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한 장면 |
‘스마트’해진 휴대폰으로 본의 아니게 오해를 받거나 비밀스런 행각이 들통 나 낭패를 봤다는 직장인들이 있다. 이들은 스마트폰의 더욱 민감해진 터치 작동이 종종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켜 불편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 말한다. 리서치 회사에 근무하는 K 씨(여·32)는 얼마 전 곤란한 일을 겪었다. 이래저래 해명을 하면 오해가 더 커질 것 같아 고민이다.
“연말에 친구들과 송년회를 하고 들어오는데 가방 안 소지품을 뒤적이다 스마트폰 버튼이 눌렸나 봐요. 업무 때문에 남자 직원과 그날 통화를 했고 저도 모르게 연락이 간 거죠. 나중에 집에 와서 확인해 보니 한 5분 정도의 통화 기록이 남았더군요. 어쩔까 하다가 에이 그냥 넘어가자며 다음주 월요일 출근했는데 그 직원이 먼저 메신저로 말을 걸어요. 저한테 대뜸 할 말 있는 것 같던데 속 시원하게 해보라는 거예요. 제가 밤늦은 시간에 전화해서 5분 동안 망설이다 할 말도 못하고 전화를 끊었다고 오해하고 있었던 거죠. 순간 그게 아니라고 말하기도 뭐하고 그냥 없다고 하고 메신저 창을 닫았는데 그 이후론 서로 너무 어색해져서 업무할 때도 굉장히 불편해졌어요.”
무역회사에 근무하는 J 씨(35)도 스마트폰 때문에 아내의 눈치를 살피는 중이란다. 얼마 전 영업 때문에 거래처 사람들과 지방 출장을 갔다가 자연스럽게 유흥업소에 가게 됐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문제는 거기서 시작됐다.
터치 작동 불필요한 오해
“그런 곳에 가서 얌전하게 앉아 있을 수 있습니까. 제 쪽에서 먼저 과감하게 나가줘야 거래처 사람들도 편하게 있지 않겠어요? 그래서 아가씨들과 과도하게 어울렸고 그 와중에 누가 휴대폰 스크린을 건드렸는지 아내에게 전화가 갔나 봐요. 마지막 통화가 아내였거든요. 그것도 모르고 신나게 놀았는데 그 상황이 고스란히 아내에게 생중계된 거죠. 스마트폰 성능이 어찌나 좋던지 아내가 아주 또렷하게 들렸다면서 추궁을 하는데 좋아서 간 것이 아니라고 아무리 설명해도 풀어지질 않습니다. 이제는 화면 잠금장치를 해놓고도 불안해서 늘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스마트폰에는 각종 환상적인 기능이 많지만 정확한 사용법을 모르면 무용지물이다. 젊은 세대들도 어려울 때가 있다는 스마트폰이기에 40대 이상의 사용자들은 말할 것도 없다. 레저업계의 P 씨(51)는 나이가 있지만 나름대로 최신 기기에도 익숙한 ‘신세대’라고 자부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이런 자부심에 금이 가는 일이 생겼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무료로 문자 대화를 할 수 있는 앱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부하직원들도 저를 보고 놀라는 눈치라 뿌듯했었고 이게 사용할수록 매력이 있더군요. 회사에서도 회원들 관리 차원에서 사적으로 문자를 하기도 했는데요, 아무래도 회원이고 하니까 또래 여성 회원들한테는 좀 더 친근한 말투도 사용하고 다소 지나친 농담을 하기도 했죠. 그런데 대화내용을 지우질 않은 게 문제였죠. 문자 메시지처럼 휴대폰에 다 기록이 남는데 말이에요. 결국 방심한 사이 아내가 그걸 봤습니다. 충분히 오해받을 만한 내용이었기 때문에 한마디 변명도 못하겠더군요.”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에 근무하는 S 씨(42)도 평소 나이와 상관없이 ‘얼리어답터’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스마트폰이 나오자 바로 구입했고 업무에도 꽤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선택을 잘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복병이 있었다.
