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0월 반핵반김국민협의회가 북한의 ‘3대 세습’을 규탄하는 집회에서 김정일·김정은 부자의 얼굴이 담긴 피켓을 불태우고 있다. 윤성호 기자 cybercoc1@ilyo.co.kr |
이러한 범이슬람권 혁명 소식에 북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3대 세습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결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이미 지난 1990년대 초반 소련 붕괴와 동구권의 자유화 물결을 안간힘을 다해 막아낸 바 있는 북한은 다시금 그 당시 악몽을 떠올릴 수도 있다.
그렇다면 튀니지와 이집트의 혁명은 북한에 어느 정도의 충격파를 가져올 수 있을까.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체로 파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집트 혁명이 북한 내부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다. 북한 내부에는 현재 결집할 수 있는 대안 세력이나 시민사회세력이 존재하지 않는다. 큰 파장으로 다가가지는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튀니지와 이집트에는 최소한의 시민세력과 대안적 위치를 점할 수 있는 대체세력이 존재했지만 북한의 경우 이러한 배경이 전혀 마련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북한전문매체인 <데일리NK> 박인호 편집국장 역시 “과거 동구권 국가의 붕괴는 같은 사회주의권 국가이고 교류도 많았기 때문에 큰 영향을 받은 바 있지만 이집트는 별개의 문제다. 이집트와 북한 사이의 친밀도는 과거 동구권과 비교해서 매우 떨어지고 지리적으로도 멀기 때문에 별 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다만 북한 지도부 내에서는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열려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김용현 교수는 “북한 자체에 큰 영향은 없겠지만 지도부에는 어느 정도 충격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집트의 무바라크 정권은 후계체제 구축을 시도하다 전복된 정권이다. 3대 세습을 시도하고 있는 김정일과 김정은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16일 북한에서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생일축하 행사가 있었다. 무엇보다 주목을 받은 것은 김 위원장의 생일날 김정은의 기록영화가 북한매체에서 연신 방영되는 등 가속도가 붙은 3대 세습을 위한 움직임이었다. 최근 3대 세습 구축이 본격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무바라크 정권의 전복은 그들에게 큰 시사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민간대북방송인 <자유북한방송>의 김성민 대표는 오히려 이집트 사태를 지난 동구권 붕괴 당시와 비슷하게 내부단속을 위한 교양교육의 재료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김 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일부 주민들이 휴대전화와 외부 방송을 통해 소식을 전해 들었을 뿐, 아직까지 대다수 주민들은 잘 모른다. 물론 북한 지도부 자체도 소식을 틀어막고자 노력할 것이다. 다만 소문은 돌기 때문에 혁명 소식이 퍼진다면 북한 지도부는 이를 되레 사상교육에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혁명의 본질을 왜곡해 ‘미국의 개입으로 나라가 붕괴되었으니 우리는 내부단결을 고수해 나아가야 한다’는 식의 사회주의 사상 교육이 행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북아프리카와 중동지역의 혁명은 현재진행형이다. 혁명의 불똥이 언제 어디로 튈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집트와는 다르게 북한과 깊은 군사적 유대관계를 맺고 있는 이란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일각에서는 지난 1990년대 초 동구권 붕괴 시절과는 다르게 현재 북한 내부에 있는 휴대전화와 같은 개별적인 통신망의 존재에 주목하고 있다. 지리적으로 무관하더라도 북한사회에 하나의 시사점이 될 가능성이 아주 없지는 않은 셈이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아버지 생일선물 쇼핑
최근 김정일 위원장의 차남 김정철이 싱가포르에서 관광을 즐기는 모습이 국내 한 매체에 의해 포착됐다. 지난 2006년 독일의 에릭 클랩턴 공연장에 등장한 지 5년 만이다. 이번에도 싱가포르에서 열린 에릭 클랩턴의 공연장을 찾은 김정철은 이후 언더워터월드 돌고래공연장과 여러 백화점들을 들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8일 싱가포르에 입국했다 김 위원장의 생일을 하루 앞둔 15일 북한에 다시 들어간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김정철의 등장에 대해 후계자 탈락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단순히 김 위원장의 생일선물을 구입하기 위해 나왔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실제 김정철은 여러 고급백화점을 들러 다이아몬드와 같은 고가의 물품들을 구입해 간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북한방송> 김성민 대표는 “북한에서 김 위원장의 생일선물은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 충성도에 대한 하나의 평가일 수 있는 것이다. 비슷한 시점에 김정은 역시 김정일의 생일선물을 공수하기 위해 애를 쓰지 않았나”라고 설명했다.
실제 후계자 김정은 역시 김 위원장의 생일을 앞두고 중앙당과 만수대 일꾼들을 중국현지에 파견해 선물을 공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대북방송 <열린북한방송>에 따르면 공수된 선물 품목 가운데는 남방지역과일, 고래 고기, 소 힘줄, 상어 지느러미, 캐비아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총 구입금액은 800만~1000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