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월 27일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 총회에 참석한 박근혜 전 대표.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정책과 전문성 부족 지적을 받은 박 전 대표는 대선주자 중 싱크탱크를 가장 먼저 출범했다.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복지이슈 선점은 성공적
박근혜 전 대표의 복지이슈 선점 전략은 일단 성공적이었다. 박 전 대표는 지난해 말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을 발족시키고 차기 대선 정책의 ‘첫작품’으로 복지 정책을 발표했다. 박 전 대표 측 내부에서는 그동안 “대선이 2년이나 남아있는 시점에 싱크탱크 발족은 너무 이른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정책과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바 있는 박 전 대표는 이러한 이미지를 깨기 위해 고심했고, 박 전 대표의 대선공약을 연구하고 고민할 싱크탱크를 대선주자 중 가장 먼저 출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게 된 것.
이후 민주당 등 야권뿐 아니라 김문수 경기지사와 오세훈 서울시장 등 당내 경쟁 주자들도 복지 이슈 논쟁에 적극 가담하고 있다. 특히 ‘박근혜식 복지’에 대해 “방향은 좋은데 이제 겨우 복지기본법만 발표한 것” “복지는 실행인데 실제 해결해낼 수 있는 솔루션을 내놓는 건 전혀 다른 문제”라고 폄하했던 김문수 지사는 “복지 포퓰리즘은 공산주의보다 위험하다고 할 정도로 국민의식 상태를 좀 먹는다”며 ‘복지이슈 선점’이 대선 표를 노린 것임을 비판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 측은 이와 같은 논쟁에도 일단 성공적이었다는 자체 평가를 내리고 있다고 한다. 박 전 대표의 최측근 중 한 명인 김재원 전 의원은 “복지이슈는 차기 대선의 중요 화두가 될 것으로 예상했고 이를 선점했다는 점은 효과적이었다고 본다”고 전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복지정책에 대해서는 내부에서도 ‘조율’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박 전 대표의 복지 정책 기조인 ‘맞춤형 복지’는 ‘100% 무상급식’을 주장하는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에 비해서는 재원 조달문제에서 자유로우나, 이명박 대통령과 오세훈 시장 등이 말하는 ‘선택적 복지’와 비교한다면 상당부분 증세가 필요하다는 전제를 안고 있다.
한 정치평론가는 “차기 대권화두로 박 전 대표가 복지 이슈를 선점했다는 점은 영리했지만 앞으로 세부 정책에 대한 논의과정이 진행될 경우 박 전 대표가 공격받을 요소도 상당부분 안고 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던 ‘줄·푸·세’(세금을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바로 세운다) 정책과 충돌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복지정책의 근간이 세금을 늘리자는 건데, 당시의 세금을 줄이자는 부자감세 주장과 충돌하는 부분에 대한 대책 마련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 역시 지난해 10월 박 전 대표의 부자감세 철회 입장에 대해 “지난 대선 당시엔 (부자감세 세법 개정안에 대해) 찬성표를 던져놓고 이제 와서 자신의 감세안은 이 대통령의 감세안과는 다르다고 하면 무책임한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 점에 대해 박 전 대표 측 내부에서도 세밀한 정책 수정이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논의 중이라고 한다. 박 전 대표 측 한 관계자는 “줄·푸·세 공약은 다음 대선에 맞춰 수정·보완해갈 것이다. 복지 정책을 위한 세금 정책과의 조율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야권은 “박 전 대표가 실제 토론회에서 얼마나 전문성을 보여줄지 의문”이라며 향후 대선 과정에서 전문성을 검증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 측 김재원 전 의원은 “박 전 대표는 지난 대선 이후 꾸준히 차기 대선 공약과 정책에 대한 공부를 해왔다. 전문성을 의심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선 어느 누구보다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태민 라인을 정리하라”
박 전 대표의 가장 큰 아킬레스 건으로 꼽히는 점은 최태민 목사와 관련된 루머다. 최태민 목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 당시 박근혜 전 대표와 함께 구국여성봉사단을 운영했던 인물.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주자 경선과정에서도 박 전 대표와 최 목사의 관계, 최 목사 관련 비리 의혹 등이 거론된 바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경선 당시의 검증 과정에서 “(최 목사와 만난 시점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다음 해로 기억한다. 수많은 위로 편지와 전화를 받았다. 그 내용이 상당히 마음에 와 닿고, 만나서 얘기 듣고 싶을 때는 만났다. 그렇게 해서 만난 몇 분 중 한 분이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최 목사는 이미 지난 1994년 사망했으나 여전히 최 목사에 관한 루머는 박 전 대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친박계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가 최태민 목사의 사위 정 아무개 씨와 여전히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최태민 라인’을 정리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또 박 전 대표의 보좌관 이 아무개 씨가 ‘최태민 라인’의 대표적 인물 중 한 명으로 거론되고 있기도 하다.