“지방 매장에 자주 가요. 그럴 때 스마트폰으로 이메일을 수시 확인하고 업무처리를 하니까 굉장히 편했어요. 내가 정말 스마트해진 것 같았고 회사에다 외근이 많은 직원들한테는 스마트폰을 지급해야 한다는 건의도 했었어요. 그렇게 스마트폰 예찬론을 펼치던 중 요금폭탄을 맞고 말았습니다. 휴대폰 요금이 40만 원이 넘게 나온 거죠. 알고 보니 지방에서는 무료 무선 인터넷인 ‘와이파이’로 접속을 했어도 수신 상태가 안 좋으면 자동으로 유료 인터넷인 3G로 넘어간다는 사실을 몰랐던 거죠. 한동안 스마트폰이 보기도 싫더군요. 보상받을 길도 거의 없고 다행히 저와 비슷한 경우가 많아 통신사 측에서 요금 할인을 해준다고는 했지만 그래도 수십만 원을 한꺼번에 내야 하니 타격이 있었습니다.”
스마트폰의 편리함과 다양한 기능에 푹 빠져 신기해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 물건을 소유했다는 기쁨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다가도 순식간에 낭패를 겪게 되기도 한다. 패션업체에 근무하는 C 씨(33)는 스마트폰에 각종 앱을 깔고 그 신기한 기능에 푹 빠져 살고 있었다고. 특히 가장 놀라웠던 건 휴대폰을 무전기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한번은 중국에 출장 간 직원에게 혹시나 해서 무전을 쳤는데 답변이 와서 동료들과 국제전화가 필요 없다며 흥분하기도 했다.
“휴대폰으로 무전을 칠 수 있다니 얼마나 재미있습니까. 커플로 스마트폰을 마련했던지라 당장 여자친구한테도 무전기로 사용할 수 있는 앱을 다운하라고 했죠. 처음엔 좋았어요. 휴대폰으로 통화하는 것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더군요. 무전 치는 재미에 들린 여자친구가 시도 때도 없이 시도하더라고요. 회사에서 중요한 회의를 하거나 업체 사람들과 어려운 식사 자리를 하고 있을 때 그 조용한 순간에 난데없이 ‘○○ 나와라 오바, 나와라 오바!’ 하는 목소리가 사방을 울리지 뭡니까. 몇 번 그렇게 창피를 당하고 나니까 안 되겠더군요. 모르고 무전을 친 여자친구를 나무랄 수도 없고 그냥 조용히 기능을 삭제했습니다.”
자랑하다 국수 속 풍덩
금융회사에 근무하는 L 씨(30)도 스마트폰을 샀다가 아픈 경험을 해야 했다. 스마트폰 광풍이 불면서 언젠가 사야지 하고 눈독을 들이고 자금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S 사의 최신 스마트폰을 마련한 바로 그날 사건이 터졌다.
“저를 잘 챙겨주시는 과장님이랑 점심을 먹으러 갔습니다. 가만있을 수 있나요. 스마트폰 자랑을 했죠. 이런 것도 할 수 있고 저런 것도 할 수 있다며 보여드렸어요. 어디 한번 보자며 과장님이 스마트폰을 건네받았고 다소 큰 덩치를 자랑하는 휴대폰이라 익숙지 않은 손놀림에 과장님 손에서 미끄러져 내려가는 휴대폰을 목격해야 했어요. 하필 그날 메뉴가 잔치국수였습니다. 풍덩. 구입하고 하루도 채 안 되어 고객센터로 직행하려니 속상하더라고요. 상사한테 물어내라고 할 수도 없고요.”
2010년이 스마트폰 도입의 원년이었다면 올해는 본격적인 성장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가입자 수도 1500만 명이 넘어설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스마트폰은 더욱 진화할 것이고 더불어 사용자 수의 폭발적 증가에 따른 스마트폰 관련 각종 사건사고들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그 웃지 못 할 사건들이 궁금해진다.
이다영 객원기자 dylee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