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 시사직격
많은 논란을 낳은 방사능 오염수 방류 발표 이후 한 달이 흘렀다. 일본 현지의 상황을 취재하면서 피해 어민과 학자, 활동가, 도쿄전력 및 정부 관계자 등을 만나 오염수를 둘러싼 쟁점들을 살펴봤다. 후쿠시마 오염수 그리고 그 방류 결정의 이면을 직격한다.
일본에서는 최근 ‘풍평피해’라는 말이 유행중이다. ‘바람처럼 떠도는 뜬소문’이라는 뜻의 풍평과 후쿠시마 방사능과 관련된 우려에 대한 일본 정부의 피해의식이 담긴 단어다. 10년 전 사상 최악의 원전사고 이후 지속적인 제염작업 끝에 대부분의 출입금지가 해제된 후쿠시마.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의 농수산물을 대내외적으로 홍보하는 한편 도쿄올림픽 성화봉송의 시작점으로 삼아 이곳의 부흥을 천명했다. 그리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은 그들의 자신감을 보여준다. 하지만 사람들이 느끼는 후쿠시마는 일본 정부의 바람과 달랐다.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는 이재민과 생선에 세슘이 검출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며 조업하는 어민, 원전사고 이후 소아갑상선암을 앓은 피해자에게 오염수 방류는 어떤 의미일까.
2013년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후쿠시마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다. 장담컨대 우리는 상황을 잘 통제하는 중이다. 도쿄에는 어떤 위험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고향을 잃은 곤노 씨는 “다시 돌아올 수 있을거라 생각하냐”는 질문에 “아뇨. 그렇게 생각 안해요. 돌아올 수 없어요. 미래에도. 자손들도 돌아올 수 없어요. 작별이죠. 지금 살아 있는 사람들 기억에나 있을 뿐 우리 아이들도 10년 동안 단 한번도 온 적이 없으니까”라고 말했다.
최근 ‘알프스’라는 이름이 유명세를 얻고 있다. 유럽이 아닌 일본에서 이른바 ALPS로 불리는 다핵종제거설비다. 일본 정부는 ALPS를 통해 오염수의 위험물질을 처리하여 방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화상인터뷰로 만난 도쿄전력 관계자는 “ALPS의 성능은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3년 전 도쿄전력의 자료 속 ALPS의 성능 결함을 폭로한 현지 기자, 그리고 의학과 원자력, 공학 등을 연구하는 학자와 의사 등의 전문가들은 오염수를 안전하게 처리하여 방류한다는 일본의 계획에 의문을 제기한다.
ALPS 관련 도쿄전력 자료의 맹점을 폭로한 기노 류이치 기자는 “고지농도한도(일본 정부에서 정한 위험물질의 환경방출 기준)를 초과한 것 자체는 도쿄전력도 인정했는데 다만 초과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원래 초과하지 않도록 하는 관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초과한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설명을 했죠. 자료와 어긋난 것에 대해서 설명을 제대로 받은 기억이 없습니다”라고 밝혔다.
백도명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도 “오염수, 물의 형태로 방출했다고 해서 (위험물질이) 그대로 있는게 아니라 물이 흘러가든 아니면 흡수가 되든 대사에 사용이 되든 다른 형태가 되는 것 뿐이지 없어지진 않습니다”고 말했다.
이대로라면 오염수 방류까지 2년이 남았다. 그러나 후쿠시마 발 위협은 바다 건너 우리뿐만 아니라 바다를 공유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현재진행형이다. 바다의 사정을 피부로 느끼는 어민들과 상인들, 유통과정에 있는 운반인들과 판매업자, 그리고 관계기관에 이르기까지 오염수를 둘러싼 현장을 찾고 그 목소리를 들었다.
또한 그린피스의 숀 버니 수석 원자력 전문가 등을 통해 대한해협 너머로 시야를 넓히고 오염수 주위의 국제관계를 살폈다.
숀 버니 그린피스 수석원자력전문가는 “군 그리고 민간 그 어디에도 이와 유사한 수준의 주요 오염 사건을 수십 년 안에 해결한 사례는 없습니다”고 말한다.
오염수를 바다로 내보내겠다는 일본의 결정.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일지 알아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