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수칙 위반 NC 선수들 술자리 설명도 누락…NC 구단 리그 중단 주도 ‘내부 위기를 외부로’ 비판론
더 큰 파장은 그 뒤에 일었다. NC 박석민, 이명기, 권희동, 박민우가 지난 5일 밤부터 6일 새벽까지 서울 원정 숙소에서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어기고 외부 여성 2명과 밤늦게까지 술을 마신 사실이 발각됐다. 이 여성들이 코로나19에 감염돼 넷 중 세 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 여파가 결국 리그 중단까지 이어진 것이다.
사태는 일파만파 커졌다. 선수 네 명은 16일 열린 KBO 상벌위원회에서 72경기 출장 정지와 제재금 1000만 원 징계를 받았고, 구단은 벌금 1억 원을 물게 됐다. 이어 NC 황순연 대표이사가 자진 사퇴했고, NC 구단주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가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일부 선수의 잘못된 판단이 KBO리그를 전례 없는 위기로 내몰았다.
#프로야구를 덮친 코로나19 확진 사태
코로나19의 불씨는 지난 8일 야구계 한복판에 뚝 떨어졌다. 한화 이글스(2~4일)와 NC(6~8일)가 잠실 원정 때 선수단 숙소로 쓰는 호텔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KBO는 곧바로 잠실 두산-NC전과 대전 한화-KIA 타이거즈전을 취소했고, 두 팀 1군 선수 전원은 코로나19 유전자 증폭(PCR) 검사를 받았다.
이튿날인 9일, 결국 우려하던 일이 발생했다. NC 선수 2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한 뒤 1군 선수단에서 확진자가 나온 건 처음. 전 구단이 충격에 휩싸였다. 확진 선수들과 동석했던 또 다른 선수 두 명은 최초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재검사 대상으로 분류됐다. NC 선수단은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을 위해 이동한 또 다른 숙소에서 격리 생활을 시작했다. 이때부터 "NC의 확진 선수들이 방역지침을 위반하고 외부 여성들과 숙소에서 술자리를 했다"는 소문이 야구계에 알음알음 번지기 시작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두산 1군 선수단도 잠실 LG 트윈스전을 미루고 전원 PCR 검사를 받았다. NC와 6~7일 잠실에서 맞대결했기 때문이다. 결국 10일 두산에서도 다시 확진자 두 명이 나왔다. 또 전날 재검사한 NC 선수 두 명 중 한 명도 추가로 양성 반응을 보였다. 음성으로 판정된 나머지 한 명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해 확진을 피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예상 밖으로 확진자 수가 늘어나자 리그 전체의 위기감이 높아졌다. 확진 판정을 받은 두산 선수 한 명이 "열은 없었지만 지난 주말부터 목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말해 2~4일 두산을 만난 KIA 선수단도 전원 코로나19 검사 대상자가 됐다. 10일 잠실과 고척은 물론이고, 광주(KIA-KT 위즈) 경기도 열리지 못했다.
그 사이 방역당국의 역학조사 결과도 나오기 시작했다. NC와 두산 선수단의 역학조사를 진행한 3개 구청(금천·강남·송파) 중 송파구 보건소에서 "두 팀 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올림픽 야구대표팀 예비 엔트리 포함 선수)를 제외한 1군 선수단 대부분의 자가격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KBO는 지난 3월 만든 코로나19 통합 매뉴얼에 "구단 내 확진자가 나와도 자가격리 대상자를 제외한 대체 선수로 중단 없이 운영한다"고 명시했다. 이 원칙을 그대로 따르면, NC와 두산은 전반기가 끝날 때까지 1군 엔트리의 60% 이상을 2군 전력으로 메우고 경기에 나서야 했다.
다만 이 매뉴얼에는 "엔트리 등록 미달 등 리그 정상 진행에 중대한 영향이 있다고 판단하면, 긴급 실행위원회 및 이사회 요청을 통해 리그 중단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리그 중단 기간은 확진 발생 시부터 3주(자가격리 2주+연습기간 1주)를 고려한다"는 예외 조항도 있다.
혼란의 발원지인 NC와 두산은 역학조사 소견을 들은 뒤 "이 정도 규모의 이탈은 예상하지 못했다. 경기 진행이 어렵다"며 리그 중단 논의를 수면 위에 올렸다. 2군 선수들로 빈자리를 대체하면 충분히 경기를 치를 수 있는 상황인데도 그랬다.
