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까지 침투한 마약성 진통제’…학교서도 투약

본인·타인 명의로 불법 처방받아…피부에 부착해 사용하는 방식

[일요신문] 10대 청소년 사이에서 마약 성분의 진통제 패치를 구해 흡입하는 ‘대체 마약 투약’이 유행하고 있다. 경찰은 병원과 약국에서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아 판매 및 투약한 청소년 40여 명을 붙잡았다.

경남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20일 마약 매매 등 혐의로 A 씨(19)를 구속하고 함께 마약을 투약한 10대 4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피의자들은 만 17세 6명, 18세 12명, 19세 24명 등 모두 10대다. 현재 기준 고교 재학 중인 학생신분도 9명이다.

A 씨는 고등학생 신분이던 지난해 6월 5일부터 올해 4월 29일까지 부산·경남 지역 병원 및 약국 등에서 본인 또는 타인의 명의로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패치를 처방받아 이를 다른 10대들에게 판매하거나 직접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펜타닐 패치는 아편, 모르핀과 같은 아편 계열의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로 말기 암 환자처럼 장시간 지속적인 통증을 느끼는 환자들의 통증 완화를 위해 1매당 3일 동안 피부에 부착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경찰은 A 씨로부터 펜타닐 패치를 구입하거나 A 씨처럼 직접 약을 처방받은 뒤 투약한 10대 41명도 함께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작년부터 공원, 상가 화장실뿐만 아니라 학교 내에서도 펜타닐 패치를 투약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불법으로 처방받은 펜타닐 패치 27매 및 흡입 도구를 압수해 청소년들 사이 유통을 차단했다. 이들이 펜타닐 패치에 접근할 수 있었던 이유는 비교적 구매가 쉽기 때문이다. 펜타닐 패치는 의사 처방만 있으면 합법적 틀 안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경찰에 따르면 A 씨 등은 부산·경남 병·의원을 찾아 “허리가 아프다” “곧 수술을 한다”는 등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펜타닐 패치’를 콕 집어 처방 받는 식으로 약을 구했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성 의약품은 체계적인 시스템 속에 유통되고 있어 오·남용할 경우 반드시 검거될 수밖에 없다”며 “마약류 접촉 연령이 낮아지고 있어 학교 및 가정에서 마약류 오·남용 방지 예방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향후 경찰은 마약류 불법 처방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추가적인 청소년 마약류 유통 사례가 있는지 확인해 수사할 예정이다.

또 식약처 등 유관 기관과 협조해 제도 개선을 제안하고 교육청 등에 마약류 오·남용 예방 교육을 요청하는 등 청소년 마약류 범죄 예방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최희주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