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예비 명단 포함 “태극마크는 내 꿈”
6월 11일(한국시간) 현재 박효준은 17경기 출전해 21안타 5홈런 14타점 13볼넷 출루율 0.486 장타율 0.695 OPS 1.181을 기록 중이다.
박효준은 야탑고 재학 중이던 2014년 7월 3일 뉴욕 양키스와 116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2015년 루키, 2016년 로우 싱글 A, 2017년 로우 싱글 A/하이 싱글 A, 2018년 하이 싱글 A, 2019년 더블 A, 2020년 메이저리그 초청 선수 신분(코로나19로 마이너리그 시즌 취소), 2021년 더블 A/트리플 A 등 해마다 한 단계씩 밟아 올라갔고, 성장했다.
박효준의 올시즌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도쿄올림픽 예비 명단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아직 최종 엔트리가 발표되진 않았지만 박효준은 매일 기도하는 마음으로 타석에 들어선다며 간절한 마음을 드러냈다.
11일 화상 인터뷰에 응한 박효준은 토론토 블루제이스 산하 트리플 A 팀인 버팔로 바이슨스와의 원정 경기를 마치고 막 숙소에 들어온 참이었다. 이날 박효준은 안타는 기록하지 못했지만 3개의 볼넷을 기록하면서 뛰어난 선구안을 자랑했다. 그는 최근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는 배경에는 지난 비시즌 동안 힘들게 훈련했던 부분이 조금씩 결과로 나타나는 것 같다며 환한 미소를 보였다.
―지난 비시즌 동안 어떻게 훈련했나.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해 마이너리그 전체 시즌이 취소됐다. 미국에 남아 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일찌감치 귀국해 혼자 훈련을 이어갔다. 그렇게 오랫동안 야구 경기를 안 하고 지낸 게 처음이라 초기에는 살짝 멘탈이 흔들리는 걸 느꼈지만 최대한 정신줄 잡고 훈련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훈련과 긍정적인 마인드뿐이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못했다면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다.”
―한국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보낸 셈이다. 미국 진출 후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을 텐데.
“미국에 있을 때 종종 한국의 여름을 그리워했다. 작년에 의도치 않게 그런 상황이 펼쳐졌고, 그만큼 준비할 시간이 많았던 셈이다.”
―2020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초청 선수 신분으로 메이저리그 캠프에 합류한 적이 있었지만 올시즌에는 시범경기를 통해 공식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미국 진출 7년 만의 일이었다. 그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은 걸 흡수하려고 노력했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어떤 장점이 있는지, 어떤 부분에서 배울 점이 있는지 매일 연구하고 분석했다. 그때는 몸보다는 눈으로 야구를 배웠던 시간들이었다. 내가 갖지 못한 부분이 무엇인지, 어떤 점을 더 보완해야 빅리그로 올라갈 수 있는지를 찾으려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답을 얻었나.
“빅리그로의 콜업은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인지의 여부가 중요하다고 본다. 내가 아직까지 콜업이 안 된 건 그 부분에서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시범경기에서는 로스터에 이름을 올렸지만 2021시즌은 더블 A에서 시작했다. 내심 실망이 컸을 텐데.
“솔직히 실망했다. 시즌 앞두고 양키스에서 내야수들을 영입하는 걸 보고 잘 하면 마이너리그에서 시작할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그게 실제로 일어난 것이다. 그런데 10경기 만에 트리플 A로 승격돼 이전의 실망스런 감정은 곧 잊을 수 있었다.”
―트리플 A로 승격됐을 때의 소감이 궁금하다.
“잘 할 자신이 있었다. 더블 A에서 타격감이 꽤 좋았다. 잘 맞은 타구들이 정면으로 가는 바람에 안타가 되진 않았지만 타격감과 컨디션이 좋아 어느 정도 기대를 가질 만 했다.”
―트리플 A로 승격한 5월 19일부터 5타수 3안타(2루타 1개) 2타점을 기록하며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이후 6경기 연속 안타도 기록했고.
