “매매가는 4억 원 정도에 이르지만 ‘동향’이어서 같은 평형의 주변 동에 비해 약간 싼 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웃주민들 대부분은 유 원장이 이곳에 사는지 잘 모르고 있는 듯했다. 한 인근 주민은 “이곳 지역 주민들이 여당 성향이 강한 편이어서 유 원장에 대한 관심은 좀 적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 지지를 해도 드러내지 않는 편이다. 인근 단지에 심상정 (진보신당) 전 대표도 살고 있는데 주민들이 잘 모른다”고 전했다.
하지만 취재 중 만난 한 주민은 “개인적으로 유시민 원장과 같은 분이 꼭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기자에게 지지의사를 ‘강하게’ 표출하기도 했다. 유 원장의 집을 찾았다가 나오는 길에 때마침 유 원장 집의 세탁물을 배달한다는 세탁소업주를 만날 수 있었다. 이 업주는 “맡기는 옷도 비싼 옷이 하나도 없다. 유 원장이나 사모님 모두 국산 브랜드 옷만 입는 것 같다. 옷을 늘이거나 줄이는 수선도 자주 맡기는 편이다. 매우 검소하고 서민적인 느낌을 받아 개인적으로 유 원장을 지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명숙 전 총리의 마포구 집에도 찾아가 보았다. 한 전 총리가 살고 있는 ‘마포구 토정동 H 아파트’는 여의도와 가까운 곳에 이어 국회에 오가기가 편리한 위치였다. 한 전 총리 역시 작은 평형(25평)에 전세로 살고 있었는데 전세가는 2억 원 정도라고 한다.
한 전 총리가 이 아파트로 이사한 것은 지난해 초. 하지만 아직도 인근 주민들 대부분 한 전 총리가 이곳에 살고 있는지 모를 만큼 ‘조용히’ 이사 왔다고 한다. 통장 일을 맡고 있다는 한 주민은 “이사 온 뒤에 전입신고서를 받고서야 이름을 보고 이웃주민이 된 것을 알게 되었다. 간혹 길에서 만나기도 하는데 “수고하십니다”라며 인사도 잘 받아주시고 인상이 매우 좋아 보이시더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이웃은 “지난 번 서울시장 선거 때 우리 동네에 사는 줄 알았더라면 이웃들이 더 지지를 해주었을 텐데 아깝게 떨어지시는 걸 보고 안타까웠다”고 전하기도 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
▲ 경기지사 공관(위)과 서울시장 공관 전경. |
김 넓은 잔디 마당 ‘운치 있네’
오 높은 지대 위치 ‘보안 유리’
자치단체장직을 맡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지사는 각각 자택을 갖고 있지만 재임 기간 동안 공관에서 살고 있다. 김문수 지사의 공관은 수원시 팔달구 화서동 4×-×번지에 위치해 있다. 주택가의 막다른 골목에 자리해 있는 이 흰색 2층 양옥집은 꽤 운치 있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같은 2층 주택이지만 마당이 좁은 박 전 대표의 집과는 달리 잔디가 깔린 넓은 마당이 있어 외국 주택과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김 지사는 지난 2006년 7월 1일 도지사 취임 이후부터 부인 설난영 씨와 함께 이곳에 머무르고 있다. 김 지사는 한 공식성상에서 경기지사 공관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손 대표가 살았던 집(경기지사 공관)에 우리 부부가 살고 있어 텔레비전에 손 대표가 나올 때마다 기분이 묘하다”고 밝혔던 것. 2010년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하며 김 지사의 주가가 오르면서 친이계 의원들이 공관으로 그를 찾아오는 일도 잦다고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 공관이 있는 곳은 ‘서울시 종로구 혜화동 9×-×번지’. 지난 29일 종로구 혜화동 서울시장 관저를 찾아가 보았다. 인근의 높은 건물에 올라가 보아도 관저 내부를 들여다보기가 쉽지 않은 위치여서 보안에는 상당이 유리한 곳이었다. 관저가 있는 곳이 주변보다 지대가 높아 조망권도 좋을 것으로 보였다.
1940년대에 지어진 서울시장 공관은 일본식 복층 구조로 되어 있다. 오 시장 부부가 이사 왔을 때엔 2층이 일본식 다다미방으로 되어 있었는데 부인 송현옥 씨가 온돌방으로 개조했다고 한다. 60년이 넘은 오래된 낡은 건물이라 지난해엔 태풍 곤파스의 피해로 지붕 일부가 무너지는 사고를 겪기도 했다. 서울시청 측에 공관에 대한 자세한 자료요청을 부탁했으나 서울시 측은 ‘보안상’의 이유로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을 했다.
한 이웃주민은 “(오 시장이) 워낙 바쁘신 분이라 얼굴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간혹 부인 송현옥 씨가 인근의 시장을 찾아 장을 보기도 한다고 한다. 또 다른 주민은 “사모님이 동네 분들과 간혹 대화도 하고 그러는 것으로 알고 있다. 좋으신 분 같더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