#리그 중단 이룬 뒤에야 공식 사과
결국 KBO는 부랴부랴 긴급 실행위원회를 소집했다. 11일 오전 10개 구단 단장이 회의에 참여해 리그 진행 여부를 논의했다. 단장들은 일단 "당일(11일) 경기부터 전면 중단한다"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지택 KBO 총재는 "이사회에서 더 논의해보겠다"고 결정을 다음날로 미뤘다. 이에 따라 잠실과 고척을 제외한 11일 3경기는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그런데 이날 경기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이 또 벌어졌다. KIA 선수단은 전원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광주 KT전을 앞두고 포수 한 명이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갑작스럽게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됐다. 이미 KIA 1군 포수 둘 중 한 명이 광주 지역 내 확진자와 동선이 겹쳐 출전 불가 통보를 받은 뒤였다. KIA는 부랴부랴 2군에서 신인 포수를 불러 예정보다 30분 늦게 경기를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경기 종료 후엔 내야수 한 명도 확진자와 밀접접촉했다는 통보가 왔다.
여론은 점점 거세게 요동쳤다. 원인을 제공한 팀은 '방역 점검'을 이유로 쉬고 있는데, 정작 그 여파로 손해를 본 팀은 계속 경기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KIA가 2-0으로 승리한 뒤 수훈 선수로 선정된 KIA 최형우는 "확진자가 나온 NC와 두산은 경기를 안하는데, 우리는 왜 주전 선수를 빼고도 경기를 하느냐"고 반문했다. 많은 야구팬이 분노한 지점과 정확히 일치하는 항변이다. 만약 이날 KIA가 경기에 졌다면, KIA 선수들의 원통함과 팬들의 원성은 더 커졌을 거다.
심지어 이날 대구 롯데 자이언츠-삼성 라이온즈전 역시 경기 개시가 15분 늦어졌다. 당일 주심을 맡을 심판이 KIA 포수와 함께 밀접접촉자로 파악돼 부랴부랴 주심을 교체해야 했던 탓이다. 점점 "두산과 NC가 전력 손해를 보더라도 리그를 강행하는 게 맞다"는 여론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결국 KBO리그는 '정규시즌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닥뜨렸다. 긴급 이사회에 모인 10개 구단 사장단은 3시간에 걸친 논의 끝에 리그 순연을 결정했다. 일부 구단은 "두산, NC의 입장과 별개로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이 4단계로 격상된 상황이라 안전을 위해 리그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또 다른 구단들은 "두 팀 모두 2군에 대체 인원이 충분하다. 원칙을 정했으면 따라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 중 '리그 중단'을 외친 목소리에 좀 더 힘이 실렸다.
이사회는 "1군 선수의 확진 및 밀접접촉에 따른 자가격리 대상자 비율이 68%인 두산(확진 선수 2명, 자가격리 대상 선수 17명)과 64%인 NC(확진 선수 3명, 자가격리 대상 선수 15명)가 정상적으로 경기를 진행할 수 없고, 타 팀의 잔여경기 역시 형평성 문제로 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또 "최근 전 사회적으로 코로나19가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어 방역 당국의 감염병 확산 방지 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향후 구단별 1군 엔트리 기준 선수(코칭스태프 제외) 50% 이상이 확진 및 자가격리 대상자가 될 경우 2주간 리그를 중단한다"는 새 조항에도 합의했다. NC와 두산은 이렇게 원하는 바(리그 중단)를 이룬 뒤에야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NC 선수들 방역수칙 위반 사실 인정
여론의 포화가 쏟아졌다. 얼마 뒤 NC 선수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원인이 공개되면서 더 그랬다. 코로나19 확진 자체는 '잘못'이 아니다. 방역지침을 철저히 준수해도 불시에 침투할 수 있는 게 바이러스다. 문제는 NC 선수들이 끊임없이 '방역지침 위반' 의혹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이사회에서도 일부 구단이 "확진자 중 방역지침을 위반한 선수가 있다면, 반드시 징계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KBO와 NC 구단도 "역학조사 결과에 따라 합당한 징계 절차를 밟겠다"고 약속했다는 후문이다. NC가 이미 구두 조사를 통해 상황을 파악했고, 위반 가능성도 인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리고 최초 확진자 발생 후 일주일 가까이 지나서야 정확한 상황이 세상에 공개됐다. 서울 강남구청은 14일 "역학조사 결과 NC 선수단 4명이 5일 밤부터 6일 새벽까지 한 선수의 호텔방에 모였고, 이 자리에 2명의 일반인이 합류해 6명이 한 공간에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이어 "NC 선수들이 역학조사 때 동석한 지인들의 존재를 진술하지 않았고, 지인들은 선수들과의 술자리 사실을 숨겼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의 동선을 숨긴 확진자 5명을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NC 선수단과 호텔 관계자들을 상대로 심층 방역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술자리의 성격과 NC 선수들의 역학조사 진술 내용을 놓고 또 다른 소문과 논란이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그러자 NC 박석민이 긴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 자신과 후배 이명기, 권희동, 박민우가 KBO리그 중단으로 이어진 코로나19 확진 사태의 원인 제공자라는 사실을 공개하기 위해서였다.