“야구 팬들이 알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트리플 A와 더블 A 공인구가 다르다. 트리플 A는 빅리그 공인구를 사용한 반면에 더블 A는 마이너리그 공인구를 사용한다. 트리플 A에서 사용하는 공인구는 타구가 좀 더 멀리 뻗어 나가는 편이다. 그래서 승격했을 때 자신이 있었다. 무엇보다 일희일비하고 싶지 않았다. 겨우 일주일가량의 성적을 놓고 마음을 부풀리기엔 이전 실망했던 경험들이 너무 많다.”
―트리플 A 승격 후 꾸준히 3할 중반대의 타율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이 무엇인가.
“어느 순간부터 임팩트 있는 선수보다 꾸준히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꾸준히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는지 고민하고 연구했다. 설령 성적이 좋지 않더라고 그 결과에 감정 소비하지 말자고 스스로 다독거린 적도 많았다. 마이너리그 생활 7년 차가 되다 보니 이런 부분들이 가능해진 것 같다.”
―최근 장타율 향상이 눈에 띈다.
“공인구 영향도 있겠지만 비시즌 동안 루틴을 바꾸려고 노력했던 게 도움이 된 것 같다. 이전에는 타격할 때 부드럽게 살살 치는 편이었다면 비시즌 동안 일부러 강하게 타격하려고 노력했고 그걸 몸에 배이게 하고 싶었다.”
―강하게 타격하려 했던 이유는?
“야구 팬들이 매번 ‘박효준은 파워가 부족하다’고 말하는 게 싫었다. 내가 파워가 떨어지는 타자가 아닌데 경기를 통해 증명을 못하니 답답했다. 그래서 동영상도 많이 찾아보고 타격폼을 수정하면서 공을 강하게 타격하는 방법을 찾아갔다.”
―야탑고 1년 선배인 김하성 선수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입단하면서 메이저리그에 입성했다. 같은 학교를 나왔고, 포지션도 유격수로 경쟁을 벌인 터라 김하성 선수의 샌디에이고행을 통해 박효준 선수가 회자되기도 했다.
“난 진심으로 하성이 형의 메이저리그 입단을 축하해줬다. 처음에는 적응하기 어려울 거라 예상했는데 정말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가끔 클럽하우스에 비치된 TV를 통해 하성이 형의 경기를 보곤 한다.”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올림픽대표팀 사전 등록 명단에 박효준 선수 이름이 올라가 있다. 곧 최종 엔트리 명단을 발표할 텐데 심경이 어떤가.
“내가 야구하면서 세운 큰 목표들 중 하나가 태극마크를 다는 것이다. 이번에 좋은 기회가 찾아왔고, 그 기회를 살리고 싶은 욕심이 크다. 야구하면서 늘 대표팀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나도 언젠가는 태극마크 달고 대표팀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는데 기회를 얻지 못했다. 이번이야 말로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KBO리그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에게 기회가 주어질 거란 예상도 있다.
“잘 알고 있다. 이번 올림픽 본선에 진출한 팀들 중 한국과 미국이 같은 조에 속했다. 미국 대표팀에서 뛰는 선수들 중 아는 얼굴들이 많다. 그들이 어떤 장점을 갖고 있고, 어떤 선수인지 잘 안다. 그 부분을 김경문 감독님이 고려해주셨으면 좋겠다. 하지만 선택은 내가 하는 게 아니지 않나. 나는 주어진 경기에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할 뿐이다. 내가 여기서 잘하는 모습을 보이고 성적을 낸다면 김경문 감독님이 관심 갖고 봐주실 거라 믿는다.”
―요즘 경기에 나설 때마다 대표팀 의식을 안 할 수 없겠다.
“매일 한다. 하루도 빠트리지 않고 매일, 매 경기 나설 때마다 김경문 감독님이 봐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한다. 나한테는 빅리그에 콜업되는 것도 큰 꿈이지만 나라를 위해 뛰는 국제 무대에서 기회를 얻는 게 오히려 더 큰 꿈이라고 생각한다.”
박효준은 올시즌 올림픽대표팀 승선과 단 한 타석이라도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뛰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한다. 통역 없이 혼자 마이너리그 생활을 견디고 버티며 얻은 경험과 배짱이 박효준의 현재와 미래를 만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목표가 현실로 이뤄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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