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책 펴내고 윤석열 맨투맨 수비 각오, 검찰은 최재형 수사 가속도…당권주자들 연일 이준석 연관 유승민 때리기
우선 ‘조국의 시간’을 펴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윤석열 전 총장의 맨투맨 수비수로 떠올랐다. ‘윤석열 대안’으로 거론되는 최재형 감사원장은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며 마크맨이 됐다. ‘이준석 돌풍’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는 유승민 전 의원의 경우 대선 길목에 들어서기도 전에 내상을 입을 전망이다. 다른 당 대표 후보들로부터 공정성 시비에 걸려들면서 뭇매를 맞고 있는 것이다.
#조국, 윤석열 정면 겨냥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6월 1일 출간된 회고록 ‘조국의 시간’ 370여 쪽 대부분에 윤 전 총장을 정면 겨냥하는 내용을 담았다. 때문에 ‘조국의 시간’이 아니라 ‘윤석열의 시간’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단숨에 베스트셀러가 된 회고록 내용은 조 전 장관과 윤 전 총장이 ‘엮인’ 시점 중심으로 기술됐다. 윤 전 총장이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취임한 2017년부터 2019년 7월 검찰총장에 임명되기까지 기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으로 기용돼선 안 될 인물이었다”는 게 조 전 장관의 결론이다. 윤 전 총장 임명 당시 민주당 소속 의원들과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 등 다수의 반대 의견이 들어왔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윤 전 총장의 월권적 행위도 적시했다. 검찰총장 취임 직후 한동훈 검사장을 자신의 뒤를 잇는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해 달라고 윤 전 총장이 요청했다는 사실을 조 전 장관은 공개했다. “솔직히 어이가 없었다” “단호히 거절했다”는 등의 표현을 곁들여가면서 윤 전 총장이 안하무인이었다는 취지로 회고했다.
조 전 장관은 윤 전 총장을 ‘지극히 위험한 인물’로 설명했다. 자신에 대한 검찰의 집요한 수사 이유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조차 윤 전 총장은 수사를 통해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여겼다는 것이다.
조 전 장관은 자신에 대한 수사가 개시된 것은 윤 전 총장이 ‘문재인 정부를 곧 죽을 권력이라 판단한 까닭’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2명을 감옥에 보낸 윤석열은 조국 수사와 검찰개혁 공방이 계속되는 어느 시점에서 문재인 대통령도 잠재적 피의자로 인식하기 시작했을 것”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조 전 장관은 책 서문에 “가족의 피에 펜을 찍어 써 내려가는 심정이었다. 그러나 꾹 참고 써야 했다”는 표현을 쓰면서 피라는 단어까지 호출, 작심하고 책을 써내려 갔다는 뜻을 숨기지 않았다. 정치권에서 “조 전 장관이 윤 전 총장을 절대 가만히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과 연결된다.
문재인 대통령도 조 전 장관처럼 ‘출판 정치’를 통해 당시의 보수 정권에 대항, 진보 진영 결집을 시도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18대 대선을 1년 앞뒀던 지난 2011년 수필집 ‘운명’을 출간한 바 있다. 이 수필집은 문 대통령이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 재임 시절 저술한 책으로,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을 지내며 느낀 소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추억 등이 담겼다.
당시 문 대통령은 이 책에서 “(노 전) 대통령은 유서에서 ‘운명이다’라고 했다. 나야말로 운명이다. 당신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라며 정치 출정 각오를 전했다.
민주당 내부 친문 인사들은 조 전 장관의 회고록에 대해 격하게 환영했다. 친문 세력의 결집으로 읽힌다. 조국 백서 제작 과정에 참여했던 김남국 의원은 6월 1일 “검찰의 수사권 남용이나 정치적 보복 수사라는 평가를 한번쯤 다시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청래 의원도 같은 날 “한 사람과 가족을 70∼80번 압수수색을 하는 게 과연 공정한 것이었나. 95%의 언론이 공격한 사모펀드 부분은 거의 무혐의·불기소 처분됐다”며 “조 (전) 장관이 본인 할 얘기를 책으로 쓴 것”이라고 적극 엄호했다.
법조인 출신 국민의힘 한 현역 의원은 “회고록은 그냥 한번 내본 책으로 보기가 도저히 어렵고 조 전 장관이 윤 전 총장의 전담 마크맨으로 나서 진영을 지키겠다는 뜻으로 보인다”며 “진영 결집을 통해 윤 전 총장을 낙마시키려 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6월 2일 조국 전 장관 자녀 입시 비리 논란에 대해 공식 사과했지만 조 전 장관 가족에 대한 검찰의 과잉 수사 문제를 동시에 지적하는 동시에 ‘같은 잣대’의 검찰 수사를 촉구하며 윤 전 총장을 끌어들였다. 사과가 목적이 아니라 윤 전 총장에 대한 공격 노림수가 담겨 있다는 분석으로 이어지는 중이다.
