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불황기에 소자본 창업자에게 가장 부담이 되는 것 중 하나는 비싼 점포 임대비다. 소위 ‘목’이 좋다는 곳은 그 부담이 더하다. 그러나 점포 월세가 부담스러워 사업하기 어렵다는 사람들에게 도전장을 내민 사람들이 있어 화제다.
온라인에서 임산부 옷을 전문 판매하는 ‘해피베리’의 주연희 사장(35)과 전통자기, 생활자기 등 자기용품을 판매하는 ‘이천도자기 명품관’의 박호영 사장(38), 패션가발을 판매하는 카라의 조정문 사장(36)이 바로 그 들. 이들은 컴퓨터 한 대와 디지털 카메라 하나만으로 대기업 차장보다 높은 수준의 연봉을 기록하고 있다. 인터넷 창업의 등용문이라 할 수 있는 경매사이트 ‘옥션’에서 성공한 3인을 만나 노하우를 들어봤다.
박호영 - 이천도자기 명품관 사장
“사실상 사업을 접으려고 했는데 아는 형이 인터넷을 이용해서 팔아보자는 거예요. 컴맹에서 시작했는데 요즘은 기분이 좋습니다.”
‘컴맹’에 가까웠던 박호영 사장의 ‘이천 도자기’가 온라인상에서 인기다. 지난해 7월 옥션 경매사이트(ID: healung)에서 판매를 시작한 이후, 불과 1년 3개월 만에 48개의 온라인 사이트에서 그의 도자기가 팔릴 정도니 말이다.
박 사장은 전통자기와 생활자기 등 도자기를 이천에서 직접 구워, 온라인에서 판매하고 있다. 월 매출은 2천5백만원선.
그가 온라인 판매를 시작한 이유는 간단했다. 매장에서 도자기가 판매되지 않아 사업을 접어야할 지경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어차피 마지막인데 못할 일이 없었죠. 솔직히 인터넷으로 사람들이 우리 제품을 구매해줄까 의구심도 들었지만, 최선을 다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는 수많은 경쟁자들과 차별성을 갖기 위해 ‘무료 배송’과 ‘이유없는 A/S’ 제도를 도입했다.
고객이 1천원짜리 찻잔 하나를 주문해도 그는 무료로 배송해줬다. 사실 시작한 지 6개월 동안은 택배운송료가 더 들어갔다고 한다. 고객들 중에서 도자기가 파손됐다는 불만이 접수되면, 이유를 묻지 않고 무조건 A/S도 해줬다.
박 사장은 “몇몇 고객들이 제품구매 후기를 올리셨더라구요. 사실은 본인의 부주의로 도자기가 깨진 것인데 속여 미안하다구요. 고객이 뭐라고 하든 무조건 ‘감동시키자’는 게 바로 제 원칙입니다.”
그의 이런 전략은 맞아떨어졌다.
그의 성공을 본 몇몇 이천 도자기 업체들이 잇따라 온라인 판매에 뛰어들었지만, 결국 사업을 포기하고 말았다고 한다.
“온라인 사업은 무궁한 기회이기도 하지만, 직접 물품을 볼 수 없다는 약점이 있어요. 실질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이 드문거죠. 결국 고객을 감동시켜 입소문이 퍼지는 것이 최고 홍보라고 할 수 있죠.”
주연희 사장은 옥션에서 ‘happyberries’라는 아이디를 사용해 물건을 판다. ‘해피베리’는 ‘행복한 사람들’이라는 뜻이란다.
실제로 그 역시 세 살, 다섯 살 배기 아이들을 돌보면서 재택근무를 하고 있으니, 행복한 사람에 속하는 셈이다.
그가 온라인 사업을 벌인 이유는 간단했다. 맞벌이 부부를 하고 싶었지만, 세상은 ‘두 아이 엄마’에게 일자리를 쉽사리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신을 하고 나서 출판사를 그만뒀어요. 아이들이 자라면서 맞벌이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줌마를 받아주는 곳이 없더라구요.”
그는 출판사에 근무하면서 남은 책들을 팔기 위해 처음 옥션 문을 두드렸다고 한다.
처음에는 책 판매를 시작했으나,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헌옷, 사이즈가 안맞는 옷 등을 판매 리스트에 올리기 시작했다. 당초 기대보다 물건이 잘 팔리자, 주 사장은 본격적으로 온라인 쇼핑몰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미 집에 컴퓨터와 디지털 카메라는 있었기 때문에 초기 투자 비용은 0원이었다. 그는 자신이 가장 자신있는 임산부 용품을 택했다.
매일 저녁 고객들의 주문 사항을 체크한 뒤, 다음날 새벽 시장과 공장을 돌며 물품을 대량 구입하고, 일일이 택배로 운송하는 것이 그의 하루 일과다. 하루 평균 그가 발송하는 택배 건수는 1백~1백20건.
30대의 ‘아줌마’가 재택근무를 하며 한 달에 수익을 얼마나 올리는지 궁금했다.
“월 매출은 5천만원 정도구요, 순익은 글쎄…. 대기업 부장급 정도 되나봐요. 남편보다는 잘 버니까요.” 그는 마진율은 10~15%가량은 된다고 귀띔했다.
“가발이 낯설다구요? 따지고 보면 누구나 한번쯤 호기심을 가지는 상품이죠. 매장에서는 선뜻 구매가 망설여지지만, 익명성이 보장되는 온라인이라면 한 번쯤 어떻겠어요?”
조정문 사장은 옥션에서 ‘hmcalla99’라는 아이디로 패션용 가발을 판매하고 있다.
‘가발’이라는 상품이 마니아들을 대상으로 해 고객층이 좁지 않을까 생각했으나, 조 사장의 생각은 달랐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이 있으나 남의 이목 때문에 매장에서는 구매를 꺼린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온라인상에서라면 가능했다.
그는 지난해까지 서울 신촌의 이화여대 앞에서 매장을 운영했다. 하지만 월세 부담이 날로 더했다고 한다.
“재고처분 차원에서 시작했어요. 요즘 신세대들은 옷을 바꿔 입듯이 머리 스타일을 바꿔요. 처음에는 20대 초반 여성들을 겨냥했지만, 점차 고객층이 젊은 남성, 40대 아줌마까지 넓어지더라구요.”
그는 선뜻 구입을 망설이는 고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1개당 가격은 3만~5만원대로 대폭 낮췄다.
그런 그가 최근 콧노래를 부르는 것은 ‘한류열풍’ 때문이다. 일본에서 드라마 <겨울연가>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극중 배용준의 머리스타일인 ‘바람머리’ 가발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부터는 일본에 물건을 납품하는 업체와 협력해 ‘배용준 바람머리’를 본격적으로 수출하기 시작했다.
특히 그는 단골손님에서는 가발을 하나 더 끼워보내는 등 깜짝 이벤트로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온라인 사업은 어렵다면 어렵고, 쉽다면 쉬운 사업 분야다. 그만큼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성공 노하우를 물어봤다.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못하는 고객들의 모든 욕구를 충족시켜줘야 하죠. 제품의 질이 견본품과 같아야하는 것은 기본이구요, 고객 한명 한명의 상담 전화와 불만을 모두 해소해주는 것이 온라인 사업의 기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