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세론에 거품 끼었다?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서 단 한 번도 1위를 놓치지 않은 박근혜 전 대표. 그러나 그의 지지율에 의문을 나타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
다시 30%대 초중반으로 내려앉은 지지율은 과연 ‘안전’할까. 정치전문가들은 “만약 30%의 벽마저 무너진다면 상대적 하락 심리로 ‘대세론’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지난 대선 이후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최저 20% 중반 선까지 내려앉았었다. 정치적 상황에 따라 이 수치까지 언제든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보다 극단적으로 박 전 대표의 고정 지지층 외에는 언제든 이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는 이들도 있다. 한 정치컨설턴트는 “박 전 대표의 고정지지층은 15% 내외이며 이 외의 지지율은 친이 주자가 부상할 경우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반대의 의견도 있다.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흔들리는 양상을 보이면 기존 지지층의 결집이 일어나 더 이상의 하락을 막을 것이라는 분석. 그러나 앞으로의 시간은 지나온 시간과는 차원이 다르게 차기 주자들의 경쟁 양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획기적 계기가 없는 한 박 전 대표가 다시 ‘40%대’의 지지율을 회복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TK+충청 공략 효과는?
박근혜 전 대표는 그동안 ‘지역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경북(TK) 지역을 주축으로 역대 대선마다 ‘캐스팅보트’의 역할을 해 온 ‘충청권’을 주요 타깃으로 공략해왔다. 세종시법 논쟁에서 박 전 대표의 충청권 민심 잡기 전략은 극대화된 바 있다. 그렇다면 과연 박 전 대표의 ‘TK+충청권’ 공략 전략은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까.
1월 17일~21일 리얼미터의 지역별 지지율 수치를 살펴보면 박 전 대표의 TK(대구·경북), 충청권 지지율은 독보적인 상황이다. 대구·경북에서 52.8%, 대전·충청에서 33.7%를 기록해 자신의 전국 지지율(32.4%)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고, 전통적 지지기반인 대구·경북 지지율은 다른 주자들과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압도적 수치였다. 대전·충청권 지지율 역시 서울(29.5%), 인천·경기(26.5%)보다 높게 나타나 그동안의 충청권에 대한 박 전 대표의 ‘애정’이 지속적인 효과를 발휘해 온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가 지역별로 비교적 고르고 견고한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일부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눈여겨볼’ 포인트가 있다고 지적한다. 바로 수도권과 PK(부산·경남) 지역 민심이다. 물론 이들 양 지역에서도 박 전 대표가 1위를 기록하고는 있으나, 수도권 지역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국민참여당 참여정책연구원장)이 예상외의 강세를 보였던 데서 드러나듯 민심의 향배를 예측하기 어려운 곳 중 한 곳으로 평가받는다. 또한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당내 경쟁상대인 김문수 경기지사의 주된 지지기반인 만큼, 당내 대결구도가 형성될 경우 상당수 표가 빠져나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PK(부산·경남)의 민심은 영남권임에도 차기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장담’할 수 없는 지역으로 거론되고 있다. 앞서의 여론조사 전문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향수가 남아 있고 야권후보 단일화와 같은 ‘빅 이슈’가 성사될 경우 충청권 이상으로 중요한 캐스팅보트 지역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야권 단일후보 대결시 민심은?
박근혜 전 대표의 ‘대세론’을 위협하는 여론조사 결과 역시 주목해 봐야 할 부분이다. 아산정책연구원은 최근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실시(1월 11일~17일, 성인남녀 1003명 대상)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내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후보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35.4%, ‘야당 후보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36.8%로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과 ‘무응답’의 비율도 27.8%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야당 후보 투표’ ‘미결정’ ‘무응답’층의 비율이 무려 64.6%에 달하는 이 같은 결과는 향후 ‘대세론’의 추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기울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다.
한 정치컨설턴트는 “야권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적을 경우 현재의 지지 표심이 어느 정도 유지될 수도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표 지지층 중 상당수가 이탈 가능성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즉 만약 ‘야권 후보 단일화’와 같은 빅 이슈가 성사될 땐 박 전 대표의 대세론이 크게 흔들릴 수도 있다는 분석인 셈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야권의 후보단일화가 기대만큼의 파급효과를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현재 야권 후보들의 지지율이 모두 합해도 박 전 대표에게 미치지 못하는 만큼, 후보단일화의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것. 그러나 박 전 대표의 지지율에 상당수 ‘거품’이나 변수가 담겨 있다는 분석도 있어 본격적인 대선구도가 형성될 경우 그 결과는 현재의 예측과 상당부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