#최재형은 검찰 수사 받아
국민의힘은 윤 전 총장 출마가 무산될 경우 최재형 감사원장을 그 대타로 밀고 있다. 장모 문제가 자꾸만 뒤따라 다니는 윤 전 총장과 달리 약점이 발견되지 않기 때문이다. 독립운동가인 조부와 한국전쟁 참전용사인 부친, 3대에 걸친 병역 명문가, 40여 년간의 법관 생활에다 두 자녀를 입양해 제 자식처럼 키웠다는 스토리는 역대 어느 대선 후보에게서도 발견하기 어려운 ‘스펙’이다.
그런데 검찰이 최 원장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는 최 원장에 대한 고발 사건과 관련, 한국수력원자력 비상임 이사였던 조성진 경성대 교수를 이미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환경단체들은 지난해 11월, 최 원장과 감사관들이 탈원전 정책을 공격할 목적으로 무리한 감사를 진행했다며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장을 낸 바 있으며, 조 교수에 대한 조사는 최 원장 수사에 속도가 붙고 있다는 관측으로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검찰 수사에 대해 맹렬한 비난을 쏟아내며 최재형 원장 보호에 나서고 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5월 30일 논평을 통해 “최재형 감사원장에 대한 검찰수사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적반하장의 극치다. 최재형 감사원장의 성역 없는 감사에 수갑을 채운다는 신호”라고 발끈했다.
최 원장을 야권의 대권후보라 강조했던 주호영 전 원내대표도 5월 29일 SNS를 통해 “도둑 잡으라고 했더니 감시자를 잡아들이겠다고 벼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감사원의 감사행위도 정권의 구미에 맞지 않으면 범죄 혐의가 되는 게 나라냐”며 “조국을 수사했다는 이유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찍어낸 정권이 월성 1호기를 감사했다는 이유로 최재형 원장마저 찍어내려 하고 있다. 조국 사태만큼이나 월성 1호기에 정권의 아킬레스건이라도 숨겨져 있는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검찰 출신 국민의힘 한 전직 의원은 “김오수 검찰총장이 임명되면서 정권의 검찰 장악력이 높아졌다. 최 원장에 대한 수사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최 원장에 대해 일정 부분 타격은 충분히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지붕 아래 집안싸움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베이스캠프를 차려놓고 이미 대권 가도에 들어선 유승민 전 의원은 집안에서 거친 몸싸움에 걸려들었다. 당 대표 예비경선에서 1위에 오른 이준석 후보를 추격하는 중진 주자들이 유 전 의원과 이 후보 간 개인적 친분을 부각시키면서 이 후보를 연일 때리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후보를 때리는 과정에서 유 전 의원에게도 유탄이 사정없이 날아들고 있다.
나경원 당 대표 후보는 6월 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사집중’에 나가 “이 후보가 유승민계라는 것은 모두가 잘 아는 공지의 사실”이라며 “야권통합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5월 31일의 첫 당권주자 TV토론회에서도 “대선 후보 중 한 분과 특별한 관계는 늘 시비가 있을 수 있다(주호영)”, “유 전 의원 사무실을 같이 쓴다고 들었다(홍문표)” 등 이 후보의 ‘유승민 편향 가능성’에 대해 십자포화가 쏟아졌다.
유 전 의원은 보수 세력 최대 텃밭인 대구·경북(TK)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배신자’로 낙인 찍혀 오랫동안 큰 어려움을 겪었고 이제는 잊히고 있다는 생각을 가졌는데 이번에 또 다시 이준석 후보와 세트메뉴로 ‘배신자 프레임’이 붙어버렸다.
친정인 국민의힘 복당에 목을 매고 있는 홍준표 무소속 의원도 친정 식구들한테 기가 꺾여 지지율 상승세는커녕 대선 후보로서의 존재감도 제대로 과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홍 의원은 최근 국방위원회에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로 국회 상임위원회까지 옮겼다. 정치권에선 1년 만에 별 이유 없이 상임위를 옮기는 것은 이례적이라 사보임 이유를 놓고 설왕설래했다.
홍 의원은 산자위에 대한 관심을 이유로 들었지만, 일각에선 같은 국방위 소속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과 복당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은 탓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홍 의원 복당 문제를 두고 두 사람은 날선 공방을 주고받은 바 있다. 하 의원은 국민의힘에서 대표적인 ‘복당 반대파’로 꼽힌다. 이준석 돌풍과 관련해서도 홍 의원은 하 의원과 충돌했었다. 홍 의원이 이준석 돌풍을 ‘지나가는 바람’이라고 표현하자, 하 의원은 “보수의 2030 세대 확장에 훼방 놓지 말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강민준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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