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청산 조치 6월 말로 늦추자 현금부자 우르르…오락가락 정책 시장 혼란 야기 지적
국회 국토교통위 법안소위는 6월 15일 김교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을 수정 의결했다고 밝혔다. 여야 합의로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한 법률 개정안의 내용은 이렇다.
△공공주택사업지 내 부동산을 매입한 사람의 우선공급권을 제한하는 시점을 당초 ‘2월 5일’에서 ‘국회 본회의 의결일’로 △판단기준은 ‘매매계약 체결’에서 ‘이전등기완료’로 수정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2월 4일 이전에 공동주택의 건축허가를 받아 분양하는 경우에는 신뢰보호를 위해 일정한 요건을 충족 시, 우선공급권을 부여하도록 예외를 인정했다. 요건은 국토부 장관이 고시하는 지구별 후보지 발표일 이전에 분양 계약을 체결하고 지구지정 전까지 소유권 이전을 받을 경우에 해당한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기 전까지 공공주택사업지에서 부동산을 매입한 사람은 분양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개정안은 법안소위 의결일로부터 15일 뒤인 6월 말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즉, 법안 처리까지 약 2주일의 공백 기간이 생기는 셈인데 부동산 전문가들은 일부 지역에 매수세가 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업 후보지가 선정되지 않았던 지난 2월과 달리 현재는 이미 전국의 46곳, 약 4만 9000채 규모의 사업 후보지가 공개된 까닭이다.
일요신문은 6월 21일과 22일에 걸쳐 사업 후보지 인근에 위치한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찾았다. 수색 14구역이 있는 서울 수색역 인근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A 씨는 21일 ‘매수 문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르고 발 빠른 부동산 정보통들은 17일부터 ‘추천할 만한 곳이 있으면 사고 싶다’며 전화를 걸어왔다. 18일 이후부터는 부동산 유튜버 사이에도 많이 퍼져서 일반인들 문의도 많이 들어왔다. 사실상 분양권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무나 살 수 있는 건 아니라고 했다. A 씨는 “결국 돈 있는 사람이 채가는 기회다. 2주가 채 안 되는 기간에 잔금까지 다 치르고 등기를 넘겨 받아야 하니 기본적으로 유동 현금이 4억 원 이상은 되는 현금부자들이나 노려볼 수 있다. 대출 받아 집 마련하고자 하는 평범한 사람들은 생각조차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6월 28일까지 등기를 완료해야만 조합원과 입주권 자격이 부여되기 때문에 이미 좋은 물건은 많이 나갔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을 중심으로 소수의 투자자들에게만 좋은 땅이 알려지기도 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50대 여성 B 씨는 17일 오전 평소 알고 지내던 한 중개사사무소 대표로부터 투자 권유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국토부가 개정안 내용을 발표한 지 하루 만이다.
B 씨에 따르면 이 공인중개사는 “사업 후보지 내에서 분양권을 받을 수 있는 땅이 나와 소수의 고객들에게만 먼저 연락드렸다”며 한 재개발 구역 내 토지를 소개했다. 빌라나 아파트가 아닌 토지를 갖고 있더라도 일정 요건만 갖추면 분양권이 주어지는 까닭이다. 그러면서 “13~14일 안에 등기 이전을 마칠 수 있는 곳이다. 아파트나 빌라를 사는 것보다 투자비나 관리비가 적게 든다. 당장 내일(18일)까지 현금 완납이 가능한 분부터 우선순위에 올라가니 일단 부동산으로 오라”고 매수를 권유했다고 했다. 필요한 돈은 약 3억 5000만 원이었다.
실제로 서울시의 경우 부지 면적이 90㎡(약 27평) 이상이면 현재 보유한 주택수와 무관하게 분양권을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지목이 대지일 필요는 없고 도로라도 무방하다. 이 때문에 90㎡가 넘는 도로부지는 통상적으로 ‘아파트 분양권 나오는 매물’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1필지일 필요도 없고 여러 개의 필지를 모아 분양권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종종 5~10㎡ 크기의 부지가 원래 시세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단독 필지로 30~90㎡ 미만 규모의 토지는 사업시행인가를 고시한 날로부터 공사가 완료된 날까지 세대원 전원이 무주택 자격을 유지해야만 분양권이 주어진다. 단, 지목이 도로이고 실제 이용 현황이 도로인 경우에는 분양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반면, 매수자 전부를 투기 세력으로 취급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서울 강동구에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는 C 씨는 22일 “사업 후보지에 땅이나 집이 있다고 해서 다 분양권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몇 가지 예외 사항을 제외하면 무주택자에게 분양권이 나온다. 결국 이번에 땅이나 집을 사서 분양권을 받은 사람은 최소 3억~4억 원 이상의 현금을 굴릴 수 있는 무주택자라는 말이다. 이런 분들은 진짜 실거주 목적의 매수자이거나, 애초에 자기 이름의 땅을 만들지 않는 전문 투기 세력이거나 둘 중 하나다. 그런데 소위 말하는 ‘꾼’들은 공공주도재개발 지역에 큰 관심이 없다. 사업 특성상 엄청난 시세 차익이 기대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이 시장에 혼란을 야기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당초 정부는 투기 방지를 이유로 2·4 대책 발표 다음 날인 2월 5일 이후에 공공주택사업지 내 부동산을 매입한 사람에게는 분양권을 주지 않고 현금청산만 받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사업 후보지도 모르는데 집을 샀다는 이유만으로 현금청산을 의무화하는 것은 사유재산권 침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실제로 당시에는 사업 후보지가 선정되지 않았던 시점이었다.
당시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정책 발표 후 매입한) 소유자에게 현금 보상하는 것은 법적으로도 정당한 조치”라며 “보완 계획이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런데 대책을 마련한 지 4개월 만에 또 다시 입장을 바꾼 셈이다. 그리고 이로 인한 수혜는 소수의 현금부자들이 입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한편 국토부는 이러한 시장의 우려에 대해 “통상 매매계약 체결 후 등기완료까지는 시일이 걸리므로 기준 시점을 늦춘다고 해도 투기 세력 유입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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