최태민 목사와 관련된 소문의 골자는 박 전 대표와 최 목사의 ‘특별한 관계’에 대한 것이다. 심지어 부적절한 관계로 둘 사이에 아이가 있다는 소문까지 떠돌았다. 이는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도 끈질기게 박 전 대표를 괴롭힌 괴담이었다. 지난 대선 이전 이와 같은 소문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혹을 제기했던 김해호 씨는 ‘박근혜의 육영재단 비리와 최태민·최순실 여사 철저한 검증을 한나라당 검증위원회에 바란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가 허위사실유포 등의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 여부를 떠나 당시 제기된 박 전 대표와 최태민 목사와의 관계에 대한 의혹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충격이었다. 대선이 끝나고 ‘최태민 루머’는 다시 잠잠해졌으나 차기 대선에선 지난 대선 경선 이상으로 혹독한 검증 공세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정치컨설턴트는 “한나라당 경선 당시엔 이명박 후보가 자신과 관련된 BBK 의혹 등 약점 때문에 박 전 대표에 대한 검증 수위를 조절한 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다음 대선에선 독보적 주자인 박 전 대표를 향한 야권의 검증 공세가 상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우려에도 박 전 대표 측은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미 지난 대선 과정에서 충분히 검증된 만큼 또다시 의혹이 제기된다고 하더라도 문제될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당시 박 전 대표가 “DNA 검사라도 하겠다”는 ‘충격적’인 발언까지 한 것은 분명한 입장을 표명해 더 이상의 의혹과 공방을 막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박 전 대표는 당시 “내가 애가 있다는 말이 떠도는데 DNA 검사라도 받겠다”며 “그래야 그 자식의 부모를 위한 길”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박 전 대표의 ‘공식 입장’을 직접 정리했던 김재원 전 의원은 “박 전 대표도 사람인데 그러한 소문에 대해 심적 고통이 대단히 컸다. 미혼의 여성으로서 얼마나 큰 아픔이었겠느냐. 실체 없이 떠도는 소문에 대해 확실한 입장 표명을 하기 위해 ‘DNA 검사라도 받겠다’는 답변을 준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의원은 박 전 대표로부터 직접 최태민 목사와의 소문에 대한 모든 대답을 들었다고 한다. 김 전 의원은 “내가 의혹을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 박 전 대표를 돕겠느냐. 내가 의심이 가는 모든 점에 대해 박 전 대표의 이야기를 들었고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에 이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박 전 대표 측은 향후 대선 과정에서 또다시 이러한 의혹이 제기될 경우 ‘정면 돌파 전략’으로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김 전 의원은 “최태민 목사와 관련된 의혹을 제기할 경우 또다시 명예훼손 소송으로 맞설 것이다. 이미 (김해호 씨 구속으로) 근거 없는 의혹이라는 것이 증명된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집안싸움에 발목 잡힐라
오랜 기간 박근혜 전 대표의 골머리를 앓게 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육영재단을 둘러싼 잡음과 친인척들의 고소공방전이다. 박 전 대표는 과거 육영재단 운영권을 두고 동생 박근령 전 이사장과 다툼을 벌였던 바 있으며, 여기에 박 전 이사장과 결혼한 신동욱 전 백석문화대 교수가 새로운 ‘고민거리’로 등장한 상태. 박근령 전 이사장과 열네 살의 나이 차가 나는 신 전 교수는 지난 2008년 10월 박 전 이사장과 결혼식을 올려 화제가 되었던 인물이다. 당시 박 전 대표 주변에서는 신 전 교수와 박 전 이사장의 결혼에 반대하는 이들이 많았다. 신 전 교수가 전처와의 관계가 매끄럽지 않게 정리되는 등 ‘개인사’가 복잡했고, ‘정치적 야망’ 때문에 박 전 이사장에게 접근했다는 의심을 샀기 때문.