박석민은 며칠 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방역수칙 위반'이 사실이었음을 인정했다. 방에서 넷이 모여 야식을 먹다 △친분 있는 지인이 "숙소 앞에서 구단 버스를 봤다. NC 팬인 친구와 함께 있다"고 연락을 해왔고 △같은 숙소에 투숙하고 있다는 말에 불쑥 "동생들과 있으니 잠깐 방에 들러 인사나 나누자"고 했으며 △지인들이 먼저 나간 뒤 후배들은 개인 용무로 내 방을 왔다갔다 했다고 설명했다. 바로 그 지인들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알려와 곧바로 구단에 보고했다는 것이다.
이명기와 권희동이 먼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박석민은 재검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 올림픽 국가대표 자격으로 화이자 백신 1·2차 접종을 완료한 박민우만 천운으로 감염을 피했다.
박석민은 "코로나19가 확산되는 경솔한 행동을 한 점은 어떤 변명으로도 부족하다. 진심으로 죄송하고, 합당한 처분을 기다리겠다"면서도 "여러 곳에서 질문을 해와 당황했지만, 역학조사에 사실대로 답했다. 위 내용 외에 다른 상황은 없었다고 우리 넷 모두의 선수 생활을 걸고 말씀드린다"고 했다. 박민우 역시 15일 늦은 시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긴 사과문을 올려 "역학조사 기간 동안 모든 질문에 거짓 없이 말씀드렸다. 앞으로도 사실 확인에 경찰 조사가 필요하다면 마땅히 받을 것이고, 필요한 모든 일에 적극 협조하겠다. 문제가 된 사항에 대한 징계 또한 반성하는 마음으로 달게 받겠다"고 썼다.
#방역당국과 진실공방…추락한 리그의 명예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1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전화 인터뷰에서 "NC 선수들과 외부 지인이 1차 역학조사 진술 단계에서 문제가 됐던 이 모임에 대한 설명을 누락했다. 1차 역학조사 결과는 심층 조사의 근거가 되는데, 이 진술이 빠져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12일에야 제보를 받고 이틀간 심층 조사를 벌인 끝에 해당 모임에 관해 상세하게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역학조사 때 모든 걸 사실대로 말했다"는 박석민, 박민우의 주장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네 선수의 술자리가 코로나19 확진과 KBO리그 중단에 이어 방역당국과의 진실공방으로까지 번진 것이다.
강남구청이 제기한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박석민, 이명기, 권희동은 방역수칙 위반을 넘어 감염병 예방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게 된다. 또 박석민이 '우리 넷의 선수 생활을 걸고' 작성했다는 사과문의 신뢰도도 바닥으로 추락하게 된다. 실제로 정순균 강남구청장이 "해당 술자리가 5일 밤 11시 11분부터 6일 오전 4시 21분까지 이어졌다"고 공개하면서 '가벼운 술자리'였다고 말한 박석민의 해명을 둘러싸고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그렇게 NC 구단과 네 명의 소속 선수들은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 특히 구단은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달은 데 대한 책임이 컸다. NC는 숱한 의혹에도 끝까지 "방역당국의 조사 결과가 나오면, 리그 코로나19 대응 매뉴얼에 따라 후속 조치를 하겠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또 두산과 함께 리그 중단을 논의하는 긴급 실행위원회 개최를 주도했다. 그러면서도 "실행위원회(단장 회의)와 이사회(사장 회의)에서 우리가 '리그를 중단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다른 구단 사장·단장이 더 적극적으로 리그 중단 필요성을 역설했다"고 떠넘겼다.
NC는 고개 숙여 사과할 적기를 놓치면서 도의적 책임을 방관했고, 팀 내부의 위기를 KBO리그 중단으로 확대시켰다. 팀의 잘못을 숱하게 은폐하려 했던 NC 구단의 전력과 맞물려 의심과 비난만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 결과 NC 선수들과 구단은 중징계를 받았고, 대표이사는 물러났다.
KBO 상벌위원회는 "NC 선수들은 코로나19 확산이 엄중한 상황에서 정부의 수도권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지침을 위반해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다. 또 경기를 앞두고 늦은 시간까지 음주를 하는 등 프로 선수로 지켜야 할 기본적인 본분을 지키지 않는 등 품위손상행위를 저질렀다"고 했다. 또 "구단은 선수단 관리 소홀로 인해 결과적으로 리그 중단이라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했고, 그로 인해 리그의 명예가 훼손됐다"고 덧붙였다.
배영은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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