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2심서 원고 패소 판결을 받은 배금자 변호사와 원고 측은 최근 대법원 상고를 결정했다. 무모하고 지루한 전투는 아직도 진행 중인 셈이다. <일요신문>은 지난 12년 동안 담배소송을 이끌어 오고 있는 배 변호사를 직접 만나봤다.
배 변호사는 하버드 법과대학원에서 ‘담배소송’을 주제로 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을 정도로 이 분야에서는 전문가로 통한다. 배 변호사가 입을 떼자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여러 가지 놀라운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최근 있었던 담배소송 2심에서 원고 패소판결이 나왔다.
▲ 그렇다. 우리 사법부의 후진성을 그대로 보여준 결과다. 이번 재판에 관한 판결문은 참 의외였다. 원고 측에 어느 정도 유리한 분위기도 있었는데, 판결문을 보니 모두 KT&G에 유리하게 나왔다. 판결문이 바로 나오지 않은 것도 의문이다. 판결은 2월 15일에 나왔는데 어찌된 일인지 6일이 지난 2월 21일에서야 판결문을 받을 수 있었다. 법원에서는 그 기간 동안 판결문을 다듬었다고 했으나, 뭔가 의혹이 남는다. 어찌 되었건 최근 대법원 상고를 계획하고 있다. 또 오는 3월 17일 경찰 공무원 유족이 KT&G를 상대로 한 담배소송 2라운드도 있다. 할 일이 많다.
―담배소송의 요지는 무엇인가.
▲말 그대로 소비자들의 권리를 찾겠다는 공익소송이다. 담배는 정상적인 제조품이 아니다. 담배에는 약 4000종의 독성물질과 80여 종의 발암물질이 들어가 있다. 또 담배 안에는 천연 담뱃잎이 아닌 화학첨가물이 무려 10%나 들어있다. 코카인보다 중독성이 높은 프리니코틴의 비율과 용법을 조작해 사람들의 중독을 부추긴다. 식품을 생각해봐라. 식품에 발암물질이 조금만 들어갔다고 하면 사람들은 난리가 나지 않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KT&G는 첨가물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오픈하지 않고 있다. 이를 규제할 법규조차 마련되지 않았다.
또 KT&G는 폐암 등 질병과 담배의 연관성에 대해 여러 차례 부정한 바 있으며 나이 어린 10대들을 충성도 높은 소비자로 만들기 위해 직ㆍ간접적인 홍보를 해왔다. 또 심각성에 대한 경고도 미흡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피해자들의 배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12년간 힘든 싸움을 벌였다.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
▲2005년부터 실체가 불분명한 세력에 의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특히 최근 3년간 내 개인 사무실은 모두 망가졌다. 2008년에는 이런 일이 있었다. 당시 한 중소 로펌회사에서 대표변호사 제의가 들어왔다. 조건이 매우 좋았다. 당시 개인적으로 3~4명의 직원을 데리고 있었는데 1명을 제외하고 모두 정리했다. 기존 사무실을 부동산에 내놨는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60대 노인 2명이 중국과 무역업을 한다며 사무실을 보겠다고 접근해왔는데 임차조건이 좋았다. 모든 집기와 가구를 모두 사들이겠다는 제의도 해왔다. 그들은 계약금 600만 원을 냈다. 단 2주 만에 사무실을 비워달라는 조건이었다. 난 이에 응했다. 그런데 갑자기 가기로 한 로펌에서 없던 일로 하자며 황당한 말을 늘어놓은 뒤 연락을 끊었다. 그리고 임차계약을 하기로 한 노인 2명과도 연락이 두절되었다. 사무실 직원들을 모두 잃게 된 것이다. 역삼동으로 사무실을 이전했는데 이와 비슷한 일이 한 번 더 반복됐다. 집단적으로 날 음해한 것이다.
―특정 세력을 의심하는가.
▲의심은 가지만 증거가 없기 때문에 뭐라 할 수 없다. 항간에 그 실체에 대해 이야기를 들은 것도 있지만 구체적인 얘기는 삼가겠다. 분명한 것은 나를 괴롭히는 특정세력이 있다는 것이다. 담배소송 이후 나의 영업을 방해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최근 2년간 불분명한 이유로 사건을 해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리고 사건을 해임한 의뢰인들은 하나같이 연락이 끊어진다. 상담예약을 해놓고 연락이 두절되는 일도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더 의심스러운 것은 내가 고용한 직원들이다. 하나같이 두 달을 버티지 못하고 납득이 안가는 이유를 대고 일을 그만둔다. 한 직원은 “이유는 묻지 마라. 불안해서 일을 못 하겠다”며 일을 그만뒀다. 누군가의 사주와 협박이 있었던 것 같다.
―영업 이외에 개인적인 협박이나 신변에 위협을 느낀 적도 있었나.
▲평소 알고 지내던 S 의원 소속 의사인 강 아무개 씨와 식사를 한 적이 있다. 깊은 친분관계는 아니었는데, 갑자기 1년 만에 연락이 오더니 식사를 하자고 했다. 그런데 분위기가 어째 이상했다. 강 씨는 갑자기 담배소송 이야기를 꺼내더니 소송을 그만두라고 회유했다. 그는 “KT&G가 당신을 가만 두겠느냐. 당신을 죽일 수도 있다. 당신이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내가 의심을 하자 그 뒤로 강 씨는 나와 연락을 끊었다. 그런데 며칠 뒤 강 씨의 말대로 실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새벽 출근길에 도로를 달리는데 앞의 차가 이유 없이 급정지를 해 교통사고가 난 것이다. 사고를 낸 사람은 변명만 늘어놓았다. 목숨은 용케 건졌지만 정말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이외에도 사무실 컴퓨터와 개인 메일이 해킹당하거나 누군가 반복적으로 사무실 인터넷 선을 끊어 놓거나 하는 이상한 일들이 몇 년간 반복되고 있다. 누군가 내 휴대폰을 복제해 도청을 의심케 하는 일도 계속되었다. 몇 차례 경찰에 신고도 해봤지만 소용없었다.
―가족들에게는 위협이 없었나.
▲물론 남편(나승렬 농수산식품부 농업연수원장)과 아들에게도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예를 들어 증권가 정보지에 내가 이혼만 두 번 한 여자라는 헛소문이 나돌았다. 가족을 음해하려는 시도였다. 이외에도 남편과 아들이 입은 피해사항은 더 많다. 하지만 가족에 대해서는 더 이상 구체적으로 말하고 싶지 않다. 이해해 달라.
―신변 위협 속에도 어려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 계속할 것인가.
▲담배회사는 내가 볼 때 가장 비도덕적인 회사다. 그것을 알고서부터 난 계속 싸우고 있다. 담배소송 때문에 내 주변사람들이 피해를 입고 있고 재산적 피해도 막대하다. 하지만 평생을 걸고 싸울 것이다. 내 인생의 목표다. 난 정신력이 정말 강한 사람이다. 또 요즘 들어 하는 고민인데 정치권에 대한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전에는 여러 차례 제의를 받았어도 거절했지만, 이제 이러한 방법도 강구해볼 요량이다. 다른 뜻은 없다. 정치권에 진출해도 담배회사를 규제할 입법 작업에 집중할 것이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