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왼쪽)과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전무. |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역시 재계 1위 삼성그룹의 3세들이다. 이 가운데 전무에서 사장으로 파격 승진한 이부진 사장(40)이 가장 눈에 띈다. 이건희 회장의 장녀인 이 사장은 이번 인사로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 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담당 사장뿐만 아니라 삼성물산 상사부문 고문까지 맡게 됐다. 사장으로 두 계단이나 승진한 것이 이례적인 데다 삼성그룹 역사상 여성이 사장에 오른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2010년 인천공항에 위치한 호텔신라 면세점에 루이뷔통을 입점시키며 경영 능력을 과시했다. 이 사장은 평소 디자인에 관심이 많아 삼성물산 상사부문뿐만 아니라 건설부문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오빠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의 경쟁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져 후계구도의 변수로까지 작용하는 그의 행보는 2011년 내내 재계에서 가장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전망이다.
재계 4위 LG그룹 구본무 회장의 양자 구광모 LG전자 과장(34)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LG그룹은 오너 일가의 인사에 대한 언급을 삼가고 있지만 45년생인 구 회장이 더 이상 후계 문제를 미루기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삼성이나 현대차 등 다른 그룹에 비해 후계 구도 구축 속도가 느리다는 점에서 올 한 해 ‘광폭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경영권 승계의 변수는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다. LG그룹 내부에서 구 회장에서 곧바로 구 과장으로 경영권 승계가 이뤄질 가능성과 구 부회장을 거쳐 구 과장으로 넘어가는 두 가지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지난 2010년 ‘스마트폰 위기’를 맞은 LG전자의 구원투수로 나선 구 부회장의 실적이 관건이다.
한진그룹의 경우 조양호 회장의 막내 조현민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IMC팀장(28)에 시선이 쏠린다. 미국 USC(남가주대)를 졸업한 조 팀장은 LG애드(현 HS애드)에서 첫 직장생활을 하다가 2007년 3월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과장으로 입사했다. 그는 현재 이 부서에서 대한항공 진에어 등의 광고·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다. 2010년에는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위원장인 아버지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조 팀장은 게임 산업을 적극 후원하는 등 회사 이미지 개선에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그룹 내에서는 막내딸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이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언니인 조현아 전무와의 자매간 경쟁도 관전 포인트. 지난 12월 29일 부장에서 상무보로 승진하면서 그도 언니처럼 임원 반열에 올랐다.
워크아웃 상태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삼구 회장의 장남 박세창 금호타이어 전무(36)의 역할이 커 보인다. 박 전무는 지난 12월 30일 단행된 인사를 통해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박 전무는 미국 MIT에서 MBA를 받은 뒤 지난 2005년 10월 금호타이어 부장으로 입사했다. 2006년 그룹 전략경영본부로 옮기면서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아왔고 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워크아웃에 들어간 이후에는 채권단과의 의사소통을 총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무의 역할에 따라 금호아시아나의 워크아웃 조기 졸업 여부가 판가름 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한화그룹은 지난 12월로 예정되어 있던 정기인사가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다. 검찰 수사가 마무리된다면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회장실 차장(28)도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받게 될 전망이다. 김 차장은 지난 11월 열린 ‘G20(주요 20개국) 비즈니스 서밋’에 김 회장과 함께 참석해 재계 인사들에게 얼굴을 알렸고 지난 12월에는 이웅렬 코오롱 회장 모친 빈소를 찾는 등 이미 대외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김 회장이 29세에 그룹 회장직을 물려받았던 것처럼 김 차장이 파격적인 승진을 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것이 한화그룹 내부 관계자들의 말이다.
현대건설 인수를 놓고 채권단·현대차그룹과 피 말리는 승부를 벌이고 있는 현대그룹은 현정은 회장의 장녀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전무(34)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커 보인다. 정 전무는 현대그룹 입사 후 현 회장을 보좌하며 초고속 승진했다. 그러나 현재 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모친의 싸움을 보다 적극적으로 거드는 중책이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 전무는 아버지 고 정몽헌 회장 타계 이후 대북사업이 어려워졌을 때도 어머니의 가장 큰 힘이 된 바 있다.
박혁진 기자 ph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