한 친박계 관계자는 “당시의 우려대로 신 전 교수는 박근령 전 이사장과 결혼 이후 종종 잡음을 일으켜왔다. 특히 육영재단 운영권을 둘러싸고 박지만 EG 회장과 갈등을 일으키는 등 박근혜 전 대표 가족사에 깊이 개입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표는 철저히 신 전 교수는 물론 동생 박근령 전 이사장과도 거리를 두며 멀리해 왔으나 차기 대선에서는 잡음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박 전 대표 주변에서는 특히 신동욱 전 교수의 ‘존재’를 껄끄럽게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그는 박 전 대표의 5촌 조카 박용철 씨와 박지만 회장의 비서실장 정용희 씨를 무고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바 있으며, 최근엔 살인교사혐의로 박지만 회장을 추가 고소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신 전 교수는 자신이 중국에서 납치를 당했고 이를 사주한 사람이 박지만 회장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태. 또한 이러한 과정에 대한 주장을 박근혜 전 대표의 미니홈피에 여러 차례 올리면서 박 전 대표로부터는 명예훼손혐의로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이처럼 복잡해진 가족사가 사실 여부를 떠나 박 전 대표의 이미지에 타격을 준다는 점이 박 전 대표 측의 고민이다. 한 친박계 관계자는 “재판으로 신동욱 씨의 잘못이 드러난다고 해도 잡음을 일으킨 것만으로도 박 전 대표에게는 흠집이 생기는 것 아니냐. 신 씨도 그 점을 노리고 자꾸 이런 일들을 일으키는 것 같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들에 관해 박 전 대표 측 법률 자문을 맡고 있는 김재원 전 의원은 “신동욱 씨 문제는 골치를 아프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박 전 대표로서는 친동생인 박근령 씨와도 거리를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박 전 대표와 사촌지간인 박 아무개 씨 역시 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들 친인척들의 잡음은 박 전 대표의 대선가도에 적잖은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크지만, 박 전 대표로선 직접 나서기가 껄끄러울 수밖에 없는 상대들이다. 철저한 거리두기라는 우회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는 것이 박 전 대표가 택한 ‘차선책’이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
고맙긴 고마운데… 과한 사랑 ‘왕부담’
서청원 전 대표와 친박연대의 공동대표를 맡다가 친박연대와 한나라당의 합당 선언에 반발해 미래연합을 만든 이규택 대표 역시 상반기 중 대규모 포럼 설립을 준비 중이다. 이규택 대표는 “박근혜 전 대표의 단순한 지지모임이 아니라 지지조직들을 결집시키고 정책논의 과정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자문단을 구성해 설립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정가에 나돌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의 탈당 가능성’도 고려하며 ‘만약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박 전 대표를 중심으로 새로운 당을 설립할 준비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공식적인 지지조직 외에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는 각종 단체와 모임에 대해서는 박 전 대표 측에서 우려감을 표하고 있는 상태다. 그동안 이들 지지인사들 중에서 잡음을 일으킨 경우도 있었기 때문. 최근 기자와 만났던 한 친박계 인사는 “지지해주는 것은 고맙지만 간혹 그 마음이 과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어 박 전 대표 본인도 상당히 조심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런데 최근 출범을 앞두고 있는 ‘친박’ 조직들이 상당수여서 박 전 대표에게 참석을 요구하는 전화가 많다고 한다. 이 인사는 “조직출범식에 박 전 대표를 직접 모시기 어렵다보니 주변 인사들에게 연락해 와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요청이 많아 참 곤란하다. 한 군데를 가다보면 다른 곳에도 가줘야 하고 그래서 아예 못 간다고 피하고 있다. 차츰 대선 레이스가 형성되면 이들 지지모임도 어느 정도 정리가 필요하다고 본다. 박 전 대표가 몇 군데 조직을 방문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나머지 조직들은 이들 조직을 중심으로 정리가 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