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12월 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한 민주당 정세균 최고위원(왼쪽)과 정동영 최고위원이 4대강예산, 날치기법안 무효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그는 최근 언론인터뷰에서 “당내 5∼7명의 대선 후보군이 선의의 경쟁을 펼쳐야 한다. 그래야 당 지지도가 올라 정권 교체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비교적 준비가 돼 있는 사람”이라며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쑥쑥 자랄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고 대선도전 의사를 숨기지 않았다.
정 최고위원은 그러면서 야권 전체의 ‘단일후보론’에 힘을 주고 있다. 지난해 6·2 지방선거 때 야권 연대 파트너였던 다른 야당 대표들과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는 그는 오는 4월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겨냥해 민주당의 ‘1보후퇴론’을 제기했다. “지난해 7월 재보선 때 민주당이 야권단일후보를 내면서 ‘다음 재보선에선 다른 정당을 배려하겠다’는 약속을 한 만큼 민주당은 2보 전진을 위해 1보 후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가 야권연대를 거론한 것은 ‘김해 을’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곳에는 현재 민주당 백두현 경남도당위원장과 국민참여당 이봉수 전 노무현 대통령 농업특보 등이 예비후보로 등록한 상태다. 국민참여당은 이미 민주당을 향해 단일화 약속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정 최고위원의 ‘1보 후퇴’는 결국 김해 을에서 국민참여당에게 공천을 양보하자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그가 자신의 주요 지지기반인 당내 친노 세력을 우군화하면서, 손 대표도 견제할 수 있는 양수겸장의 카드인 셈이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당 남북평화특위위원장을 맡아 이미 평화 이슈를 선점하고 있다. 그는 지난 4일 기자회견을 통해 방북 및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을 공식 요청했다. 지난 6일에는 ‘2011 한반도평화대토론회’를 열어 “남북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우리의 운명을 주도하기 위해 대화의 기회를 능동적으로 살려야 한다”며 “남북문제 해결을 위해 즉각 국회 내 초당적 논의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한 측근은 “여러 경로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정 최고위원의 방북 문제에 북한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면서 “정동영-김정일 양자회동이 허언이 아닐 수 있다”고 호언했다. 정 최고위원 측은 이명박 정부가 주도하는 현재의 남북 간 긴장관계 속에서 야당의 유력 정치인이 김정일 위원장과 대좌를 한다는 것 자체가 평화 이슈의 가장 극적인 모습일 뿐만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외교 역량의 극대치를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설령 그런 주장이 희망사항에 그치더라도,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까지 지낸 정동영 최고위원의 상징성을 보여줄 수 있는 효과로는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여기에는 손 대표를 둘러싼 정체성 문제를 부각시키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남북 긴장 해소와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주문하면서도, ‘햇볕정책이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라거나, 안보강화를 자주 강조하는 손 대표를 겨냥해 이념적 공세를 펼 수 있는 확실한 근거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정 최고위원은 오는 20일에는 복지 문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며 조만간 비정규직 문제를 테마로 전국 순회도 추진키로 하는 등 선명성 행보에 나설 계획이다.
이 같은 두 정 최고위원의 움직임은 일단 4월 재보선을 분수령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재보선이 손 대표 취임 후 열리는 ‘중간평가’ 성격의 첫 전국 선거이기 때문이다. 이 선거의 성적표에 따라 손 대표의 안정적 당 운영 여부가 판가름 나고, 더 나아가 대선구도가 출렁이게 될 가능성도 있다.
주목할 대목은 손 대표가 이런 사정을 감안했음인지 본격적으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직접 겨냥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7일 경북 구미를 찾은 자리에서 박 전 대표가 내세운 ‘한국형 복지’를 겨냥해 “복지는 복지를 주장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는 “어떻게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 어떻게 뒷받침하겠다는 것이 없으면 책임 없는 복지이고 이뤄질 수 없는 복지”라며 “이렇게 하면 곧바로 불신 받는 정당과 정치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단순히 세금을 어떻게 더 걷느냐의 차원이 아니라 (복지를) 뒷받침할 경제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게 우리의 책임 있는 복지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최근 한 신년인터뷰에서 박 전 대표에 대해 “시대정신과 맞지 않는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가 박 전 대표와 대립각을 세울수록, 여야 간 대권 구도는 이들 양자의 대결로 인식되게 된다. 여권의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인 박 전 대표를 비판하며 자신의 대중적 입지를 도모하는 측면도 있지만, 정세균 정동영 최고위원의 내부적인 도전도 누르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이들 ‘빅3’의 각축전이 당장 당내 대권 후보 경쟁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당권-대권 분리론에 따라 적절한 타협점을 찾게 될지는 예단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그런 선택까지를 포함한 당심과 민심 잡기 경쟁이 본격화됐다는 것이다.
박공헌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